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 동국대 총장 시절 박사학위 취득 과정도 아리송
국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주고 계파 갈등이 극에 달한, 내우외환 상황을 맞고 있는 새누리당은 김 위원장이 혁신의 적임자라고 설명한다. 그만큼 구원투수로 등판한 김 위원장에게 거는 기대가 남다른 모습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본격 활동을 시작하기도 전에 장남 채용 문제에 있어서 부적절한 처신을 보인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김희옥 새누리 혁신비대위원장.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김 위원장은 지난 2014년 경기대 교원 임용 과정에 개입해 아들을 부당하게 법학과 교수로 임용시켰다는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당시 경기대 교수 임용 심사 과정에서 김 위원장 아들은 2위에 머물렀으나 예정에도 없던 이사장 면접을 거친 후 순위를 뒤집고 교수로 임용됐다. 김 위원장 아들 A 씨에게 밀려 교수 임용에서 탈락한 정 아무개 씨는 곧바로 ‘교수임용 무효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1심에서 경기대 교수 채용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그런데 <일요신문> 취재 결과 김 위원장 아들은 판결 이후에도 여전히 경기대 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항소심에서 ‘이사장이 개입해 교수 임용과정이 심각하게 왜곡된 것은 사실이지만 A 씨 임용을 취소할 필요까지는 없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판과정에서 부당 행위가 있었던 것은 분명히 인정된 만큼 A 씨 스스로 교수직에서 물러났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정 씨는 현재 경기대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당시 김 위원장은 “경기대 이사장과는 알지도 못한다”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재판 과정에서 교수 임용을 앞두고 김 위원장과 이사장이 2번 만난 사실이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소송을 제기한 정 씨 측은 이 같은 증언에 대해 이의가 있다면 통신기록 등을 조회해보자고 요구했으나 이사장 측은 아무런 반론도 제기하지 않고 넘어갔다. 김 위원장과 만난 적이 있다는 주장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또 재판과정에서 김 위원장이 한 호텔 중식당에서 경기대 법학과의 한 교수를 만나 “장남이 경기대 교수채용에 원서를 접수했으니 잘 봐달라”며 적극적으로 로비한 정황도 확인됐다.
A 씨는 2년마다 재계약하는 강의전담 무기 계약직 교수로 임용됐는데 올해 초 재계약이 이뤄졌다. 반면 10년 넘게 경기대에서 시간강사로 강의를 해왔던 정 씨에게는 소송 이후 더 이상 강의를 맡기지 않았다. 보복성 조치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경기대 측은 “재판 결과 A 씨 임용을 취소할 필요까진 없다는 판결을 받았고, A 씨에 대한 강의평가도 좋았다. A 씨와 재계약한 것은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해명했다. 정 씨를 모든 강의에서 배제한 것에 대해서는 “몇몇 강의가 폐강돼 정 씨와 계약하지 않은 것일 뿐 보복성은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 씨는 “강의가 폐강된 것이 아니라 학교 측에서 내가 맡고 있던 강의들을 갑자기 다른 교수들에게 맡긴 것이다. 10년 넘게 아무 문제없이 강의를 해왔는데 갑자기 모든 강의에서 배제된 것이 보복이 아니면 무엇이겠냐”고 반박했다.
A 씨의 부당 채용으로 인해 임용 심사에서 떨어진 정 씨는 개인적으로 심각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정 씨의 임용 탈락 소식을 들은 어머니가 그 충격으로 사망하게 된 것이다. 정 씨는 “어머니가 이미 노환으로 건강이 나빴던 것은 사실이지만 해당 사건으로 큰 충격을 받고 상태가 갑자기 악화돼 돌아가시게 됐다”고 말했다. 정 씨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고령의 어머니는 평생 정 씨가 정식 교수가 되는 것만 바라셨을 텐데 교수 임용이 거의 확정된 상태에서 외부 권력자에 의해 꿈이 좌절됐다고 하니 얼마나 상심이 크셨겠나. 정 씨도 자신이 어머니를 돌아가시게 한 것 같아 굉장히 괴로워했다”고 전했다.
A 씨가 교수로서 자격을 제대로 갖춘 인물인지도 의문이다. A 씨는 모 대학 식품자원경제학과 출신이다. 이후 김 위원장이 총장으로 재직했던 동국대에서 법학(민사법) 석사와 박사 과정을 마쳤다. 때문에 경기대 임용 과정에서 ‘법학과 전혀 관련이 없는 학부를 나온 사람이 법학 강의를 제대로 할 수 있겠냐’는 얘기가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경기대 법학과 전임교수 중 학부 전공이 법학이 아닌 사람은 A 씨를 포함해 단 2명뿐이다. 다른 한 교수는 불어불문학 학부 출신이지만 국제법을 전공하고 있는 특수한 케이스라는 점을 감안하면 법학이 아닌 학부 출신의 전임 교수는 A 씨가 유일하다.
