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 원정 훈련 미안하다… 박찬호 합류 못해 아임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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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과의 도쿄 라운드 2차전에서 선발을 자청한 봉중근은 5와 3분의 1이닝을 3안타 무실점으로 막아 한국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연합뉴스 | ||
일본과의 도쿄 라운드 순위결정전에서 선발 봉중근이 엄청난 역할을 했다. 대표팀의 기존 ‘1번 투수’였던 김광현이 컨디션 난조로 애를 먹는 가운데 봉중근은 평소 소망대로 일본전 선발을 자청했다. 결과는 5⅓이닝 3안타 무실점. 한국 승리의 기본 발판을 마련한 호투였다.
그런데 알고 보니 ‘봉중근 열사’는 탄생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당초 김인식 감독과 김성한 수석코치를 비롯한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일본전 선발의 또 다른 카드로 정현욱을 거론했다. 2월의 하와이 전훈캠프 때만 해도 최종엔트리 제외 1순위였던 정현욱은 그러나 그 후 연습경기를 거치면서 점차 구위가 좋아지더니 결국엔 일본전 선발 후보로까지 격상된 것이다. 무엇보다 일본에겐 정현욱이 낯선 투수라는 장점도 있었다.
결국엔 본인이 의욕이 높다는 점, 또한 대대로 일본에 강한 건 왼손투수였다는 점 등이 감안돼 왼손투수 봉중근이 일본전에 선발 등판할 수 있었다.
대표팀 엔트리에서 유일한 메이저리거인 추신수가 도쿄라운드 직전에 팔꿈치 쪽에 약간의 통증이 생기는 바람에 난리가 났었다. 소속팀 클리블랜드는 여차하면 WBC 출전을 불허하겠다는 입장까지 보였다.
한국대표팀으로선 상당히 기분 나쁜 일이었다. 클리블랜드는 처음엔 추신수를 대표팀에서 뛰도록 순순히 놔줄 것처럼 굴다가 이후에는 갑자기 외야 수비는 맡지 말고 지명타자로만 뛰라고 지시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대회 출전 자체를 못하도록 막을 것처럼 강경한 태도로 돌변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추신수만 괴로움을 겪었다. 대표팀에 뽑힌 게 영광이고 적극적으로 뛰고 싶었는데, 연봉을 주는 소속구단에선 전혀 다른 얘기를 하는 게 아닌가. 추신수 역시 구단 눈치를 안볼 수 없는 입장인 것이다. 양쪽 모두를 고려하느라 스트레스가 쌓인 추신수는 결국 1라운드 때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클리블랜드가 이처럼 까다롭게 군 것과 관련해 뭔가 다른 목적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뒷얘기가 한때 흘러나오기도 했다. 바로 병역문제다. 추신수는 병역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그런데 3년 전 1회 대회와 달리 이번엔 WBC 4강에 들어도 근본적으로 병역 혜택이 없다.
이 때문에 야구계에선 지난해 클리블랜드가 ‘좋은 성적을 낼 경우 추신수의 병역문제를 해결해준다는 약속을 해주면 추신수를 보내줄 수 있다’는 제안을 KBO에 넌지시 비쳤던 것으로 회자되기도 했다. 추신수처럼 몸값 싼 유망주가 군문제가 해결될 경우 클리블랜드 구단 입장에선 매우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다.
물론 추신수는 이 같은 루머를 일축했다. “그런 게 아니라 빅리그 구단이란 곳이 본래 그렇다. 선수 부상에 대해 굉장히 민감하게 신경 쓰기 때문에 출전에 대해 간섭하는 것이지 다른 뜻은 없다”고 말했다. 어쨌든 이번 실랑이를 통해 확실하게 알 수 있었던 것은 추신수가 팀 내에서 꽤 보호받고 있는 전력이라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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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서 다른 사건도 있었다. 김병현이 터무니없는 여권 분실 문제 때문에 결국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하자 박찬호는 은근히 김병현의 성의 없음을 질타하기도 했다. 박찬호가 수년 전부터 가끔씩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팬들과 교류해온 것은 맞다. 그런데 이번처럼 자주, 솔직한 감정을 마구 쏟아낸 건 처음이다. 이 또한 무슨 이유가 있을 것 아니냐는 의견이 많았다.
