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 이라는 게… 올듯 말듯 애태워
▲ 누님 방가방가~ 친정팀인 시애틀 매리너스를 1년 만에 방문했다는 추신수. 과거를 회상하며 이영미 기자와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홍순국 메이저리그 사진전문기자 | ||
시애틀에선 메이저리그보다 마이너리그에서 보낸 시간들이 훨씬 많습니다. 트리플A팀 타코마 레이니어스에서 시애틀 다운타운에 위치한 세이프코필드에 서보는 걸 목표로 하며 인생을 걸기도 했었죠. 그런 목표가 있었기에 마이너리그의 고단한 생활들을 견뎌낼 수 있었습니다.
오늘 경기 전에 재활 중인 (백)차승 형이랑 통화를 했습니다. 어제 리노에서 벌어진 샌디에이고 트리플A팀 경기 때 차승이 형이 마지막 재활 등판을 한 다음 빅리그에 합류한다고 해서 내심 기대를 했었는데 그 경기에서 제대로 피칭도 못하고 1회에 강판당했다고 하더라고요.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차승이 형한테 올 시즌은 연봉조정신청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거든요. 부상으로 시즌 내내 재활만 하고 있으니까 형 심정이 오죽하겠습니까.
형과는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시애틀 매리너스까지 줄곧 같은 배를 타며 인생의 희로애락을 함께했기 때문에 남다른 감정들이 있습니다. 지난 시즌 저랑 차승 형이랑 아군과 적군이 돼서 맞대결을 펼친 적도 있었죠. 시애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선후배가 이젠 각각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랑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유니폼을 입고 클리블랜드 홈구장에서 투수와 타자로 마주 선 날! 정말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차승이 형을 상대로 3타수 1안타를 때렸는데 형은 우리의 맞대결을 비긴 걸로 몰고갔지만 3타수 1안타면 3할3푼이나 마찬가지잖아요. 정확히 따진다면 제가 이긴 게임 아닌가요?^^
지난 번 클리블랜드에서 펼쳐진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경기에서 한마디로 ‘죽’을 쒔습니다. 삼진만 7개를 먹었죠. 제가 워낙 못 때리니까 상대 투수가 직구를 던져도 헛스윙을 하거나 파울을 당할 정도였어요. 한심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아직 경기 일정이 많이 남아 있으니까 조금 있으면 경기 감각을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봅니다.
요즘 한국에서 이런저런 전화가 많이 옵니다. 그중에서 CF 출연이라든가 매니지먼트사, 그리고 용품업체에서 새로운 계약을 맺었으면 좋겠다는 제안이 대부분입니다. 다른 건 몰라도 용품계약과 관련해선 한 가지 안 좋은 추억이 있어요. 제가 마이너리그 시절 때 유명한 A 사한테 용품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그때 그 회사 측 담당자가 이런 얘길 하더라고요. “우린 마이너리그 선수들과는 계약을 맺지 않는다”라고요. 그때 B 사에서 손을 내밀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 저렴한 계약 내용이었지만 ‘마이너리그 선수’인 절 인정해준 그 회사의 제안에 고마움을 한 가득 안고 B 사의 손을 잡았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지금, 전 그 유명한 A 사보다 힘든 시절 저에게 도움을 준 B 사의 배려를 잊지 않고 있습니다. 앞으로 B 사와 어떤 관계로 발전할지는 몰라도 사람 관계나 비즈니스나 가장 큰 바탕은 신뢰와 의리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전 상업적인 방법을 통해 돈을 벌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오로지 야구를 통해서만 제 가치를 높이고 싶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제 바람과는 달리 또 다른 무엇인가를 요구합니다. 과연 제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고민스럽네요.
시애틀에서 추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