심지어 A 씨와 정 씨 임용 결과를 뒤집었던 경기대학교 이사장은 영어영문학과 교수 임용 과정에서는 한 지원자 학부전공이 해당 학과와 무관하다며 강의 전담교수로 부적절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랬던 이사장이 유독 A 씨에 대한 면접 과정에서는 학부 전공과 학과가 일치하지 않는 점을 문제 삼지 않았던 것이다. 동시에 진행된 교수 임용 과정에서 응시자에 따라 전혀 다른 잣대를 들이댄 것이다.
A 씨는 박사과정 도중 전공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중공업 계열 대기업에 취업해 수년간 재직하다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퇴직한 후 다시 동국대에 복학해 박사과정을 밟았다. A 씨가 공부를 하고 있을 당시 동국대 총장은 김 위원장이었다. 그런데 A 씨가 이례적인 빠른 속도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자 학내에서 뒷말이 무성했다고 한다. 동국대의 한 관계자는 “그렇게 빠른 속도로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것이 이론상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무척 보기 드문 일”이라며 “수년간 법학을 접고 직장생활을 했던 사람이 그렇게 빨리 학위를 취득하니까 뒷말이 더 무성했다. 다들 A 씨가 엄청난 천재인 것 같다고 비아냥거렸다”고 말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총장 재직 시절 A 씨 담당 교수에게 직접 전화를 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A 씨 담당교수는 “총장이 아닌 아버지로서 아들의 장래 상담을 위해 전화하신 것일 뿐 전혀 외압 같은 것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현직 총장이 아들의 담당 교수에게 직접 전화한 것은 그 자체로 부적절한 행위로 비칠 수 있다. 이 같은 의혹들에 대해 김 위원장과 아들 A 씨는 모든 답변을 거부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
김희옥호 혁신보단 갈등 봉합 초점새누리당이 4·13 총선 패배 이후 50일 만에 임시 지도부를 출범시켰다. 새누리당은 지난 2일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 임명안을 추인했다. 김 위원장은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아 7월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대표가 선출될 때까지 당을 운영한다. 김 위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혁신을 외쳤지만 고작 2달여 밖에 남지 않은 임기동안 얼마나 가능하겠냐는 비관론이 팽배한 상황이다.김 위원장은 당 최고의결기구인 최고위원회 역할을 할 혁신비대위 인선도 발표했다. 당내 인사로는 핵심 당직자 3명(원내대표·정책위의장·사무총장)이 당연직으로 포함됐고 수도권 3선인 김영우(포천-가평), 이학재(인천 서갑) 의원이 각각 발탁됐다. 외부 인사로는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와 유병곤 전 국회 사무차장, 정승 전 식품의약품안전처장, 민세진 동국대 교수, 임윤선 변호사가 참여했다. 정진석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으로 내정했던 이혜훈·김세연 의원은 혁신비대위에 들어가지 못했다. 친박계가 ‘친유승민계’라며 이들의 인선을 강력히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선 이들이 빠지면서 혁신비대위의 혁신 이미지가 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외에도 신임 사무총장으론 비박계 강성 권성동 의원이, 제1사무부총장은 친박 강경파인 김태흠 의원이 임명됐다. 이처럼 전체적인 인선에서 계파 안배가 이뤄지면서 쇄신보다는 갈등 봉합에 초점을 맞춘 ‘관리형 임시 지도부’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일부 비박계 진영에선 김 위원장의 비대위 인선과 관련해 “비박계를 빼려고 외부위원을 절반이나 임명한 것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다. [명] |
김희옥, KCC와 수상한 관계 “동국대 총장 때 375억짜리 공사 수의계약” 제기…퇴임 후 계열사 사외이사로 활동 중 김희옥 새누리당 혁신비대위원장은 동국대 총장 시절 KCC건설에 375억 원에 달하는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도 속 시원하게 해결하지 못한 상태다. KCC는 김 위원장이 동국대 총장으로 재직하던 시기에 동국대 일산바이오관 건설 273억 8000만원, 동국대 부지조성 토목공사 11억 4000만 원, 동국대 기숙사 신축공사 90억 원 등 3건의 공사를 수주했다. 그런데 문제는 동국대가 당시 공사를 진행하면서 공개 입찰을 하지 않고 KCC와 수의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이다. 사학기관재무회계규칙에 따르면 2억 원 이상의 공사계약을 체결할 경우에는 천재지변 등의 이유가 없다면 반드시 경쟁 입찰을 통해 업체를 선정해야 한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이 수의계약 형태로 KCC에 공사를 몰아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김 위원장과 정상영 KCC 회장의 친분도 부각됐다.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해 “그런 문제는 모두 정확한 사실이 아니다. 저와는 관계가 없는데 총장 재임 선거 과정에서 제기된 허위사실”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동국대 총장을 퇴임한 후 KCC 계열의 ‘코리아오토글라스’에서 사외이사로 활동해 논란을 더욱 부추겼다. 김 위원장은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3개월 간 2300만 원의 보수를 지급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보은성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김 위원장은 현재도 코리아오토글라스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