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만기연장, 기업공개 등 모두 여의치 않아 발등의 불 ‘3조’ 진화 비상
이랜드는 핵심 브랜드 ‘티니위니’ 매각설과 관련해 답변을 유보했다. 사진은 서울 명동 티니위니 매장 전경. 박은숙 기자
지난 5월 31일 공시된 ‘대규모기업 집단현황’에 따르면 이랜드의 국내 계열사(29곳) 부채 총계는 4조 5758억 원이다. 이 가운데 은행권 등에 상환해야 하는 차입금은 3조 864억 원에 이른다. 하지만 그룹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1952억 원에 불과하다.
올 1분기 연결재무제표를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이랜드는 국내와 해외에 각각 50개, 113개의 종속법인을 두고 있는데 이들의 부채 총계는 7조 3000억 원으로 나타났다. 부채비율이 330%인 반면 현금성 자산은 7407억 원에 그친다.
이랜드는 2000년대 초반부터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덩치를 키웠다. 그룹 주력 사업 부문인 패션은 물론 유통, 관광, 외식, 부동산 등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에 손을 댔다. 이러한 사업 확장 과정에서 부족한 현금을 차입을 통해 메운 것이 문제가 됐다. 그룹 외연이 커지면서 이자 등 금융비용 부담이 함께 증가해온 셈이다.
이랜드의 현금 창출력은 높은 것으로 평가돼 왔다. 사업모델이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에 특화돼 있기 때문이다. 국내 계열사 매출 총계는 5조 원 안팎이다. 또 지난해 중국에서만 2조 5000억 원대의 매출을 기록했다. 높은 현금 창출력과 중국 현지에서 사업 성장세는 차입 경영의 그늘을 가려왔다.
그러나 국내 내수 부진과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 등이 나오면서 수면 아래 있던 차입 부담 문제가 불거졌다. 이랜드의 차입 상환 능력에 시장이 의문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 5월 23일 신용평가기관인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랜드 지주사인 이랜드월드, 주 계열사인 이랜드리테일의 신용등급(장기신용 기준)을 각각 하향 조정(BBB+에서 BBB)했다.
연결기준 올 1분기 이랜드 매출(1조 9990억 원)은 전년 동기 대비 1990억 원가량 늘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106억 원에서 1433억 원으로 줄었다. 금융비용 지출은 658억 원에서 942억 원으로 늘었다. 이익은 줄었는데 은행 등에 갚아야 할 돈이 늘어난 것이다.
이에 대해 이랜드 재무 담당자는 “중국 내 패션시장 영업 트렌드가 대도시, 백화점, 상류층 중심에서 중소도시, 아울렛, 중산층으로 이동 중”이라며 “바뀐 영업채널에 적응하는 대로 올 하반기 수익성이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 내 신규 수익모델 중 하나로 “뉴코아몰에 패션 브랜드뿐 아니라 자연별곡(외식업체), 커피빈(커피전문점) 등을 입점시켜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랜드는 중국 내 커피빈 사업권을 갖고 있다.
최근 박성수 이랜드 회장은 그룹 임원진회의에서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속도를 내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의 담당자는 “단기 차입 문제만 어느 정도 해소되면 올 4분기 부채 규모를 1조 5000억 원까지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랜드는 현재 ▲킴스클럽 지분 매각 ▲채권 만기 연장 ▲이랜드리테일 IPO(기업공개) 등의 자구안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시원하게 해결돼가고 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추진하고 있던 자구안들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이 늘어나고 있는 상태다.
킴스클럽 매각은 우선협상대상자인 미국계 사모펀드(KKR)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RR)와 매각가를 조율 중이다. 매각대금은 4000억 원 안팎으로 알려졌지만 유동적이다. 이랜드 관계자는 “6월 안에 협상이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승계 문제에 대해서는 “우선적인 협상 조건으로 내걸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 돌고 있는 핵심 브랜드 ‘티니위니’ 매각 가능성에 대해서는 답변을 유보했다. 중국 시장에 정통한 관계자는 “국내에서와 달리 중국에서 티니위니 브랜드 파워는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매물로 나왔을 경우 매각가가 1조 원대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있다. 그러나 이랜드 관계자는 “티니위니뿐 아니라 추가적인 사업부문 매각에 대해서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킴스클럽 매각만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기는 어렵다. 때문에 이랜드는 이랜드리테일 IPO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랜드리테일 IPO에 미심쩍은 눈빛을 보내고 있다. 이랜드가 과거에도 일부 계열사 상장을 시도했다가 철회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랜드 측은 “주관사를 선정해 준비하고 있고, 그룹 투명성 제고와 신용등급 상향 등의 이점이 있는 만큼 반드시 (상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랜드 측은 오는 6월 중순께 기자간담회를 통해 자체 재무구조 개선안을 밝힐 예정이다. 시장의 우려가 이번 자구책 발표로 잦아들지 주목된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
고강도 구조조정 와중에…면세점 입찰 할까 말까 이랜드그룹은 재무구조 개선과 별개로 서울시내 면세점 입찰 가능성을 열어놨다. 이랜드 관계자는 “면세점 입찰 참여 여부를 검토 중이지만 아직 공식화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이랜드는 면세점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주)이랜드면세점’을 설립한 바 있다. 이랜드의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 입찰 참여 여부가 관심을 끌고 있다. 일요신문 DB 그러나 현재 이랜드 주변을 감돌고 있는 유동성 위기가 신규 사업 추진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 관세청은 ‘면세점 사업 특허’ 허가 심사 과정에서 입찰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심사항목에 넣어둔 상태다. 또 면세점 사업은 운용적인 측면에서 사업 후보지에 호텔 등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편이 유리하다.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 롯데면세점이 입점해 있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같은 이유로 일각에서는 이랜드의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 입찰이 불가능할 것이란 주장이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면세점은 땅과 건물, 중국 내 네트워크가 필수적인데 (이랜드가) 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 다른 관계자는 “티니위니 매각설이 돌 정도로 재무 여건이 어려운데 추진 역량이 있겠느냐”며 “(면세점 입찰로) A 사나 B 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랜드 측은 HDC신라면세점의 예를 들면서 컨소시엄을 통한 입찰이 가능하다고 맞섰다. 이랜드 재무 담당자는 “국내 대기업인 A 사나 B 사보다 규모가 큰 중국 기업들과 탄탄한 인적·물적 네트워크를 구축해왔다”며 “공간 문제는 다른 사업자와 컨소시엄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 입찰에 참여 의지를 밝힌 한 업체 관계자는 “이랜드리테일이 IPO를 준비 중인데 면세점 사업권을 따내면 공모가가 더 오를 것”이라며 “그 때문이라도 나름의 계획을 갖고 추진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