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카페 통해 여학생 꾀어내 성매매 강요하는 ‘쓰레기’들 많다
여성가족부 조사에 따르면 2014년 전체 청소년 가운데 11%가 한 번 이상 가출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출 청소년의 대부분은 가출 원인을 ‘가족과의 갈등’으로 꼽았으며, 가출 청소년의 절반 가까이가 가정폭력을 겪은 경험이 있다고 답변했다. 가정에서 보호받지 못한 위기 청소년들의 마지막 선택, ‘가출팸’의 세계를 따라가 봤다.
지난 4월 26일 수원지법 안산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김병철)는 가출 청소년 11명에게 성매매를 강요하고 성폭행한 혐의로 서 아무개 씨(34)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서 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숙소와 일행을 구하는 글을 올린 여학생들에게 접근해 “가출한 사람들이 편의점, 주유소 등에서 일하며 함께 살고 있다”며 꾀어 경기 파주시의 작은 원룸으로 데려왔다. 가출팸을 만든 그는 피해자들에게 숙식을 제공하는 대신 성매매를 강요했다. ‘1일 2회 조건만남을 하고, 1일 2회의 의무를 다하지 않을 경우 1회분의 생활비를 차감한다‘는 계약서까지 쓰도록 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가출 청소년들이 모여 사는 ‘가출팸’이 범죄에 이용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영화 ‘타인의 멜로디’ 스틸컷.
피해 청소년들은 서 씨의 강요에 따라 지난해 2월부터 7월까지 5개월 동안 경기지역 일대에서 남성 200여 명을 상대로 1000회 이상의 성매매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서 씨는 ‘성매매를 위한 연습을 해야 한다’며 직접 90여 차례의 성폭행을 가하기도 했다.
34세 서 씨가 13세부터 17세까지의 어린 여학생들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경로는 ‘가출카페’였다. 대형 포털사이트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일명 ‘가출카페’는 가출한 청소년들이 정보를 공유하거나 고민을 상담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다. 검색결과 네이버에서는 45개, 다음에서는 367개의 가출 관련 카페가 검색됐다. 규모가 큰 가출카페의 경우 회원수가 9000여 명에 달했다.
기자가 직접 가출카페에 가입해 살펴본 결과, 가출카페에서 가장 활성화되고 있는 게시판은 ‘일행구해요’와 ‘도움드려요’ 게시판이다. 가출 청소년들은 이곳에서 함께 생활할 친구를 구하거나 숙식을 제공해 줄 누군가를 구하고 있었다. “아르바이트를 해 월급을 받았으니 주변에 배고픈 친구가 연락하면 밥을 사주겠다” “밥은 먹고 다니느냐?” 등 힘든 처지에 서로 도움을 주고받거나 안부를 묻는 글이 다수였다. 여성 청소년이 숙소를 찾는 글에서는 “쉼터를 찾아가는 편이 안전하다”는 진심어린 충고도 찾아볼 수 있었다.
문제는 이런 카페를 악용하는 이들도 많다는 점이다. 키스방 아르바이트나 조건만남을 할 여성을 구한다는 노골적인 게시글부터 ‘용돈이나 담배 필요한 여자에게 도움을 주겠다’ ‘남자만 사는 집이라 여동생처럼 지낼 여자를 구한다’는 글까지 다양한 유혹이 존재했다.
가출카페에 가입한 지 이틀째라고 밝힌 한 회원은 게시글을 통해 “도움이 필요하면 메신저로 연락하라던 이들이 남자라고 밝히자 답장하지 않더라”며 “도움드려요 게시판의 글은 대부분 여자 가출 청소년을 찾는 남자 혹은 남자로 구성된 무리인 것 같다. 조건만남을 알선하거나 범죄에 악용하려고 한다”고 경고했다.
대형 포털사이트의 한 가출카페.
가출 청소년들은 가출카페에서 메신저 아이디를 주고받은 뒤 스마트폰 채팅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연락한다. 이때 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채팅 어플은 인적사항을 조작할 수 있어 범죄에 악용되기 쉽다. 실제로 기자가 어플을 다운받아 실행해 본 결과, 닉네임과 성별, 연령, 지역을 임의로 설정할 수 있었다. 별도의 인증과정 역시 없었다. 결국 온라인을 통해 연락하는 가출 청소년들은 일행을 구한다거나 도움을 주겠다는 이들을 직접 대면하기 전까지 상대가 밝히는 인적사항의 진위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한편, 기자가 실행한 채팅 어플리케이션에서 성매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성매수자들이 당장 머물 곳이 없는 가출 청소년의 처지를 악용, 채팅과 쪽지를 통해 은밀한 제안을 하고 있었다. 기자는 프로필을 미성년자로 설정하고 이를 알렸음에도 불구하고 “만남을 원한다”는 메시지를 수차례 받았다. 무턱대고 음란한 사진을 보내오거나 금액을 부르는 이도 있었다. 어플 실행과 동시에 성범죄 유혹에 무방비하게 노출되는 셈이다.
실제로 ‘가출한 청소년들이 어떻게 아르바이트를 구해서 생활하느냐’는 질문에 한 가출카페 회원은 “나이가 있다면(성인이라면) 숙식알바가 가장 좋으나, 미성년자는 부모의 동의 없이 고용하는 것이 불법이라 보통 알바일은 구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다른 회원은 “공장 아르바이트도 나이가 어려 힘들다”며 “결국 일을 구하지 못한 애들은 화류계의 유혹에 빠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진란영 탁틴내일 청소년 성문화센터장은 “과거 가출 청소년들은 주유소, 편의점 같은 곳에서 일자리를 구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마저도 어른들이 하게 되면서 자립을 위해 일자리를 구하는 가출 청소년들이 일할 수 있는 곳이 더욱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업장을 통해 불법 성매매가 이뤄진 반면, 디지털화가 이뤄지며 채팅 어플 등을 통해 성매수자들이 청소년들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며 “가출 청소년들을 유혹하는 불법 성매매 범죄를 일부 청소년들의 일탈이나 비행으로 바라봐선 안 된다. 학생들의 어려운 처지를 성범죄에 악용하려는 수요자, 성매수자들에게 먼저 책임을 묻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여다정 인턴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