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에 신선한 난자 동결해 40대에 수정해 임신
만혼을 대비한 여성들의 난자 동결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로스쿨 졸업을 앞 둔 정 아무개 씨(27)는 요새 ‘난자 동결’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다.
정 씨는 “신문 기사를 보고 ‘난자 동결’에 대해 알게 됐다. 현재로선 취업 시기가 늦어진 만큼 결혼 시기 또한 불투명하다”면서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고 사회생활을 안정화하기까지 시간이 더 늦어질 텐데 여유가 된다면 난자 동결 시술을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차병원 난임센터 ‘37난자은행’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난자를 동결 보관을 한 미혼 여성은 128명이다. 2013년도와 2014년도에는 각각 30명과 56명의 미혼 여성이 난자 동결 시술을 받았다. 2013년에 대비해 지난해 난자 동결 시술을 받은 미혼 여성은 4배 이상 증가한 수치를 보이고 있다. 1년 전인 2014년과 비교해도 2배 이상 증가했다.
그렇다면 누가 난자 보관을 주로 할까. 상당수의 전문직 여성들이 젊은 시절부터 난자 보관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35세에서 40세 이하의 전문직 여성들이 36%로 가장 높았고 40대 여성들이 35%로 뒤를 이었다. 20대도 14%를 차지했다.
20대 여성은 ‘질병 원인’으로 난자 동결 시술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희준 강남 차병원 산부인과 난임센터 교수는 “양쪽 난소에 물혹이 발견돼 수술할 상황이 생겨 난소 기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을 때 난자 동결을 고려할 수 있다“며 ”이땐 수술 후엔 난소 기능이 떨어지므로 수술 전 난자 동결을 시행하게 된다. 혹은 선천적으로 난소 기능이 떨어져 있을 때 난자 동결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난자를 동결하는 이유에 대해선 ‘만혼 대비’가 62%로 1위를 차지했다. 이 교수는 “초혼 연령이 늦어져 난자 동결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고학력과 청년 실업 등 사회적 문제가 추세의 주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급속 냉동 기술’이 처음 나온 건 10년이 넘었다. 하지만 기술적 안정성을 인정받고 난자 동결에 급속 냉동 기술이 적용된 시기는 근 몇 년 사이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가 말하는 ‘급속 냉동 기술’은 지난 1998년 차병원이 처음 개발한 시술법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이 기술이 쓰이는 추세다. ‘유리화 동결 기술’의 핵심은 난자를 얼음보다 딱딱한 알갱이 형태로 보존하는 것이다. 슬러시 질소를 이용해 난자를 영하 210도까지 급속 냉동시키는데 그 과정에서 동결 보존액이 난자 안으로 파고들어 유리처럼 굳게 된다. 이렇게 보존해야 상온에서 해동할 때 생물학적 기능 복원이 수월하다. 해동된 난자는 세포벽이 신선한 난자보다 딱딱하기 때문에 미세 바늘로 난자 벽에 구멍을 뚫어 정자를 안으로 주입하는 방법으로 인공수정을 시킨다.
병원을 방문하는 여성들은 대개 난자 동결 시술에 대한 정보를 이미 습득하고 내원한다. 이 교수는 “시술에 대해 알고 상담하는 환자는 대부분 서비스를 받는다. 나이가 많은 여성들이 관심을 갖고 내원하기 때문”이라며 “난자 동결에 대해 알고 있어도 20대는 거의 오지 않는다”고 현장 분위기를 설명했다.
이 교수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이 교수는 “난자 동결을 했더라도 ‘최대한 빨리 결혼을 하라’고 조언한다”면서 “임신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것은 ‘엄마의 나이’다. 때문에 가능하면 젊은 나이에 난자를 동결할수록 좋다”고 말했다. 난자 동결을 젊은 나이에 추천하는 이유는 또 있다. 나이가 젊을수록 난자가 많이 나오기 때문. 이 교수는 “40대 중반 이전엔 배아 이식을 해야 한다. 생리를 규칙적으로 할 때 자궁 내벽이 두꺼워져 임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