아무래도 김인식 감독에 대한 미안함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야구인들의 중론. WBC 대표팀을 구성할 때 김인식 감독은 박찬호의 필요성을 늘 강조했다. 국제대회에선 경험과 기량면에서 그만한 투수가 없다면서 꼭 WBC에 데리고 가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
결국 김인식 감독은 뜻을 이루지 못했다. 박찬호 본인은 소속팀에서 치열한 5선발 경쟁을 앞두고 있다는 이유로 결국 대표팀 불참을 선언했다. 대표팀 마운드 사정을 뻔히 아는 박찬호로선 김 감독에 대한 죄송한 마음이 큰 게 당연하다. 그래서 간접적이나마 김인식 감독에게 힘을 주기 위해 일련의 글을 통해 대표팀을 응원했다는 것이다.
다소 의구심 섞인 시선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올해 혹은 내년이 빅리그에서의 마지막 시즌이 될 가능성이 높은 박찬호가 선수로서 혹은 지도자로서 한국에 돌아올 경우에 대비해 나름대로 홍보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는 얘기였다. 박찬호는 한국 선수지만 국내프로야구와 완전히 동떨어져 15년간 미국 생활을 했다. 때문에 한국 복귀를 대비해 호의적인 기반을 마련 할 필요성이 있다. 물론 박찬호 본인만이 알고 있는 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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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와이 전훈장에 도착한 대표팀. 연합뉴스 | ||
3년 전 1회 때 대표팀은 일본 후쿠오카에서 전지훈련을 치른 뒤 같은 시간대인 도쿄에서 1라운드 경기를 했다. 이어 미국으로 건너갔으니 시차 변경은 한 번뿐이었다.
그런데 이번 대표팀은 전지훈련 자체가 태평양 한복판의 하와이였다. 하와이에서 1라운드 장소인 도쿄로 넘어올 때 한 차례 시간대 변경을 겪었으며 이어 2라운드를 위해 다시 미국 애리조나주로 점프하면서 두 번째 시간대 변경이 이뤄졌다. 제아무리 젊고 튼튼한 선수라 해도 짧은 기간에 두 차례나 시간대 변경을 겪게 되면 신체 리듬이 엉망이 될 수밖에 없다.
항간에는 김 감독이 “나에게 WBC 감독을 맡기려면 전훈캠프를 하와이로 간다고 명기해달라”고 KBO 측에 요청했다는 풍문도 있었다. 대표팀의 당초 계획은 삿포로의 돔구장에서 훈련한 뒤 도쿄로 넘어가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시차를 한 번만 겪었을 것이다. 그런데 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결국 하와이로 목적지를 옮겼다. 대표팀이 두 차례나 시간대를 옮겨 다니는 고생을 한 건 시차 문제와 몸살감기의 주요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김 감독이 하와이를 선호하는 이유는 본인의 건강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4년여 전 뇌경색으로 쓰러졌던 김 감독으로선 추운 삿포로에서 선수단을 이끄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반면 하와이는 따뜻한 데다 두산 시절부터 전훈을 많이 치른 곳이라 심리적으로 편하다. 그래서 하와이를 선택했고 훈련 결과도 좋았지만 예상치 못했던 시차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다.
대표팀이 2라운드를 위해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합숙훈련을 하는 동안, 갑작스런 소식이 날아들었다. 불과 2주 전까지만 해도 WBC 대회요강에 따르면, 1라운드 1위팀은 2라운드 첫날 2위팀과 낮경기를 벌이는 것으로 돼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엔가 저녁 경기로 슬며시 대회 일정이 바뀐 것이다.
1라운드 1위팀의 2라운드 경기 스케줄 변경은 방송시청률 등을 감안한 조치라는 WBC 조직위의 설명이 있긴 했다. 현지시각으로 오후 1시에 경기가 열리면 한국은 새벽 시간대가 되므로 시청률이 확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 현지시각으로 저녁 7시에 경기를 시작하면 한국 시각은 오전 11시. 새벽 시간대보다 시청률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여기까지만 생각하면 1라운드 1위팀에게 어드밴티지를 주겠다는 WBC 조직위의 발언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과정이 조금 이상했다. 1위팀에게 시청률에 대한 이익을 주겠다는 이유보다는, 일본이 도쿄라운드에서 당연히 1위를 차지할 것으로 확신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걸 뜻밖에도 한국이 낚아챈 셈이 된다.
정진구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