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차감 불만 제로…싸다고 다 비지떡은 아니네
대개 토션 빔 서스펜션은 저가형 차량에 사용되다 보니 르노삼성 SM6는 출시 당시 후륜 서스펜션의 승차감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 스트럿 바와 더블 위시본
스트럿 바 서스펜션은 전륜에 쓰이는 서스펜션 중 가장 저렴하면서 일반적인 것이다. 하나의 암(arm)과 쇼크 압소버(shock absorber)가 차체와 연결되는 방식이다. 구조가 간단해 가격이 저렴하고, 부품 수가 적어서 가볍고,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아 저가의 전륜구동 차량 전륜에 많이 쓰인다.
전륜구동 차량의 후드 내부에는 엔진·변속기·차동기어·조향장치가 들어가야 해서 복잡하다. 후륜구동 차량에는 변속기가 센터터널에, 차동기어는 후륜에 들어가므로 비교적 공간에 여유가 있다.
스트럿 바 방식의 단점은 장점의 반대다. 구조가 간단한 만큼 섬세한 컨트롤이 어렵고, 하나의 암이 회전축이 되므로 상하 운동 시 측면으로도 힘을 받게 돼 승차감이 다소 떨어진다.
한편, 고급차 전륜에는 거의 대부분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이 쓰인다. 바퀴를 지지하는 부분이 로워 암(lower arm)과 어퍼 암(upper arm)의 두 부품으로 지지된다. 새의 가슴뼈(빗장뼈라고도 함)를 뜻하는 위시본(wishbone)처럼 생긴 두 개의 암(arm)이 위아래로 지지하고 있어서 더블 위시본이라 불린다.
바퀴를 지지하는 연결축이 두 개이므로 상하 운동이 일직선에 가깝다. 휴대용 성냥갑 외피의 한 면을 벽에 붙이고 반대 면을 위아래로 움직이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따라서 도로의 요철을 만나더라도 차체가 측면으로 흔들리지 않는다.
오리지널 더블 위시본은 로워 암, 어퍼 암 모두 위시본 형태를 사용하지만 최근에는 어퍼 암을 말발굽 형태로 소형화하기도 한다.
스트럿 바 타입(왼쪽)과 더블 위시본 타입(오른쪽).
# 현대차는 왜 더블 위시본을 포기했나
현대차는 NF 쏘나타, TG 그랜저까지 전륜에 더블 위시본을 사용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중형차·대형차(당시 기준)라면 고급스런 승차감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YF 쏘나타, HG 그랜저 이후에는 전륜에 스트럿 바를 사용했다.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기술의 발달로 스트럿 바로도 충분한 강성을 얻을 수 있고, 쇼크 압소버와 스프링의 조합만으로도 부드러운 승차감을 얻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유럽 스타일의 단단한 승차감이 트렌드가 된 것도 변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경량화 추세에 맞게 부품 수를 줄이는 데도 기여했다. 전륜에 과도한 무게중심이 실리는 것을 피할 수 있어 앞뒤 무게중심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쏘나타·그랜저가 전륜구동 차량이니만큼 다이내믹한 운전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굳이 더블 위시본을 적용할 필요가 적었을 수 있다. 또 스트럿 바 타입은 YF 쏘나타에서 후드가 극적으로 짧아지며 실내공간을 넓히는 데도 도움이 됐다. 아쉬운 점은 그랜저 상위 모델인 아슬란에서도 스트럿 바 타입이 사용된다는 점이다. 이는 아슬란이 원래 그랜저 후속으로 개발이 시작된 데 기인한다.
제네시스를 비롯한 후륜구동의 수입차는 대부분 전륜에 더블 위시본을 사용하고 있으며 F1 머신 등 스포츠카에도 더블 위시본을 적용하고 있다.
# 멀티링크와 토션 빔
더블 위시본 방식에서 각각의 암을 2개로 분리하면 아래위로 4개의 지지대가 바퀴와 연결된다. 이를 멀티링크 방식이라고 하는데, 바퀴와 차체가 연결되는 지지대가 4개이므로 상하운동에서 더블 위시본보다 더 안정감이 있다. 주로 후륜에서 쓰이는데 그 이유는 전륜은 조향을 담당해야 하므로 바퀴는 아래위로 하나의 구멍으로만 연결돼야 하기 때문이다.
조향이 필요 없는 후륜은 방향이 고정돼 있기 때문에 여러 개의 링크를 사용할 수 있다. 쏘나타처럼 저가의 대중적 차들에는 3개의 링크가 사용되고, 고가의 수입차들에는 5개의 링크가 쓰이기도 한다.
토션 빔은 후륜 좌우 바퀴를 하나의 철제 빔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하나의 바퀴가 요철을 만나면 다른 쪽 바퀴도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승차감이 좋지 않다. 주로 트럭에 많이 쓰이는데 트럭을 타고 과속방지턱을 넘으면 승차감이 좋지 않은 이유다.
토션 빔 타입은 구조가 간단해 저가형 차량의 후륜에 주로 쓰인다.
# SM6의 토션 빔은 다르다?
현대차는 HD 아반떼까지는 3-암 멀티링크를 사용했으나 MD 아반떼부터 토션 빔 타입을 적용했다. 트럭과 비교해 쇼크 압소버와 스프링이 다르기 때문에 트럭만큼 승차감이 나쁘지는 않다. 이 또한 토션 빔 자체의 기술 발달 더불어 경량화, 비용 절감을 위해 도입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최근 출시한 아반떼(AD) 스포츠에 예외적으로 멀티링크를 적용해 고급화를 추구했다. 현대차도 멀티링크가 더 좋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최근의 자동차 트렌드가 엔진·변속기 등 파워 위주로 발전하는 반면, 서스펜션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비용 절감이 이뤄지고 있는 점은 아쉬움이다. 소수 자동차 마니아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디자인·파워·가격이 구매 결정 요소이므로 메이커에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르노삼성 SM6 토션 빔 논란의 정체는 무엇일까. 토션 빔은 맞지만 트럭에 사용된 것과는 기술적으로 다르다는 점이다. SM6의 모체인 르노 탈리스만은 토션 빔 일반형에 별도로 200만 원을 추가하면 4-콘트롤이 가능하도록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그러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 보니 르노삼성에서 한국 소비자들을 위해 특별히 ‘AM링크’, ‘액티브 댐핑 컨트롤’이라는 부품을 개발해 추가했다. SM6의 후륜 서스펜션으로 인한 승차감 불만은 특별히 제기된 것이 없는 걸로 봐서 토션 빔이라고 해서 무조건 승차감이 나쁘다고 볼 수만은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현대차는 아반떼(AD) 스포츠에만 예외적으로 후륜 멀티링크를 적용하고 있다.
# F1 머신에 쓰이는 푸시로드 방식
푸시로드 방식이란 충격을 흡수하는 쇼크 압소버와 스프링이 세로로 서 있지 않고 가로로 누워 있는 방식이다. F1 머신을 비롯, 승용차로는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에 사용되는데 그 이유는 차체를 최대한 낮추기 위해서다. F1 머신과 아벤타도르도 연결 방식으로만 따지면 전륜 더블위시본, 후륜 멀티링크 방식이지만, 쇼크 압소버 연결 방식이 워낙 독특해 별도의 카테고리로 불린다. 이는 자동차 기계공학식 분류라기보다 소비자의 인식에 따른 것이다.
우종국 자동차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