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림 실속왕·출석왕 2관왕…장하나 출석률 꼴찌
<일요신문>이 국회 공식 홈페이지를 토대로 평가한 김광진 더민주 의원의 대표발의법안 건수다. 청년 비례 대표 출신으로 국방위원회와 정보위원회에서 주로 활동한 김 의원은 ‘입법왕’을 차지했다. 김 의원 측근은 “처음 연금폐지법을 낼 때부터 의원은 물론 수행비서까지 일상생활에서 입법할 만한 것들을 전부 가져와서 브레인스토밍을 했다. 그런 것들을 주기적으로 하니까 발의 법안이 자연스레 많아졌다. 노크 귀순 등 국방위 이슈가 계속 터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쌀 가공업체 대표로 농민들 권익을 위해 발탁된 윤명희 새누리당 의원(146건)이 김 의원 뒤를 이었다. 시각장애인이자 장애인 운동가 출신 최동익 더민주 의원(135건)이 3위를 기록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국장을 지냈던 남인순 더민주 의원(128건)과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총장 경력이 있었던 최민희 의원(116건)이 각각 4위와 5위를 기록했다. 100건 이상을 대표 발의한 의원은 총 6명이었다.
대표 발의수가 30건이 채 되지 않는 ‘입법 꼴찌’ 의원들도 있었다.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을 지낸 은수미 더민주 의원(24건)과 민주통합당 대변인으로 활동했던 김현 더민주 의원(24건)이 그 장본인. 은 의원 측근은 “단순히 법안을 양산하는 의원들이 있는데 우리는 실효성 있는 법을 많이 내려고 노력했다. 조금 고쳐서 내고 자구를 수정해서 내는 등으로 법안을 늘리고 싶지 않았다. 의원이 당내 특위 활동을 많이 했고 국정조사 위원을 많이 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해명했다.
예비역 육군 대장 출신으로 영입된 백군기 더민주 의원(25건)이 앞서 두 의원의 뒤를 이었다. 김종학 프로덕션 대표이사를 지낸 박창식 새누리당 의원(26건)과 1973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우승의 주역이었던 이에리사 새누리당 의원(28건)도 대표법안발의 수가 저조했다.
물론 ‘대표법안 발의수=일 잘하는 의원’이란 등식이 반드시 성립한다고 볼 순 없다. 경제정의실천연합 관계자는 “법안을 부풀리기하는 의원들도 많다. 동일한 법률 개정안을 줄지어 제출하거나 단순 용어 정비 등 같은 규정 적용하는 방식이다”며 “17대 18대도 그런 양상이 심했는데 19대에서도 마찬가지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보좌관도 “은근슬쩍 비슷한 법안을 끼워 넣는 경우도 많다. 상임위에서 갑자기 넣거나 빼는 방법으로 수정가결을 고의적으로 유도하는 경우도 봤다”고 보탰다.
그렇다면 다른 기준은 무엇이 있을까. 바로 ‘대표법안 처리비율’이다. 국회 본회의 법안 처리 기준에는 원안가결, 수정가결, 대안반영폐기 등이 있다. <일요신문>은 19대 비례대표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좀 더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원안과 수정안을 중심으로 대표법안처리비율을 적용해 의원 각각의 순위를 매겨봤다.
분석 결과, 대표발의건수 상위 5인들의 대표법안 처리비율 순위가 일치하지 않았다. 김광진 의원 3.7%(전체 28위), 윤명희 의원 13.7%(3위), 최동익 의원 0.74%(37위), 남인순 의원 4.69%(25위), 최민희 의원 6.9%(13위)를 기록했다.
대표법안처리비율이 높다는 사실은 그만큼 실속이 좋다는 뜻이다. ‘실속왕’의 주인공은 가톨릭대 의대 교수와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을 지낸 문정림 새누리당 의원이었다. 보건복지위에서 활약한 문 의원은 72건을 대표 발의해 17건을 가결시켜 23.61%를 기록했다. 의원들의 평균 대표법안처리비율(5.82%)를 훌쩍 뛰어넘는 기록이다.
문정림 의원실 관계자는 “마지막으로 열릴 법사위에도 6건의 법안이 올라가 있다. 통과 가능성이 높다”며 “상임위에서 흔히 ‘태클’이 걸려도 문 의원이 의원실을 돌면서 설득하고 노력한 결과다. 법안 자체의 완성도도 중요한데 이 부분도 신경을 썼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여성 과학자인 민병주 새누리당 의원(14.63%)은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서 꾸준히 활동하며 문 의원 뒤를 이었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3위를 기록한 윤명희 의원(13.70%)이 발의건수(2위)는 물론 법안처리비율에서도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는 점이다. 백군기 의원(12%)과 시인 출신인 도종환 더민주 의원(11.76%)이 각각 4위와 5위를 기록했다.
반대로 대표발의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단 한 건도 통과하지 못한 의원들도 있었다. 이른바 ‘실속 꼴찌’ 부문. 주인공은 이상일 새누리당 의원, 민현주 새누리당 의원,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 홍종학 더민주 의원, 김제남 정의당 의원, 박원석 정의당 의원이다. 이들은 많게는 65건, 적게는 37건의 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본회의의 단단한 벽을 뚫지 못하고 최하위(전체 38위)를 기록했다.
물론 비례대표 의원들의 한계 때문에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는 지적도 있다.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법안이 본회의 최종 통과의 ‘마침표’를 찍기 위해선 또 다른 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비례대표 의원은 “우리가 하나의 입법기관임에도 불구하고 꼭 하고 싶은 정책들을 끝까지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경향이 있었다”면서 “법안 통과가 잘 안 됐다. 초선이고 비례다 보니 정치력이 없었기 때문이다”고 토로했다.
그렇다면 가장 성실하게 본회의에 참석한 ‘출석왕’은 누굴까. 바로 문정림 의원이다. 앞서 실속왕을 거머쥐었던 문정림 의원은 2관왕을 차지했다. <일요신문>이 참여연대의정감시센터 ‘열려라 국회’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문 의원의 국회 본회의 출석률은 98.85%였다. 간호협회장 출신인 신경림 더민주 의원(97.7%)과 2위를 차지했다. 투기자본감시센터 운영위원을 지낸 김기준 의원과 백군기 의원(97.13%)이 나란히 그 뒤를 이었다. 최민희 의원(95.98%)이 5위를 기록했다.
반면 청년 비례 대표 출신으로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활동한 장하나 더민주 의원(63.79%)은 저조한 출석 성적을 보였다. 주영순 의원(66.67%)과 박창식 의원(79.89%)이 장 의원의 뒤를 이었다. 세 의원을 제외한 다른 의원들은 80% 이상의 본회의 출석률을 기록했다. 장 의원 측근은 “밀양 송전탑 등 문제가 터졌을 때 지역민들이 환노위 의원들에게 참석 요청을 할 때가 많았다. 본회의 때문에 내려가지 못하는 다른 의원들을 대신해 자주 내려갔다. 보좌진 역시 현장 목소리를 듣는 게 더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