“내 눈을 바라보면 건강해질 거야”
강의에 앞서 허경영 페이스북 페이지에 있는 연락처로 연락을 시도했다. 몇 시간 후 기자에게 강의에 대한 내용을 문자 메시지로 보냈다. 시간과 위치를 숙지한 기자는 시간에 맞춰 강의를 들으러 갔다. 이미 입구에서부터 혀경영 씨의 강의를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강의는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한 중국집에서 이루어졌다. 입구에 들어가자 안내원이 “처음 왔냐”고 물어보고 기자의 이름과 휴대전화를 적은 후 명찰을 나눠줬다. 강의를 들으러 온 사람은 50명 내외였고 대부분 60대 이상의 노인들이었다.
강의를 들으러 온 사람들은 서로 악수를 하고 안부 인사를 하는 등 아는 사람들로 보였다. 허 씨가 입장하자 사람들은 박수로 환호했고 허 씨는 이들 모두와 악수를 나눴다. 기자를 비롯해 처음 온 사람들에게는 본인의 명함을 나눠줬다.
이날 강의 주제는 리더에 관한 것이었다. 허 씨는 강의에서 재벌들과 국회의원을 비판하는 모습을 보였다. 허 씨는 “젊은이들이 취직을 못해 결혼을 못하고 힘들게 살고 있는데 그럼 훗날 노인 공경은 누가 할 것인가”라며 “기성세대들이 미래를 생각하지 못하고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하고 있다. 국회의원은 이걸 고칠 생각도 안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그의 17대 대선 당시 공약인 ‘결혼수당 남녀 각 5000만 원씩 1억 원 지급’과 ‘출산수당 3000만 원 지급’이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 씨는 최근 교통사고에 대해서도 말을 꺼냈다. 앞서 허 씨는 일부 매체에 “음주운전을 하거나 중대과실 사고를 낸 것도 아니고 가벼운 차량 접촉일 뿐”이라며 “1시간 동안 피해자와 함께 보험사와 견인차를 기다리며 서 있었다. 병원에 실려 간 것도 아닌데 경찰에 신고하고 수천만 원의 합의금을 요구하는 게 좀 그렇다”고 밝혔다. 이날도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그는 “사실 차간거리를 안 지킨 것도 아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차만 보이면 끼어드는 차가 있다”며 “단순한 접촉인데 미국, 호주에서도 연락이 오고 나를 걱정하는 사람이 많아서 기분은 좋았다”고 전했다.
강의를 진행하는 허경영 씨.
오히려 교통사고 덕분에 본인의 공약이 재조명됐다며 기쁜 기색을 보였다. JTBC는 지난 4월 28일 ‘허경영 황당 공약 재조명’ 관련 뉴스를 전했다. JTBC는 해당 뉴스에서 “황당해 보였던 공약이 아무튼 현실적으로 논의됐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흥미롭다”고 전했다. 이에 허 씨는 “살짝 접촉사고가 났을 뿐인데 내 공약이 재조명받고 있다. 나라가 어지러워지니 이제야 내 공약이 옳았음을 느끼는 것”이라며 “덕분에 홍보비 10억 원의 이익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JTBC는 최근 들어 허 씨의 공약이 어느 정도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허 씨는 해당 JTBC 뉴스를 틀어 보여줬다. 보도에 따르면 허 씨의 공약인 ‘60세 이상 노인수당 지급’은 지난 2013년 ‘65세 이상 기초연금 실시’로 비슷하게 이행됐다. ‘국회의원 100명 정원’ 공약은 안철수 의원의 18대 대선 공약 ‘국회의원 100명 축소’와 일치하고 ‘청소년 중소기업 입사 후 쿠폰 지원’ 공약은 최근 새누리당의 공약 ‘향후 2년 동안 청년들에게 900만 원을 만들어 주겠다’는 공약과 비슷한 맥락의 공약이다.
이날은 가수 최사랑 씨가 허 씨의 초대를 받아 나왔다. 미국에서 왔다는 최 씨는 “한국에 온 지 얼마 안돼서 허 씨를 만났다. 우연한 기회에 허 씨의 비서실장을 만나 허 씨와 연결됐다”며 “당시 언론에서 허 씨를 왜곡되게 표현해 선입견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까 너무 순수하고 어린아이 같이 사람을 사랑하는 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에서 본 한국 정치는 매우 한심했다”며 “허 씨 같은 사람이 국내 경제 등을 탈바꿈해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강의 마지막에는 다소 황당한 일도 있었다. 허 씨는 기자를 비롯해 처음 강의를 들으러 온 사람들을 나오라고 했다. 허 씨는 수강생들의 몸을 만져보더니 하나같이 몸이 부실하다고 했다. 이에 “내 눈을 3초간 쳐다보면 몸이 건강해질 수 있다”며 본인의 눈을 쳐다보게 했다. 수강생들은 이를 믿는 분위기로 허 씨의 눈을 쳐다봤다.
허 씨는 강의 끝무렵 자신의 눈을 보면 건강해진다며 쳐다보게 했다. 오른쪽은 기자 본인.
허 씨의 강의를 들으러 온 사람들은 대다수가 평범한 노인들이었다. 아들과 함께 강의를 들으러 온 한 여성은 “유튜브로 허 씨의 모습을 보고 이분이야말로 미래에 대한 생각이 있는 사람이다 싶어서 왔다”며 “매스컴에서 나오는 허 씨의 모습을 함부로 판단하거나 편견을 가지고 보면 안 된다. 왜곡되고 가식적인 게 너무 많다. 아들도 그렇게 생각해서 일단 직접 한 번 보고 판단하라는 의미에서 데리고 나왔다”고 전했다. 미국에서 왔다는 한 목사도 “허 씨의 강의는 재미동포들도 유튜브를 통해 많이 본다”고 밝혔다.
이날 강의는 대체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졌다. 허 씨는 강의를 웃으면서 진행했고 수강생들도 허 씨의 농담에 자주 웃었다. 허 씨는 강의가 끝난 후에 처음 온 사람들과 단체 사진을 찍는 등의 서비스도 보여줬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