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친들 속속 이적 “속상해”
▲ ▲ 홍순국 메이저리그 사진전문기자 | ||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경기 이후부터 6경기 연속 안타를 치고 있기는 한데 그 ‘감’이란 게 아직은 오지 않은 것 같아요. 보통 ‘감’이 올 때는 공이 수박 만하게 보이거든요. 지난해 수술 후 복귀해서 후반기 시즌을 치를 때 정말 공이 크게 보였어요. 그땐 어떤 공이라도 때리기만 하면 다 안타이거나 홈런이었거든요. 현재 그리 좋은 컨디션은 아니지만 조금씩 감각이 올라오는 것 같아 조금은 기대를 해봅니다. 요즘 가장 큰 문제는 직구를 치지 못한다는 사실이에요. 직구만 잘 맞으면 자신감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은데 그 직구가 저랑 별로 친하고 싶지 않은가 봐요^^.
클리블랜드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팀 분위기가 말이 아닙니다. 뒤숭숭하다 못해 정신이 없을 정도예요. 워낙 많은 선수들이 빠져나갔고 새로운 얼굴들이 라커룸에 합류한 터라 라커룸이 붕 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야구장에 출근해서 동료들이 보이지 않거나 라커룸에 그들의 이름이 사라진 걸 발견할 때는 참 기분 묘해집니다.
박찬호 선배가 계시는 필라델피아 필리스로 이적한 벤 프란시스코와 클리프 리는 저랑 절친했던 선수들입니다. 특히 프란시스코는 결혼에 대해 고민을 털어 놓는 등 야구 외적으로도 친분이 두터웠던 선수였어요. 나중에 전화통화를 하기로 했지만 매일 얼굴 보는 동료가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리니까 남아있는 저도 마음이 허전합니다. 특히 빅터 마르티네스의 보스턴 이적은 어느 정도 예상을 하긴 했었어요. 그래도 막상 현실로 닥치니까 마음이 무척 아프더라고요. 빅터가 클리블랜드를 떠나면서 인터뷰한 모습을 TV로 지켜봤는데 그 친구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 걸 보며 저 또한 코끝이 찡했습니다.
야구를 하다보면 내 자신을 포함해서 다른 선수들의 트레이드를 숱하게 보긴 하는데 이번처럼 팀의 주축 선수들이 대거 이동을 하는 건 처음 겪는 일이라 솔직히 당혹스러운 감을 떨치기 어렵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주축 선수들이 빠져나가서 제가 더 주목받을 거란 예상도 하는데, 글쎄요…, 그런 관심이 저한테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지금도 힘든데 팀 전력이 너무 많이 약화되는 것 같아 조금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가급적이며 주위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고 제 야구에만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고민 없이, 근심 없이 사는 분은 한 분도 없겠죠? 저만 힘들고, 저만 괴로운 건 아니겠죠? 이번 시즌이 제 야구인생을 걸 정도로 너무나 중요한 해이라서 그런지 단 하루도 마음 편히 야구를 한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안타를 치면 홈런을 못 쳐서 안타깝고, 홈런을 치면 삼진을 많이 당해서 속상하고…, 언제쯤 ‘신이 내린 것처럼’ 야구를 잘할 수 있을까요? 과연 저한테 그런 날이 오긴 올까요? 휴…, 착잡한 마음을 한가득 안고 퇴근하는 발걸음이 꽤 무겁습니다.
클리블랜드에서 추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