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함성 들리지? 큰 무대 서 봤어?
▲ 사직구장을 가득 메운 롯데 팬들. | ||
우여곡절이 많았던 두 팀이 2008년 준플레이오프에서 맞붙게 됐다. 10월 8일 개막이 예정된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에선 롯데와 삼성이 격돌한다. 두산은 지난 2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우리와의 원정 경기에서 16-3 대승을 기록하며 페넌트레이스 2위를 확정지었다. 이로써 2녀 연속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거머쥔 것. 그렇다면 3위 롯데와 4위가 확정된 삼성이 5전3선승제의 준플레이오프에서 만나게 된다.
프로야구는 82년 시작됐다. 당시 6개 팀으로 출발한 프로야구에서 현재까지 팀 명칭이 바뀌지 않은 ‘유이’한 팀이 바로 롯데와 삼성이다. 그만큼 역사가 길기에 두 팀은 포스트시즌 맞대결에서 숱한 명승부를 연출해왔다. 롯데는 2000년 이후 8년 만에 ‘가을 잔치’에 초대됐다. 그런데 그 첫 상대가 삼성이라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이른바 ‘경상도 시리즈’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롯데와 삼성이 포스트시즌에서 처음 대결한 건 그 유명한 84년 한국시리즈에서였다. 롯데는 최동원의 4승 투혼과 유두열의 3점 홈런 등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며 4승3패로 삼성을 꺾고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전기리그 우승팀 삼성은 껄끄러운 OB 베어스를 피하기 위해 9월 22일과 23일 열린 롯데전에서 일부러 패하는 ‘져주기 경기’를 했다. 롯데는 후기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결국 삼성의 의도대로 한국시리즈 파트너는 롯데가 됐다. 하지만 삼성은 스스로 파놓은 덫에 빠져 영광과 명예를 모두 잃고 말았다.
▲ 이대호 | ||
로이스터 감독은 화려하진 않아도 꾸준하게 활약했던 빅리거 내야수 출신이다. 삼성 선동열 감독은 현역 시절 한국프로야구를 점령했던 명투수 출신. 그런데 두 팀은 현재 감독의 고유 포지션에서 약점을 드러내고 있어 아이러니하다.
롯데는 9월 30일 현재까지 올시즌 84개의 실책을 기록, SK와 더불어 가장 많은 실수를 한 팀이다. 특히 롯데 내야진은 가끔가다 어처구니없는 실책을 저질러 다 이긴 경기를 내주는 사례가 잦았다. 감독이 명 내야수 출신인데 정작 팀은 내야가 불안하다. 물론 로이스터 감독은 “과감한 수비를 하다 보니 실책이 많아진 것일 뿐 수비 내용은 오히려 나아졌다”고 자평하고 있지만 말이다. 이 같은 롯데 내야진의 수비 불안 요인은 최근 7년간 포스트시즌 무대에 서지 못했던 젊은 선수들의 경험 부족과 맞물릴 경우 초라한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게 프로야구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오승환 | ||
롯데와 삼성의 대결은 구장 효과와 관록의 충돌이란 점에서 눈여겨볼만하다. 롯데는 올해 홈관중 137만 9735명으로 프로야구 단일시즌 흥행 신기록을 세웠다. 홈 63경기 가운데 21경기가 매진됐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도 롯데의 홈인 사직구장은 3만 명 매진이 확실하며 벌써부터 암표상 단속이 심각한 과제로 거론되고 있을 정도다. 준플레이오프 1, 2, 5차전이 사직구장에서 열린다. 3만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을 등에 업은 롯데가 분위기면에서 상당히 이점을 갖고 있는 셈이다. 삼성의 홈인 대구구장은 1만 2000석 규모로 작다. 홈구장 효과에서만큼은 롯데가 삼성에 비해 월등하다고 봐야 한다.
반면 삼성은 전통이 가져다준 잠재력을 기대하고 있다. 삼성은 이번 포스트시즌 진출로 12년 연속 가을잔치 참가라는 대기록을 이었다. 국내에선 당연히 최장 기록이며, 미국 프로스포츠 최장 기록인 메이저리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1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기록에도 도전장을 내밀 만하다. 꾸준하게 포스트시즌에 참가했다는 것은 큰 경기, 중요한 무대에서 선수들이 떨지 않는 전통을 갖췄다는 걸 의미한다. 간단히 말해, 선수들이 ‘무대 공포증’에 대한 내성이 생겼다는 얘기다.
준플레이오프가 다가오면서 두 감독도 야망을 드러내고 있다. 롯데 로이스터 감독은 “챔피언이 되고 싶다. 정규시즌처럼 편안하게 치르겠다”라면서 준플레이오프는 하나의 과정일 뿐이라는 자신감을 보였다. 삼성 선동열 감독은 즉답을 회피하면서도 “솔직히 우승까지는 너무 힘들다. 하지만 만약 주변에서 준플레이오프를 놓고 내기를 거는 분들이 있다면 삼성에게 베팅하라고 충고하고 싶다”며 포스트시즌 첫 판에선 이길 수 있다는 뉘앙스를 내비쳤다. 승부가 5차전까지 진행되면 두 팀 모두에게 손해다. 어떻게든 4차전 이내에서 승부를 끝내고 휴식일을 벌어둬야 플레이오프에 올라가서도 승산이 있다. 따라서 이번 준플레이오프는 시작부터 총력전이 될 전망이다.
김남형 스포츠조선 야구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