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고건 ‘고폭실험’ 후 중도 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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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개편은 새로운 시대정신을 담아야 한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는 김 전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창당 주역들은 정계개편 논의의 한 축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나라당의 독주를 막기 위해 민주당과 고 전 총리가 힘을 합쳐 통합신당을 창당한 후 여권내 통합파를 끌어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고 전 총리의 정치결사체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알려진 ‘북촌포럼’의 실체와 관련해 순수한 토론 모임이라고 밝힌 김 전 의원은 포럼에는 전직 의원 및 일부 현역 의원도 참여할 것이라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8일 오후 김 전 의원을 만났다.
─열린우리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 새판짜기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는데 정계개편에 대한 견해는.
▲정계개편은 새로운 시대정신을 담아내는 그릇이 되어야 한다. 최근 정치권 주변에서 일고 있는 범 평화민주 세력의 정계개편 논의는 오늘의 한국 사회를 분열과 퇴행으로 이끌었던 노무현 정권의 실정과 책임에 대한 진정한 참회나 통렬한 자기성찰이 선행된 뒤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반성을 근간으로 해서 도출된 새로운 시대정신을 담보하는 형태로 이루어져야 함은 자명한 이치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는 정계개편론에는 자신들의 퇴락한 정치적 생명력을 연장하려는 정략적 의도를 지닌 일부 열린우리당 인사들의 정파적 목적을 반영하는 우려할 만한 목소리들이 담겨져 있다. 나는 이에 노무현 정권의 총체적 실정 때문에 초래된 대한민국의 정치·경제·사회적 갈등과 모순을 극복하고 선진 한국을 견인할 동력을 결집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정계개편이 논의되고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다.
─정계개편 과정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노무현 대통령의 영향력이 적지 않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는데 전·현직 대통령의 역할론에 대해서는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나.
▲한마디로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단호히 반대하고 여기에 기대는 정치세력이 있다면 거센 국민적 비판과 역풍을 맞게 될 것이다. 특히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창당 주역들은 정계개편 논의의 한 축이 될 수 없다. 노 대통령은 개인의 권력 강화를 위해 친위정당을 만들었고 열린우리당은 민주당 분당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함으로써 민주세력을 분열시킨 원죄가 있기 때문이다.
또 일부 정치세력들은 아직까지도 DJ의 영향력을 믿고 그분의 후광을 기대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는 DJ의 업적을 훼손시키는 것이고 DJ 또한 그렇게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민주당 의원 출신으로 열린우리당 분당 국면을 바라보는 소회가 남다를 텐데.
▲열린우리당은 “100년 정당의 초석을 다지겠다”는 당찬 포부를 기치로 출범했다. 그런 정당이 3년도 채 안 지나서 분당이니 분열이니 하면서 극도의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소가 웃고 국민이 비웃을 일이다.
─범 여권 대권주자로 분류되고 있는 고건 전 총리가 12월께 독자신당을 창당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는데 대권주자로서 고 전 총리의 장·단점 및 경쟁력을 평가한다면.
▲독자신당을 창당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범여권 통합신당이 추진될 경우 큰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본다. 고 전 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을 지내는 등 풍부한 국정경험과 인품을 지닌 준비된 대권후보다. 또 부패하지 않은 국민통합형 지도자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정치적 결단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정치 지도자로서 보완해야 할 점으로 본다.
─독자 신당이 어렵다면 어떤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고 보나.
▲우선 민주당과 고 전 총리가 신당 창당으로 힘을 합쳐야 한다. 두 세력이 노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기치로 1차 통합신당을 창당하는 이른바 정계개편 고폭실험을 선행한 뒤 열린우리당 통합파를 끌어안는 2차 민주중도세력을 아우르는 통합신당을 만들어야 한다.
─민주당이나 고 전 총리는 서로 자기 세력을 중심으로 한 통합을 주장하고 있는데.
▲기 싸움에 불과하다. 민주당이나 고 전 총리가 처한 정치 환경에 비춰볼 때 결국 통합신당에 동의할 것으로 본다. 민주당과 고 전 총리 측을 접촉하면서 조율을 하고 있는 만큼 좋은 결과가 도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내 스스로도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정계개편이 이뤄질 수 있도록 물꼬를 트는 길라잡이 역할을 다 할 생각이다.
─고 전 총리가 신당 기치로 내건 중도실용주의 개혁노선과 김 전 의원이 지향하고 있는 정치적 이념과 일치한다고 생각하나.
▲중도세력이라는 점에서는 일치한다. 하지만 고 전 총리는 중도보수에 가깝고 나는 중도개혁 성향이다. 차기 대선구도가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 대 중도세력을 정점으로 한 중도세력간 대결구도로 전개될 경우 중도보수를 대표하는 고 전 총리가 앞장서고 중도개혁 세력이 함께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
─고 전 총리와 등거리 관계를 유지해 온 김 전 의원도 신당 창당 과정에서 막후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데.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된다면 고 전 총리를 적극 지지할 생각이다. 하나는 중도개혁 세력을 끌어 안을 수 있어야 하고 두 번째는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을 신당에 참여시키지 않는다는 판단이 같아야 한다. 또 햇볕정책 등 남북문제를 공유할 수 있는 합의점을 도출시켜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나라당의 독과점 체제를 막고 건전한 견제·비판 세력을 양산해야 한다는 차원에서도 평화민주중도세력을 결집시키는데 역할을 다할 생각이다.
─김 전 의원이 추진하고 있는 ‘북촌포럼’의 실체 및 활동 방향을 설명한다면.
▲민주당 분당이후 탄핵 후폭풍을 맞은 중도개혁 세력이 의탁할 곳이 없었다. 북촌포럼은 이러한 중도개혁 세력을 결집시키고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고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모임이다. 다음달 초 창립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중장기적 비젼과 정책을 만들과 새로운 정치 인물을 발굴하는데 앞장설 것이다.
─포럼에 참여하고 있는 주요 인사들은 누구인가.
▲40대 전문가 집단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전직 의원과 일부 현역 의원도 참여할 것으로 본다.
─현역 의원은 누구인가.
▲현재로선 실명을 밝힐 수 없다. 민주당을 비롯한 일부 의원이 참여의사를 밝혀 왔다.
─정치권 일각에선 ‘북촌포럼’이 고 전 총리의 정치결사체 역할을 할 것이란 소리도 나돌고 있는데.
▲포럼은 순수한 토론모임 형태로 운영할 것이다. 다만 개인적으로 고 전 총리와 정치적 뜻을 함께하는 것은 막을 수 없지 않겠는가.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