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히 낮은 대우 탓에 대전료 ‘꼭꼭’
▲ 사진제공=무카스미디어 | ||
# 시큰둥한 UFC
추성훈의 UFC 진출에 알려지지 않은 것이 많다. 6경기를 계약했다는 내용만 공식 확인됐을 뿐 데뷔전 날짜 및 상대, 그리고 가장 중요한 대전료 등은 일체 공개되지 않았다. 보통의 수준인 4경기보다 두 경기가 많은 ‘특별대우’라는 분석만 나왔다.
과연 ‘특별한’ 대우일까? 결론적으로 정반대일 가능성이 높다. IB스포츠에서 UFC 중계권 및 이번 추성훈 계약을 담당한 송석나 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이렇게 말했다.
“구체적인 대전료는 밝힐 수 없다. 솔직히 미국시장에서 추성훈의 인기는 한국에 비하면 터무니없을 정도고 인지도가 낮다. 우리는 지난해 여름부터 추성훈의 UFC 진출을 추진했는데 UFC 관계자들의 반응이 좀 썰렁한 편이었다. 어렵게 2주 전에 계약을 성사시켰다. 이유는 이렇다. UFC는 수익의 50%를 PPV(실시간 유료 시청제)로 올린다.
추성훈이 뛴다고 해서 미국시장에서 PPV 시청률이 올라가지는 않을 전망이다. 그리고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PPV가 활성화돼 있지 않다. 아시아시장 진출이라는 장기적인 목표에는 도움이 되지만 당장에는 큰 메리트가 없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추성훈의 몸값이 높다면 홍보 차원에서도 공개됐을 것이다. 위의 설명에서 알 수 있듯 추성훈의 UFC 대전료는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추성훈은 K-1 시절 경기당 최고 1000만 엔을 받았다. 지금 환율로 계산하면 1억 6000만 원이 넘는 돈이다. 그래서 추성훈의 UFC 대전료가 기존 K-1 대전료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얘기가 나도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5일 K-1의 한 관계자가 <일요신문>에 제보를 해왔다. K-1은 추성훈과의 재계약을 간절하게 원했지만 결국 실패한 바 있다. 그래서 라이벌격인 UFC가 추성훈에게 어떤 대우를 해줬는가에 큰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 K-1 관계자는 “일본의 FEG(K-1 주최사)로부터 추성훈의 대전료가 3만 달러에서 시작한다는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너무 적은 액수다. 말도 안 된다”는 지적에 이 관계자는 “부족한 금액은 IB스포츠가 보전하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에 대해 IB스포츠 측은 구체적인 계약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참고로 한국인 첫 UFC파이터인 김동현은 무명이었을 때 UFC에 진출하며 경기당 2만 달러의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1년 만에 재계약을 앞둔 시점에서 최소 2만 9000달러를 제시받고 있다. 어쨌든 추성훈이 UFC로부터 ‘특별히 낮은’ 대우를 받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분위기가 이런 까닭에 아무리 한국에서 열렸다고는 하지만 4일 공식기자회견장에 미국의 UFC 관계자가 한 명도 오지 않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 추성훈과 매니저 가와바타(왼쪽) | ||
이날 추성훈의 UFC 진출 기자회견장에는 낯선 인물 한 명이 연단에 앉았다. 바로 크라우드 아키야마 도장의 가와바타 이세이 사장이다. 지난해 11월 초 추성훈과 함께 ‘팀 아키야마’를 결성한 추성훈의 매니저다. 원래 K-1 시절 추성훈은 일본에서 야쿠자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젊은 여성이 매니저를 맡았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작은아버지와 K-1코리아 등이 관여했다. 하지만 성공한 사업가로 추성훈에 대한 영향력이 엄청난 가와바타 사장이 모든 것을 해결하고 매니저가 됐다. 이전 여성 매니저와의 금전관계를 해결했고, 현재 추성훈과 관련된 일에서는 전권을 행사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4일 기자회견이 당초 기획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추성훈의 UFC진출은 기자회견 전에 이미 보도자료를 통해 다 알려졌다. 특별히 새롭게 공개될 ‘뉴스’는 없었던 셈이다. 오히려 추성훈의 한국내 매니지먼트사로 IB스포츠와 공식 계약한다는 내용을 발표하는 의미가 있었다.
그런데 이것이 전격 취소됐다. IB스포츠의 한 고위관계자는 “어제 저녁 좀 소동이 있었다. 이미 계약서까지 교환하는 등 (IB스포츠와의 계약과 관련해) 모든 합의가 끝났는데 가와바타 사장이 몇몇 조건에 대해 제동을 걸었다. 그래서 매니지먼트 계약이 이뤄지지 않았다. 기자회견 취소를 검토할 정도로 분위기가 험악했다”고 설명했다.
가와바타 사장에 대해서는 K-1 측도 혀를 내둘렀다. 국내 K-1의 A 씨는 “그 사람(가와바타 사장을 지칭) 보통이 아니다. K-1과 추성훈의 재계약 협상 때 우리도 엄청나게 힘들었다. 따지고 보면 이 새 매니저 때문에 K-1 재계약이 성사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IB스포츠가 시작부터 속앓이를 한다고 하니 공감이 간다”고 설명했다.
4일 기자회견은 UFC 관계자가 없는 가운데 IB스포츠가 주관했다. 하지만 IB스포츠는 현재 추성훈과 직접적인 관련이 전혀 없다. 전날 매니지먼트 계약 무산 때문에 이런 어색한 모습이 연출된 것이다.
하지만 IB스포츠와 추성훈의 계약은 향후 어떤 식으로든 이뤄질 전망이다. 어쨌든 UFC와의 계약이 체결됐고, 이 과정에서 양측의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예견이라도 하듯 IB스포츠 측은 “추성훈이 오는 6월 데뷔전을 치를 계획이다. 데뷔전 이전에는 광고나 연예프로그램 출연 등 한국 내 활동은 가능한 한 자제할 생각이다. 너무 띄운 후에 데뷔전 결과가 좋지 않으면 인지도가 뚝 떨어지기 때문이다. 데뷔전에서 좋은 경기를 선보이는 데 주력한 이후에 마케팅에 착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