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심노심 ‘노의 남자’가 뛰고 있다
▲ 노무현 대통령(오른쪽)과 이해찬 전 총리의 지난 1월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 ||
정치권 관계자들은 이 전 총리가 여당발 정계개편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당내 계파간 세력확장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 외연을 확대하고 있는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이 전 총리는 ‘노(무현)의 남자’로 통할 정도로 노무현 대통령의 절대적 신임을 받고 있고 있으며 친노세력이 밀고 있는 유력한 대권주자로 분류되고 있다.
이 전 총리와 측근들은 ‘이해찬 대망론’과 관련해 아직 그 속내를 드러내 보이지 않고 있지만 이 전 총리가 ‘킹’이든 ‘킹메이커’든 차기 대선정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특히 정치권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이 여권 분열을 전제로 친노세력을 대표할 차기주자로 이 전 총리를 염두에 두고 있고 노 대통령의 이러한 대권 복심을 간파한 이 전 총리가 본격적인 행동개시에 돌입했다는 이른바 ‘노무현-이해찬 대권 밀약설’이 나돌고 있다. ''
노 대통령과 이 전 총리 간의 ‘대권 밀약설’이 제기됐던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총리 취임 이후 노 대통령의 절대적인 신임과 믿음을 바탕으로 ‘실세 총리’로 군림하면서 이 전 총리는 여권내 유력한 차기주자로 자리매김했다. 당시 정가 소식통들 사이에서도 차기 대권과 관련한 ‘노심’은 이 전 총리에 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이 전 총리는 잦은 ‘골프’ 구설수 등이 원인이 돼 지난 3월 낙마하면서 대권후보군에서 점차 멀어져 갔다. 그렇다고 노심도 이 전 총리를 떠난 건 아니었다. 노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이 전 총리를 일컬어 “나 보다 더 유능한 사람”이라며 변함없는 신뢰를 보내고 있다.
이심전심일까. 이 전 총리의 노 대통령에 대한 믿음과 신뢰도 과히 절대적이다. 집권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노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는 당내 차기주자군과는 달리 그만은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노선과 정책에 대해 아낌없는 지지를 보내고 있다. 정무특보 임명 후 정치 보폭을 넓히고 있는 이 전 총리가 “참여정부는 시스템상으로 가장 안정된 정부”라고 평가한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지난 11일 대전에서 열린 ‘참여정치실천연대’(참정연) 초청강연에서 “전체적으로 보면 역대 어떤 정부보다 시스템이 안정돼 있는데 안타까운 것은 이것을 국민이 느끼도록 정부나 당이 전달을 못하는 것”이라고 주장해 야당으로부터 역시 ‘노의 남자’다운 발언이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통합신당이냐 리모델링이냐를 놓고 극도의 위기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처럼 노 대통령과 이 전 총리의 동지적 관계가 다시 복원되고 이 전 총리가 해결사처럼 등장하자 정계 일각에서는 두 사람의 ‘대권 밀약설’이 재부상하고 있다.
‘킹’이든 ‘킹메이커’든 최종 선택은 이 전 총리의 몫이지만 그가 차기 대선정국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는데 이견을 다는 사람은 없다. 또 그가 어떤 선택을 하든 그 배후에는 노심이 작용하고 있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노무현-이해찬 대권 밀약설’이 나돌고 있는 정황들이다.
친노세력들도 이 전 총리를 차기주자로 적극 지원하고 있는 분위기다. 친노세력들은 현재 당내에서 논의되고 있는 정계개편 방향과 관련해 ‘당 사수’를 기조로 한 재창당론을 고수하고 있다. 10명이 남더라도 끝까지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을 버리지 않겠다는 게 이들 친노파의 각오다. 이는 노 대통령의 뜻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친노파인 한 초선의원은 최근 기자에게 “정기국회 이후 통합파와 재창당파의 전쟁은 불가피하고 이 과정에서 분당이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다”며 “친노세력도 ‘분당’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한 단계별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분당이 현실화할 경우 열린우리당의 정체성과 개혁세력을 대변할 차기주자가 자연스럽게 부상할 것”이라며 “이 전 총리를 비롯해 유시민 장관, 김혁규 의원, 김두관 전 최고위원 등이 대권 경선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정치권 일각에서 나돌고 있는 ‘노무현-이해찬 대권 밀약설’과 관련해서는 “대선이 1년 이상 남은 상황에서 노 대통령이 쉽게 속내를 드러내겠느냐”며 “노 대통령과 이 전 총리의 끈끈한 정치인연과 상호 신뢰감이 각종 ‘설’을 양산하는 것 같다”며 즉답을 피했다.
재야파인 L 의원은 23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정계개편 논의 과정에서 당이 두동강 날 경우 친노세력을 대변할 대권주자가 부상할 것”이라며 “이 전 총리는 개혁성과 행정경험, 경쟁력 등을 두루 갖춘 훌륭한 후보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여권 주변에서도 ‘이해찬 역할론’과 관련한 의견이 분분하다. 대권 출마설에 이어 전당대회 출마론도 제기되고 있다. 또 DJ(김대중 전 대통령) 정부와 현 정부에서 핵심 요직을 두루 거친 만큼 민주당을 비롯한 범 여권통합론 과정에서도 막후 역할을 담당할 것이란 시각이 많다. 정치권 일각에서 지난 4일 이뤄진 ‘노 대통령- DJ 회동’에 이 전 총리가 중간 역할을 했을 것이란 이야기가 나돌고 있는 것도 이러한 시각과 그 맥을 같이하고 있다.
이 전 총리는 DJ 정부와 참여정부 탄생 과정에서 선거기획을 총괄한 대표적인 선거전략 전문가로 통한다. 정중동 행보를 마감하고 정치 외연을 확대하고 있는 이 전 총리. 그가 ‘킹메이커’에 만족할지, 아니면 스스로 ‘킹’을 선택해 대권 출사표를 던질지 노 대통령의 대권 복심과 맞물려 본격화되고 있는 대선정국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로 부상하고 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