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시, 정동진 개발사업에 또 다시 특정업체 ‘밀어주기’ 의혹
S사가 건설한 방파제 위 콘크리트 구조물.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지난 6월 1일 서울고등법원 춘전 제1행정부에서는 정동진의 한 건축개발사업과 관련한 건축허가취소처분취소 행정소송에 대한 2심 판결이 있었다. 원고(항소인)는 강릉시로부터 정동진 특정부지의 개발허가를 받아 공사를 진행하는 도중 부지훼손 등의 이유로 허가 취소처분을 받은 개발업자 A 씨였다. 피고 및 피항소인은 강릉시(시장 최명희)였다. 지난 2014년 12월에 있었던 1심에서 법원은 강릉시의 손을 들어줬지만, 최근 2심에선 원고 승소 판결이 나왔다.
사건의 요지는 대략 이렇다. 개발업자 A 씨는 지난 2012년 2월 강릉시로부터 자신의 소유였던 정동진의 토지 790m² 및 임야 288m²에 대한 개발행위 허가를 받았다. 이후 2013년 3월 임야의 허가면적을 535m²로 늘리고 근린생활시설 및 주택신축부지의 개발변경허가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A 씨는 강릉시에 도로 개발 용도의 임야 일부를 강릉시에 기부채납했다.
A 씨는 2013년 1월, 개인 형편상 해당 개발사업 부지 및 사업권을 또 다른 개발업자 B 씨에게 위임했다. A 씨로부터 사업을 위임받은 B 씨는 계획대로 해당 부지의 개발공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B 씨는 몇 차례 임야 일부를 훼손하고 산사태가 야기됐다. 강릉시는 이 과정에서 해당 공사의 중지 및 복구명령을 내렸고, 복구 작업에서도 B 씨가 오히려 더 많은 면적을 훼손했다는 이유로 급기야 2013년 10월 건축허가취소 처분을 내렸다.
결국 최초 허가권자 A 씨는 강릉시를 상대로 취소 처분 직후 건축허가취소처분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앞서의 훼손 및 산사태 발생은 자연재해에 불과하며 복구공사 역시 기존의 신청서 도면대로 공사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리고 A 씨는 1심 패소판결 이후 2심에서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판결문의 요지는 ‘훼손된 임야의 보존가치가 크지 않다는 점’ ‘원고가 특별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또는 계획적으로 임야를 훼손한 것이 아니라는 점’ ‘허가 취소권은 공익상의 필요 및 제3자의 이익보호의 필요가 발생할 경우 허가권자(원고)의 기득권 침해와 비교 및 교량하여 결정해야 하는데 이 경우는 공익상 필요보다 허가권자(원고)의 불이익이 막대하기 때문에 재량권의 한계를 이탈한 점’ 등을 이유로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한 마디로 원고 측의 잘못에 비해 강릉시가 과도한 조치를 취했다는 것이다. 2심서 불의의 일격을 당한 강릉시는 현재 상고 여부를 논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A 씨는 강릉시를 상대로 앞서 개발사업허가 과정에서 강릉시에 기부채납한 부지에 대한 ‘소유권 등기말소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즉 원고는 강릉시에 내놓은 자신의 땅을 돌려받거나 정당한 값을 받겠다는 뜻이다. 이는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원고 측의 주장은 애초부터 강릉시가 A 씨에게 해당 부지의 개발허가를 조건으로 특정부지를 기부채납할 것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개발허가를 취소한 이상 기부채납한 땅을 돌려달라는 셈이다. <일요신문>과 통화한 원고 측 관계자는 “2012년 민생조정위원회를 거쳐 개발허가를 조건으로 강릉시에 해당 부지를 기부채납했다”고 말한 뒤 “알고 보니 이미 오래 전부터 정동진 개발사업 과정에서 특혜의혹을 받고 있는 리조트 업체 S 사 건축물의 상하수도관 매립을 위해선 그 땅을 지나가야했고, 현재 추진 중인 S 사의 주변 콘도 건설사업의 진입로 구축을 위해서도 그 땅이 필요했다. 강릉시는 이미 기부채납을 받은 해당 부지에 상하수도관 매립을 완료했고, S 사는 현재 그 혜택을 보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가 말한 S 사의 건축물이란 바로 정동진 방파제 위에 건축된 요트하우스 및 라운지 시설이다. <일요신문>은 이미 지난 2013년 5월 20일 이에 대해 보도한 바 있다. 해당 건축물은 국가방제시설물인 방파제 위에 2010년께 건축된 영구건축물이다. 게다가 해당 건축물은 해돋이 관찰 명소였던 정동진 백사장에서 일출을 바라볼 경우 시야를 가려 논란이 되기도 했다. 엄연한 불법임에도 당시 강릉시는 S 사에 임의로 건축허가를 내줘 특혜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강릉시는 감사원의 감사를 통해 관계자의 징계를 요구받는 바 있다. 그런 문제의 건축물에 강릉시가 또 다시 민간 땅을 기부채납 받아 S 사에 추가로 혜택을 줬다는 것이 원고 측이 제기하고 있는 의혹이다.
원고 측은 강릉시가 A 씨의 개발허가를 취소한 것에 대해서도 “지방자치단체가 조건을 붙여서 기부채납을 받는 것 자체가 사실 불법이다. 강릉시 입장에선 이 점이 부담스러운 것”이라며 “조건이 안 되는 기부채납이니 아예 강릉시는 산사태 및 부지훼손을 빌미삼아 허가 자체를 취소해서 일을 해결하고자 한 것 아닌가 싶다”라며 강한 의구심을 표했다. 한 마디로 이 모든 송사와 일련의 과정은 S 사에 대한 강릉시의 특혜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다. 참고로 최명희 강릉시장과 S 사의 대표는 강릉의 한 명문고등하교 선후배 사이로 알려졌다.
하지만 강릉시는 이러한 원고 측의 주장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일단 강릉시는 원고 측이 주장하고 있는 조건부 기부채납 자체를 부정했다. 강릉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재 겉으로 보기엔 반대급부적인 기부채납이 된 것이 사실이지만, 기부체납의 건과 원고 측의 개발허가의 건은 별개”라며 “조건부 기부체납이란 원고 측의 주장은 어떤 문서상으로도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에 조건부 기부채납이었다면 이렇게 소송을 진행할 이유도 없다”라고 반박했다.
2013년 원고 측으로부터 해당 부지의 기부채납을 받은 이유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당연히 정동항 개발을 진행하고자 하면 진입로 확보를 위해 해당 사유지가 필요했다”라며 “애초 이를 목적으로 원고 측의 사유지였던 해당 부지를 기부채납 받았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의혹의 핵심인 S 사에 대한 강릉시의 특혜 의혹에 대해서도 강릉시 측은 “어떤 의도이고 내용인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라며 “말이라는 게 문서로 남기지 않는 한 계속 변하지 않나. 지금 와서 본인들에게 유리한 주장만 하는 것일 뿐 원고 측이 이를 입증할만한 사실은 없다”라고 주장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