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악화 불구 사장 기본급 인상해 구설수에…
그럼에도 정부는 더 강경한 목소리를 내며 도입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0일 국무회의에서 “120개 공공기관 모두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적극 독려해주길 바란다”며 올해 안에 완료해줄 것을 주문하자 정부 각 부처는 성과연봉제 도입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공공기관 중에는 이미 성과연봉제를 실시하고 있는 곳이 있다. 한국광물자원공사(광물공사)가 대표적이다. 광물공사는 2011년 1월부터 간부를 대상으로 성과연봉제를 실시하고 있다. 또 2014년 1월부터는 전 직원이 성과연봉제 대상이 됐다.
강원도 원주에 있는 한국광물자원공사 신사옥.
그러나 성과연봉제 실시 이후 광물공사의 실적과 재무 상태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광물공사는 지난해 1조 1573억 원의 영업적자에 2조 636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손실 규모가 전년(2014년) 대비 10배나 늘어났다. 지난해 부채는 4조 6206억 원으로 부채비율이 무려 6905%다. 2011년 150%에서 4년 만에 부채비율이 40배가 넘게 폭등했다. 광물공사는 ‘중장기 재무건전성 강화’라는 전략 과제를 내세우고 있음에도 실적과 재무 상태는 완전히 반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성과연봉제가 오히려 독이 됐다는 해석이 가능할 정도다.
광물공사는 지난 3월, 오는 2020년까지 정원의 20%를 감축하고 전 임직원이 임금의 최대 30%를 반납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고강도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는 또 성과 부진자를 대상으로 ‘2진 아웃제’를 도입한다는 것도 포함돼 있다. 즉 두 번 연속 성과가 부진하다는 평가를 받은 직원들은 ‘정리’하겠다는 것이다. 성과연봉제가 개인의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라기보다 직원들을 손쉽게 정리할 수 있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광물공사 관계자는 “기재부 방침이 변경 움직임이 있어 정확한 지침이 내려올 때까지 보류 중”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광물공사 사장의 기본급은 꾸준히 인상된 것으로 나타나 비난을 사고 있다.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할 만큼 실적이 악화했음에도 사장 기본급만은 인상됐다는 사실은 납득하기 힘든 일이라는 견해가 적지 않다. 게다가 성과연봉제 실시로 성과가 부진한 직원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현실에서 성과가 부진한 사장의 기본급은 매년 상승했다는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나 보인다.
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2011년 B등급(양호)을 받은 광물공사는 2012년 E등급(아주 미흡), 2013년 C등급(보통), 2014년 E등급을 받으며 좋지 않은 평가를 받았다.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사실상 해당 기관장의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니만큼 광물공사 사장은 낙제점을 받았음에도 불이익은커녕 오히려 기본급이 계속 인상돼 온 것이다.
2011년 9432만 4000원이던 광물공사 사장의 기본급은 2015년 1억 628만 4000원으로 1년 평균 299만 원이 올랐다. 광물공사 관계자는 “기획재정부 지침에 따라 임원 기본급을 인상해 책정한 것”이라며 “성과급의 경우도 회사에서 결정하는 것은 없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즉, 사장 기본급은 기획재정부에서 인상해줬다는 얘기다.
지난해 11월 신임 사장으로 취임한 김영민 광물공사 사장.
심지어 지난해 6월 고정식 전 사장이 해임되고 11월 김영민 현 사장이 임명되기까지 5개월 간 사장자리가 공석이었음에도 올해 다시 사장 기본급이 인상됐다. 비록 공공기관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은 이유로 고 전 사장이 해임됐지만 5개월 간 사장 공백기가 있었고 관련 부서 경험이 전무한 인물을 신임 사장으로 임명하면서 관례처럼 사장 기본급을 인상시켜줬다는 것은 문제로 지적된다.
이홍 광운대학교 경영대 교수는 “이러한 행태는 국가 재원의 효율적 배분과 공공기관의 혁신을 추구하는 기재부의 역할에 맞지 않는 것”이라며 “공공기관 수장에 대한 더 정교한 평가와 그에 따른 연봉 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상래 인턴기자 scourge2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