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없는 ‘ㅅㅅ파티’ 열고 젠더를 논하다
최근 고려대와 숙명여대, 한양대를 비롯한 여러 대학에서는 학생들의 주도하에 젠더 이슈를 다루는 신선하고 파격적인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ㅅㅅ파티’ ‘X지 좀 보지?’ 등 다소 파격적인 이름을 붙인 이벤트로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한다. 일각에서는 “적나라한 단어를 공개적으로 사용해 눈살이 찌푸려진다”는 반응도 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젠더 이슈를 양성화하는 것에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는 분위기다.
사진출처=고려대학교 동아리연합회 페이스북
고려대학교 동아리연합회는 지난 5일 학생회관에서 ‘ㅅㅅ파티’를 개최했다. ‘ㅅㅅ’는 ‘섹스’에서 자음만 따온 것으로, 성행위가 아닌 성 정체성(젠더)을 뜻한다. 주최 측은 “이 파티는 사회가 규정한 섹스를 가지고 태어나 그에 따른 젠더로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사고의 축제”라고 행사를 소개했다. 이어 “당신의 섹스와 젠더에 그 어떤 의문이라도 있다면, 당신의 정체성이 그와 어떻게 관계되는지 궁금하다면 망설임없이 오시라”고 홍보했다.
숙명여대에서는 교내 축제기간 열렸던 행사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여성학 동아리 ‘S.F.A’는 지난 봄축제 기간 동안 ‘X지 좀 보지?’라는 이벤트를 열었다. 행사는 참가자들이 직접 자신의 가슴과 생식기를 그려 응모하면 동아리에서 추첨을 통해 선물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여성의 벗은 몸’을 다루는 미디어의 왜곡된 시각에서 벗어나, 남성의 성적 판타지를 극대화하는 이미지가 아닌 실제 자신의 몸을 드러내자”는 취지다.
숙명여대 여성학 동아리의 ‘성기 그리기’ 이벤트가 찬반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사진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찬반 논란에 대해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람들의 이목과 관심을 끌고 경각심을 유발하기 위한 차원에서 파격적인 이름으로 행사를 진행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불평등과 차별에 반대하는 성평등 담론 관련 행사를 단순히 성에 대한 담론을 공론화하는 것으로 착각해 반대하는 이들이 있으나, 오해해서는 안된다”고 설명했다.
여다정 인턴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