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우춘슈라고 아시죠? 아시아 기록을 보유 중인 중국의 간판 여자마라톤선수예요. 우리 이봉주 선수가 베이징올림픽 직전 다롄에서 저우춘슈와 함께 훈련하기로 했어요. 그래서 최근 이곳에 다녀왔는데 정말 놀랐어요. 저우춘슈가 올림픽에서 우승하면 얼마 받는지 아세요? 무려 5000만 위엔이랍니다. 한국 돈으로 75억 원이죠.”
최근 중국을 다녀온 조덕호 삼성전자육상단 사무국장의 말이다. 포상금 액수가 너무 커 여러 차례 확인을 해 보니 량쑹리 코치가 직접 한 말이라고 했다. 2007런던마라톤 우승자 저우춘슈는 올해 디펜딩챔피언으로 25만 달러(2억 5000만 원)라는 거액의 조건으로 대회에 초청받았지만 여기에도 응하지 않았다.
매주 <일요신문>에 베이징올림픽 관련 현지자료를 보내고 있는 전병오 씨(28·북경체육대학 박사과정)는 “요즘 중국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제2의 성당시대”라고 설명했다. ‘성당(盛唐)시대’는 당태종과 장안으로 유명한 중국의 당나라 융성기를 말한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계기로 중국이 지난 100년간의 굴욕기를 딛고 정치 군사 경제 스포츠 등 모든 분야에서 미국에 견줄 만한 세계 최고의 국가로 거듭난다는 의지가 이 모토에 담겨 있는 것이다.
중국이 미국을 제치는 첫 번째 분야가 바로 스포츠인 것이다. 시드니 올림픽 3위에 이어 4년 전 아테네에서 금메달 32개로 미국(36개)에 이어 간발의 차로 종합 2위를 기록한 중국은 이제 홈에서 미국을 제친다는 욕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를 위해 올림픽 28개 전종목에 지난 10여 년 동안 엄청난 투자를 했다. 마라톤이 올림픽의 간판 종목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한다면 저우춘슈가 70억 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포상금을 언급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더 놀라운 것은 중국은 선수뿐 아니라 코칭스태프에게도 비슷한 수준의 포상금을 준다. 올림픽 금메달이 ‘로또’나 다름없는 셈이다.
중국의 종합 1위 등극 가능성에 대해서는 언론매체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대체로 중국이 40개가 넘는 금메달로 1위에 등극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올림픽뉴스 전문웹사이트인 ‘어라운드 더 링스(Around the Rings)’처럼 기초종목에서 강한 미국(47개)이 중국(38개)을 따돌릴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중국이 당근과 채찍에 홈어드밴티지, 그리고 편파판정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짜요(加油) 금메달’에 나설 것은 분명하다.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한국과의 메달 쟁탈전이다. 중국은 메달밭인 육상 수영(경영) 등에서는 미국에 일방적으로 밀린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중국은 전통적 강세 종목인 다이빙(금 8개), 여자 역도(4개), 배드민턴(7개), 탁구(4개)에서 ‘싹쓸이’가 목표다. 또 여자태권도 여자유도 등에서도 금메달을 겨냥하고 있다. 다이빙을 제외하면 모두 한국의 전략종목과 겹치는 것이다. 베이징에서 한국의 목표는 금메달 8~10개로 2회 연속 종합 10위권에 드는 것이다. 목표 금메달 중 2~3개만 중국에 내줘도 큰 차질이 빚어진다. 올림픽을 코앞에 두고 대한체육회 수장이 중도하차해 어수선한 한국 스포츠, 과연 베이징올림픽에서 어떤 성적표를 받아 쥐게 될까.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
온라인 기사 ( 2024.12.08 18: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