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노래는 ‘기본’…급이 다른 비주얼은 ‘필수’
아이오아이 센터를 맡고 있는 전소미. 사진제공=엠넷
신인 걸그룹이 론칭되면 기자들이 소속사 관계자들에게 가장 먼저 묻는 질문 중 하나다. 그룹의 중앙에 위치하는 멤버가 누구냐고 묻는 것이다. ‘센터(center)’는 단어의 뜻 그대로 그룹의 중심, 즉 에이스(ace)를 의미한다.
아이오아이를 배출한 <프로듀스 101> 역시 결국 ‘센터’를 뽑는 프로그램이었다. 101명의 지원자 중 최종 멤버로 발탁된 11명은 A~F 그룹으로 나뉜 101명 중에서 센터였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11명 가운데 센터는 단연 1위를 차지한 전소미다. 무대를 꾸미는 동안 가운데 서는 멤버의 얼굴은 바뀌지만 통상 시작과 끝은 전소미다. 그만큼 주목도가 높고 팀 내 위상을 말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다들 센터를 꿈꾼다.
통상적으로 센터의 필요조건은 무엇일까? 아이오아이의 경우 ‘인기’였다고 볼 수 있다. ‘국민이 뽑는 걸그룹’이라는 콘셉트를 가진 아이오아이 멤버 중 가장 많은 득표를 한 인물이 전소미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시청자들이 전소미를 선택해 그에게 표를 던질 때는 외모뿐만 아니라 춤, 노래 실력, 매력 등 모든 항목을 종합해서 결론을 내렸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기획사에서 이미 만들어진 후 대중에게 공개하는 대다수 걸그룹의 경우 인기도를 미리 짐작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센터를 맡는 멤버는 소속사 내부에서 미리 정해진다.
많은 가요 기획사 관계자들은 “뭐니 뭐니 해도 외모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무대를 시작할 때와 마무리할 때 카메라 앵글에 가장 많이 담기고 대중의 눈에 자주 노출되는 만큼 출중한 외모를 갖춰야 주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역대 최고의 걸그룹으로 손꼽히는 소녀시대의 경우 윤아가 가장 많이 센터에 섰다. 청순한 외모에 가녀린 체형이 남성들의 보호 본능을 자극하며 ‘가장 소녀다운 멤버’라는 평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걸맞게 윤아는 소녀시대 멤버 중 가장 먼저 배우로도 활동하며 주연 자리를 꿰찼고, 현재는 중국 드라마 <무신 조자룡>을 통해 ‘대륙의 여신’으로 거듭났다.
그렇다면 요즘 활동하는 걸그룹의 센터는 어떤 얼굴이 장식하고 있을까? 성장세가 두드러진 AOA의 센터는 단연 설현이다. 한 통신사 광고에서 뒤태를 공개하며 입간판 도난 사건의 발단이 된 설현은 출중한 외모를 바탕으로 각종 CF를 휩쓸고 있는 ‘대세’다.
물론 가수로서의 능력은 설현을 능가하는 멤버들이 많다. 메인 보컬인 초아, 메인 래퍼인 지민 등도 인지도가 높지만 설현의 인기는 압도적이다. 청순함과 섹시함이 공존하는 얼굴에 동양인이라고 믿기 힘든 몸매까지 갖췄다.
AOA 센터를 맡고 있는 설현. 사진출처=AOA 페이스북
같은 이유로 신곡 <치어 업>을 발표하고 활발히 활동 중인 트와이스의 센터는 대만인 멤버 쯔위다. 외국인이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그는 빼어난 외모를 바탕으로 각종 CF를 섭렵하고 있다. 한국어 발음이 완벽하지 않은 탓에 노래와 랩 파트가 타 멤버에 비해 적지만, 그는 중심에 선다. 올해 초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해 모국인 대만기를 흔들었다가 양안 사태까지 불거지며 사면초가에 놓이기도 했지만 ‘쯔위는 피해자’라는 인식이 확산돼 동정 여론이 일며 오히려 인지도가 상승하는 효과를 누렸다.
실력파 걸그룹으로 손꼽히는 마마무의 중심은 리더이자 맏언니인 솔라가 맡고 있다. 출중한 노래 실력까지 갖춰 MBC <복면가왕>의 판정단이 “마마무의 솔라 아니냐?”고 수시로 추측할 정도다. 외모와 가창력을 겸비했으니 요즘 한창 주가를 높이고 있는 마마무의 센터를 맡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오늘부터 우리는’에 이어 ‘시간을 달려서’까지 성공시키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걸그룹 여자친구는 그룹과 대표곡의 인지도에 비해 각 멤버들의 얼굴과 이름은 대중에게 깊이 각인되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예린이 센터로서 탄탄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센터 자리는 고정되지 않았다. 신곡의 콘셉트에 따라 이미지가 맞는 멤버가 센터로 자리를 옮기기도 한다. 더 확실한 방법은 인기다. 제 아무리 외모가 뛰어나고 실력이 월등해도, 대중의 사랑을 받는 멤버를 뛰어넘긴 어렵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아이돌 그룹 제국의아이들이다. 데뷔 초기에는 배우 한가인과 비슷한 외모를 가진 동준이 중심이었지만 이후 박형식, 임시완 등이 예능, 드라마, 영화 등을 통해 큰 인기를 얻으며 센터자리 바통을 이어받았다.
한 중견 기획사 대표는 “센터는 그룹의 상징적 위치”라며 “팀 전체가 유명해지기 전 특정 멤버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팀이 주목받기도 한다. 그만큼 센터에 누구를 배치하느냐는 것은 전략적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센터에 연연한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무대에 서는 가수로서 노래와 춤 등 무대를 꾸미는 요소가 중요한 만큼 센터가 아니라도 메인 보컬과 래퍼가 부각되는 순간이 많기 때문이다. 또한 가운데 자리 잡고 있지 않아도 군무를 출 때 춤 솜씨가 좋은 멤버는 도드라진다.
이 관계자는 “한 명의 멤버가 맡는 파트가 지나치게 많거나 관심이 집중되면 다른 멤버들의 불만이 커지며 팀 내 균열이 생겨 롱런할 수 없다”며 “결국 센터를 맡는 것도 팀 내 하나의 역할일 뿐이다. 외모가 뛰어나고 인기가 많은 멤버를 센터에 세우듯, 각각의 장점을 살린 적당한 역할이 주어져야 팀이 균형을 이루며 오래 사랑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