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못한 팀 맡고 싶은 꿈도…”
▲ 정규리그 우승을 놓친 전창진 감독은 플레이오프에 대비해 체력과 조직력을 키웠다고 말한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
정지원(정): 갑자기 태백에는 왜 가신 거죠(웃음)?
전창진(전): 선수들이 너무 지쳤어요. 분위기 전환이 필요했죠. 그 곳은 우리가 시즌을 앞두고 마음가짐을 다졌던 곳이기 때문에 그 기분을 살려주고 싶었어요. 결국 커다란 수확을 거두고 돌아왔어요. 다시 한 번 단합할 수 있는 계기가 됐고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됐어요. 훈련이 아주 잘 돼서 만족합니다(웃음).
정: 정규리그에서 2위로 떨어지는 바람에 충격이 상당했을 것 같아요.
전: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을 정도였어요. 정말 힘들었죠. 선수들이 우승을 목표로 그 고생을 해온 건데 저도 그렇지만 목표가 무너졌기 때문에 선수들이 좌절할까봐 걱정했어요. 그런데 이번 태백훈련으로 그런 것들이 지워진 것 같아서 정말 다행이에요.
정: 6라운드에서 기록한 2승 7패라는 성적은 정말 쇼킹했어요. 막판에 왜 그렇게까지 부진하게 된 건가요?
전: 처음부터 김주성의 부상 공백으로 다른 국내 선수들의 운동량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어요. 설상가상으로 화이트마저 다치면서 그 부담이 더 커졌죠. 누적된 피로가 심해지면서 막판에는 제가 안쓰러울 정도로 선수들의 체력이 바닥이 나 있었어요. 그때는 어느 팀과 경기를 치러도 이길 수 없는 상황이었죠. 결국 2위 팀을 3경기 차로 앞서고 있었던 상황에서도 우승은 어렵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아마 다른 사람들은 절대로 이해할 수 없었을 거예요. 결국 그렇게 흘러가고 말았죠.
정: 동부 전력의 핵심인 화이트의 회복 여부가 궁금한데요. 플레이오프 출전에는 문제가 없는 건가요?
전: 정상 컨디션의 70~80% 정도는 돌아온 것 같아요. 화이트가 정말 훈련을 열심히 했어요. 정규리그가 끝나자마자 다음날부터 단 하루도 쉬지 않고 훈련을 하더라고요. 특히 자기가 부상을 당해서 팀이 우승을 못했다는 자책감이 큰 것 같아요. 발목이 좋지 않은 김주성도 하루 일정을 다 소화하고 나서 따로 야간훈련을 할 정도로 플레이오프에 대비하는 등 팀 전체적인 분위기가 좋아요.
정: KCC와 전자랜드의 대결에서 승리하는 팀과 맞붙게 돼 있는데 솔직히 어느 팀이 더 부담스럽나요?
전: 우선 4강 파트너로 KCC를 생각하고 있었어요. 두 팀 모두 정규리그에서는 동부가 4승 2패로 앞섰던 팀들이지만 지금은 그런 상대전적이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고요. KCC는 하승진의 발전이 눈에 띄는 데다 다른 국내선수들마저 자신감이 올라가서 아주 힘든 상대로 변모했다고 생각해요. 세트오펜스에서는 저희가 조금 낫다고 생각하지만 문제는 하승진을 포함한 디펜스예요. 그래서 어려운 상대라고 봅니다. 전자랜드는 비교적 저희와 매치업이 되기 때문에 화이트와 포웰의 맞대결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국내 선수들 간의 싸움에서 이기겠다는 전략을 짰어요.
▲ 07-08 챔피언전에서 우승 당시의 전 감독. | ||
정: 최근 플레이오프가 승리에 대한 집착 때문에 지나치게 과열되고 있다는 여론이 비등한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전: 개인적으로 전 과열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농구는 신체접촉의 경기이기 때문에 하다보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특히 플레이오프는 말 그대로 총성없는 전쟁이잖아요. 적극적인 승부근성을 보여줄 수밖에 없어요. 그렇게 해야 팬들은 승부하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고요.
정: 올해 동부와 계약이 끝나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소문에 의하면 재계약할 의사가 없다고 하던데 사실인가요?
전: 제 거취문제는 일단 플레이오프가 끝난 후에 결정할거고요. 우선 동부와 협상을 하게 되겠죠. 10년 넘게 정들었던 원주 팬들과 선수들이 눈에 밟혀서 쉽지 않은 결정이 될 겁니다. 하지만 새롭게 시작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이 시점에서 제 능력을 백지상태에서 평가받고 싶은 심정도 결코 작진 않아요.
정: 이미 몇몇 구단으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았다는 소문이 있어요. 사실인가요?
전: (조금 뜸들이다가) 네.
정: 민감한 이 시기에 어느 구단이냐고 묻긴 그렇고요. 우승 맛을 안 전 감독한테 과연 어느 팀이 매력적인 팀으로 다가올까요(웃음)?
전: 한 번도 우승을 못해본 팀에서 우승을 해보고 싶어요(웃음). 대답이 됐나요?
정: 재치있는 답변이군요(웃음). 마지막으로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가장 기대되는 선수를 꼽는다면?
전: 역시 김주성이죠. 본인이 부상 때문에 팀에 공헌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괴로워하고 있어요. 지금도 역시 발목이 좋지는 않지만 노력하는 모습을 옆에서 보면 눈물이 날 정도예요. 김주성이 버텨주는 힘과 거기서 발생되는 다른 선수들의 자신감 상승이 우리 팀의 가장 파괴력 있는 무기죠.
치악산 호랑이 전창진 감독은 정규리그 우승을 못했기 때문에 반드시 플레이오프에서 우승해 진정한 참피언의 이미지를 굳히겠다고 다짐한다. 그가 과연 다음 시즌에도 ‘치악산 호랑이’로 존재할 수 있을까? 인터뷰의 대부분이 오프 더 레코드라 더 이상 자세한 걸 밝힐 수 없다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다.
CJ미디어 아나운서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