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기간에 ‘가족’써… “진국·뚝배기 같은 남자”
김진규와 곽태휘가 맞트레이드됐을 때만 해도 곽태휘는 O&D 소속 선수가 아니었다. 그러나 곽태휘는 O&D 소속인 김진규가 FC서울로 가게 된 데 대해 서운함을 앞세우기보단 당시 소속사가 없었던 자신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일부러 O&D와 인연을 맺는 방법을 택했다. 그러면서 전남에서 열심히 뛸 테니까 자신이 주전 선수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김양희 사장은 “전남으로 이적할 당시만 해도 곽태휘의 국가대표팀 입성은 요원한 일로 보였다”면서 “그러나 전남으로의 트레이드가 곽태휘에게 큰 자극제가 됐다. 보통 트레이드 후에 연봉을 소폭 인상해서 받는 게 보통인데 곽태휘는 시즌이 끝난 뒤 자신에 대해 정당한 평가를 받겠다며 연봉 인상도 거부했다”고 말한다. 결국 곽태휘는 좋은 성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했고 대표팀에도 뽑히는 등 겹경사를 맞으며 구단으로부터 만족할 만한 대우를 받게 된다.
곽태휘는 에이전트사로 O&D와 정식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계약 기간을 묻는 빈 칸에 ‘가족’이라고 써 넣어 김 사장을 놀라게 했다.
“보통 3년, 5년, 이렇게 숫자를 써넣는데 반해 곽태휘는 ‘가족’이라고 쓴 것이다. 즉 우리와의 관계를 햇수로 표현하기보다 영원히 함께하겠다는 의미였지만 계약은 계약이기 때문에 회사 측에서 오히려 숫자로 표기해달라고 부탁할 정도였다.”
시즌을 마치고 구단과 재계약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도 곽태휘는 에이전트사에 자신의 연봉을 백지위임했다. 구단과 에이전트사가 협상하는 대로 따르겠다는 의미였다.
김 사장은 “에이전트로서 복이 많은 것 같다. 이을용, 김진규에 이어 곽태휘까지 우리와 인연을 맺은 선수들의 마음 씀씀이에 감탄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이 선수들은 아무리 스타가 되고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어도 변함이 없다. 이런 선수들과 함께 작업을 하는 일이 너무나 행복하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