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미터 황금대탑’ 바라만 봐도 백팔번뇌 사르르~
양곤 시내 어디에서도 보이는 쉐다곤 파야. 높이 99미터, 둘레 426미터로 6만여 킬로그램의 금과 5000여 개의 다이아몬드가 사용되었다.
미얀마에는 이 나라 사람들이 보물로 꼽는 3가지가 있습니다. 모두 불교성지입니다. 양곤의 쉐다곤 파야, 만달레이에 있는 마하무니 불상, 짜익토의 짜익티요입니다. 현세의 여유로움과 내세의 더 나은 삶을 꿈꾸는 정신적인 보물입니다. 그중 쉐다곤은 작은 불탑들 중심에 대탑이 있습니다. 대탑의 높이는 99미터, 둘레는 426미터로 전체가 금판입니다. 기증된 금이 6만 킬로그램가 넘고 다이아몬드도 5000개가 넘습니다. 지금도 수많은 국민들이 금에 마음을 담아 정성스레 탑에 붙이는 모습을 목격하게 됩니다. 대탑의 높이는 사실 99미터, 99.4미터, 100미터 등 논란이 많지만 불교유적 전문가들은 99미터일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1485년에 세운 석문에 따르면 처음 9층 석탑, 이어 18층 석탑으로 지어 9란 숫자와는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높이와 유적의 건축공법, 인도차이나 문명과의 관계 등을 더 알아보기 위해 전문가를 만나봅니다. 중부지방의 바간 유적지를 저와 동행했던 구희창 실장입니다. 구 실장은 태국과 캄보디아를 거쳐 현재는 미얀마에 일하는 불교전문 베테랑 가이드입니다. “쉐다곤 파야를 세운 족속은 몬족입니다. 그들이 캄보디아 앙코르와트도 건축했습니다. 몬족에서 한 분파가 이동해 간 것이 몬크메르족입니다. 그들이 만든 문명이 앙코르와트이고요. 그래서인지 많은 부분에서 비슷한 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불교전문가이드 구희창 씨가 관광객들에게 쉐다곤 파야를 설명하고 있다.
쉐다곤 대탑은 맨 아래 부분인 기단부가 있습니다. 사성제를 뜻하는 사각과 팔정도를 뜻하는 팔각이 있습니다. 그 위가 종 모양의 탑신부, 연꽃 모양부터는 상륜부, 그 위가 맨 꼭대기인 티가 있습니다. 티는 미얀마어로 우산을 말하는데 우산은 곧 석가의 왕족 신분을 뜻한다고 합니다.
쉐다곤에는 이어져오는 전설이 있습니다. 2500년 전 지금의 양곤은 오끌라라고 불렀고 쉐다곤이 있는 자리가 중심이었습니다. 당시의 몬족 왕 오깔라파는 새로운 부처가 자신의 통치시기에 출현하길 갈망했습니다. 그때 오끌라에 살던 타퓨샤 발리카 형제가 인도와 무역을 하기 위해 부다가야를 지나고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깨달음을 얻은 석가모니불을 만나 8개의 불발이 든 함을 가지고 돌아오던 중 아제타 왕과 나가 왕에게 불발 2개씩을 빼앗겼습니다. 하지만 오깔라파 왕이 함을 열었을 때 불발 8개가 그대로 있었다는 전설입니다. 왕은 성유물을 안치할 높은 언덕을 만들었습니다. 58미터 언덕을 쌓는 과정에 깐도지 호수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안치할 석실과 9미터의 탑을 세웠습니다. 당시 건축공법은 피라밋과 앙코르와트처럼 큐빗과 페암이라는 ‘몸의 자’를 이용했고 36, 18, 9라는 숫자를 사용했습니다. 그 뒤 200여 년이 흘러 오끌라 지역이 버려지면서 이 탑 역시 방치되었다 합니다.
쉐다곤은 고고학적으로는 6세기경 몬족에 의해 세워졌다고 보는 견해가 많습니다. 쉐다곤이 미얀마 역사에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14세기 중엽 바고왕국이 남부 버마를 장악하고부터입니다. 쉐다곤 파야에는 바고왕국의 담마제디 왕(1472~1492)이 1485년에 세운 석문이 남아 있습니다. 석문의 기록을 보면 아노라타 왕이 11세기에 다곤을 방문했고 바고의 빈나우 왕(1353~1358)은 이 탑을 18미터 높이로 재건축했습니다. 그후 비라쟌 왕(1440~1453)이 90미터로 더 높이 세웠습니다. 다음 왕인 신소부 여왕(1453~1472)은 사원을 보수하며 자신의 몸무게 만큼 금을 바쳐 금잎을 만들어 탑에 입혔다고 합니다. 신소부 여왕의 사위 담마제디 왕은 자신의 몸무게 만큼 4차례에 걸쳐 금을 탑에 입히게 됩니다. 그후 바고왕조가 멸망하고 1768년에 일어난 강한 지진으로 탑은 손상되었지만 통일왕국의 3번째 왕조인 꼰바웅 왕조의 신뷰신 왕(1763~1776)이 재건축하여 오늘날의 높이가 되었습니다.
쉐다곤은 상륜부의 연꽃 부분이 16미터인데 실제 금판으로 만들었습니다. 30센티미터 금판 1만 3000여 개가 사용되었습니다. 티 부분에는 수많은 금종과 은종, 다이아몬드와 루비가 사용되었습니다. 돈으로 환산하면 4조 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오늘 저녁에도 쉐다곤에는 수많은 순례자들이 꽃을 들고 찾아옵니다. 사원에서 물을 붓는 의식도 눈에 띕니다. 꽃은 정진하겠다는 의미이며 물은 자신을 정화하겠다는 뜻이며 음식을 나누는 것은 내 것을 버린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미얀마 국민들이 금을 정성스레 붙이는 이유는 ‘세상의 원인 때문에 일어나는 집착을 태워버린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황금빛은 영원히 불타고 있는 불의 색이며 불은 녹슬지 않는 현재형이며 불순물을 태워버리는 ‘깨달음의 빛깔’이기 때문입니다.
정선교 Mecc 상임고문
필자 프로필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일요신문, 경향신문 근무, 현 국제언론인클럽 미얀마지회장, 현 미얀마 난민과 빈민아동 지원단체 Mecc 상임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