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준 회장·모친 압박용 2가지 버전 확인, 행동지침 세세히 담겨…조현문 측 “명백한 위법증거수집”
일요신문이 입수한 이 문건은 단순한 재벌가 가족사를 넘어선다. 브로커가 재벌가 암투에 개입해 어떻게 영향력을 키우려 했는지 등 민낯을 보여준다.

효성의 '형제의 난'은 2014년 시작됐다. 조 전 부사장이 조 회장과 주요 임원을 횡령·배임으로 고발했다. 부친 조석래 명예회장의 건강 악화로 경영권 승계가 표면화한 시기다. 이 고발로 조 회장은 2018년 기소됐고, 2025년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됐다.
조 회장도 반격했다. 2017년 조 전 부사장을 맞고소했다. 박수환 전 뉴스컴 대표 등과 짜고 자신을 협박했다는 이유다.
이 재판은 현재 진행 중이다. 검찰은 조 전 부사장이 비상장주식 처리 등을 위해 형 조 회장을 압박했다고 보고 강요미수 등 혐의를 적용했다. 반면 조 전 부사장 측은 "정당한 문제 제기였다"며 혐의를 부인한다.
이때 검찰이 주목한 핵심 증거가 바로 '토킹포인트' 문건이다. 박수환 전 대표의 컴퓨터를 압수수색해 발견했다. 검찰은 이를 단순 메모가 아닌 '조 회장 압박용 대본'으로 본다. 약점과 협상 카드를 치밀하게 정리했기 때문이다. 문건에는 "모친 제압", "조현준이 겁먹게 하라" 등 문장이 등장한다.

일요신문은 이 문건 두 가지 버전을 입수했다. 하나는 조 회장 직접 압박용, 다른 하나는 모친 송 아무개 씨 압박용이다. 거친 표현은 순화해 일부 공개한다.
먼저 2013년 3월 18일 작성된 'HJ와의 Talk Pionts(HMC 수정본)' 문건은 조 회장 직접 압박이 주된 목적이었다. 검찰은 HJ를 조 회장, HMC는 조 전 부사장으로 본다. 내용에는 "HJ의 착각을 분쇄해야 한다" "겁먹게 만들어야 한다" "우리 얘기만 일방적으로 하고 일어날 것" 등이 포함됐다.

우선 이메일에는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
사장님, 이번 미팅의 target audience는 M을 제압하는 것이어서 focus를 M에 맞췄습니다…M의 입장에서 가장 타격이 클 언어들을 중복하는 것으로 전체 theme을 잡아서 많이 중복된다는 느낌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이번 미팅의 목적을 누구보다도 가장 잘 이해하는 저이기에 M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단순하고 충격적이어야 효과적이라 같은 메시지를 강하게 반복했습니다.첨부된 '대본' 문서에는 모친의 대응 방식에 대한 재반박 논리까지 담겼다. 일부 대목에는 조 전 부사장이 보여야 할 행동 등을 지문처럼 적어두기도 했다.
6. "회장님 관련 비자금 조성 건, 기자들 앞에서 다 얘기할 것이며…할아버지가 세운 회사 회장님과 현준이 도둑놈이 다 도둑질한 것 세상에 다 설명할 것입니다…당신들은 나를 검찰 수사의 배후자로 음해했으니, 이번에는 실제로 경찰에 제보할 것입니다(상대방이 그런 적 없다고 하면 효성 내부 문건 가지고 계신 것 언급하시면 됩니다)…그때 어떻게 될지 두 눈 크게 뜨고 지켜보세요."
7. "현준이 그 놈이 얼마나 잡범인지 실체를 모두 알려서 당신들이 그 망나니 X을 이 세상에 나오게 한 것을 뼈에 사무치게 후회하게 만들어 드리겠습니다(여기서 조현준 범죄 사실을 열 개 정도…나열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14. "송○○ 씨, 당신은 조현준이 감옥에서 끝나가는 것을 끝까지 지켜보게 될 것입니다…똑바로 들으세요. 당신이 그동안 지은 모든 죄 하나님께서 반드시 천벌로 심판하실 것입니다."#재벌 일가와 '브로커'…형제 곧 법정 만남
단연 사태의 본질이 문건의 내용 그 자체는 아니다. 작성자가 제3자인 '브로커' 박수환 전 대표라는 점이 핵심이다. 재벌가 내분이 브로커와 얽힐 때 어떻게 기획되고 증폭되는지 민낯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조 회장은 이 문건을 직접 보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검찰이 이를 주요 증거로 제시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사안의 본질이 단순한 가족 갈등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제3자가 개입한 사전 압박 전략이 치밀하게 실행된 정황으로 사건의 무게가 남다르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실제 조 회장은 동생 조 전 부사장의 협박 혐의를 일관되게 강조해왔다. 그는 박수환 전 대표의 다른 혐의 재판까지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2013년 동생과 갈등이 깊어질 무렵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 등의 주선으로 박수환 전 대표를 만났다"며 "동생이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취지로 도움을 구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동생이 본인 생일 다음날인 2015년 3월 8일 저희 부모님 집에 찾아와 부모님 이름을 부르며 소란을 피웠다"며 "주변 사람이 다들 놀란 채 고령이신 부모님이 다치실까봐 피신시켰다"고 했다. 특히 "곁에 있던 사람들이 '혹시 이복형제냐'고 물을 만큼 상황이 심각했다"고도 부연했다.
조 전 부사장 측은 "회사의 불투명한 경영을 바로잡기 위한 행동이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또 '토킹포인트' 문건을 놓고는 "박수환 전 대표의 대우조선해양 관련 사건을 수사하다 확보한 증거물"이라며 "명백한 위법증거수집"이라고 주장한다.
한편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은 곧 법정에서 만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단독 이성열 부장판사는 지난 6월 19일 조 전 부사장의 강요미수 등 혐의 공판에서 조 회장 증인신문 일정을 논의했다. 8월 21일과 28일 증인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조 회장이 출석하면 두 형제의 법정 만남은 갈등이 본격화한 뒤 처음이다.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