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아이 ‘순풍’ 태어났어요
▲ 지난해 10월 추신수가 가족과 함께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는 모습. | ||
무빈이 때는 아내가 22시간 진통 끝에 촉진제까지 맞아가면서 너무나 힘들게 출산을 했는데 이놈은 벌써부터 엄마한테 효도를 하려고 하는지 12시간 만에 엄마 아빠와 세상 밖에서 첫 만남을 가졌습니다. 첫 아이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아내의 진통을 함께하며 출산 과정을 지켜봤고 탯줄도 제가 직접 잘랐어요. 무빈이는 미국 와서 가장 힘든 시기에 낳았고 당시 제 나이가 스물두 살밖에 안 된 탓에 세상 물정도 모르고, 아빠가 될 준비도 제대로 못하고 맞이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별다른 감흥이 없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아주 다른 느낌이 드네요. 둘째가 나오는 순간 아내도, 저도 함께 울었거든요. 두 놈들 잘 키워야 한다는 생각에 책임감도 커지고 아내에 대한 고마움도 생기고, 또 절 낳아주신 부산의 부모님에 대한 감사함이 물밑 듯 했습니다.
둘째 태명이 ‘밤철이’였어요. 무빈이의 태명이 ‘밤송이’였거든요^^. 아내가 꿈을 꿨는데 밤나무에서 밤이 마구 떨어지는 장면을 봤었대요. 그 후 무빈이가 생긴 걸 알았고 그때부터 무빈이는 엄마 뱃속에선 ‘밤송이’로 불렸었죠. 그래도 둘째는 무빈이 때에 비해선 너무나 행복한 아이입니다. 무빈이가 태어난 상황은 제가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며 제대로 해주질 못해 가슴이 아팠던 시절이었지만 지금 둘째는 번듯한 집도 있고 자기 방에다 침대도 있으며 최고의 출산준비물을 구비해 놓은 상태라 나름 럭셔리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됐거든요^^.
신종플루 때문에 어린 무빈이는 병원에 갈 수가 없었어요. 출산을 위해 병원에 가려는 엄마를 붙잡고 병원에 가면 절대 안 된다고 울던 무빈이. 그 이유가 엄마 배가 ‘뻥’하고 터지면 너무 아플 거라며, 의사 선생님이 엄마를 아프게 할 거라며 울더라고요.
경기 때문에 매일같이 집을 비우는 아빠를 대신해 어느새 엄마를 보호하고 지키려는 모습에서 무빈이의 성장을 느끼게 됩니다. 글쎄요, 보통 아이가 둘이면 누가 더 예쁘냐고 물어보시잖아요. 전 둘째를 만난 지 몇 시간이 채 안 됐지만 그 애가 커도 무빈이한테 더 애착을 느끼게 될 것 같아요. 무빈이는 아빠가 가장 어려운 시절에 태어났고 아빠의 희로애락을 지켜봤고 또 아빠랑 동고동락하면서 성장해왔기 때문이죠. 그리고 제 얼굴 ‘판박이’이기도 하고요^^.
요즘 KIA 타이거즈의 구톰슨이 한국에서 날고 있다면서요? 로페즈와 함께 KIA의 철벽 마운드를 구축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구톰슨은 시애틀 마이너리그 시절 더블A 때 절친했던 사이입니다. 서로의 속내를 다 보이며 터놓고 지내는 사이였고 기회가 있을 땐 술잔도 기울이며 마음을 주고받았던 선수였습니다. 구톰슨의 와이프가 굉장한 미인이에요. 성격도 좋고요.
제 아내랑 메일을 교환하는 등 가깝게 지냈는데 일본으로 간 이후 소식이 끊겼다가 한국 프로야구팀에서 뛰고 있다는 걸 시즌 초에 알게 됐습니다. 그런데 KIA에서, 최고의 피칭을 선보이고 있다는 게 너무 너무 신기할 정도입니다. 미국에서 정말 친했던 선수가 한국에서 뛰고 있으니까요. 같은 팀 로페즈도 마이너리그 때 만났던 선수였어요. 절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삼성의 크루세타와 히어로즈에서 뛰고 있는 클락도 다 마이너리그 때 상대해본 선수였어요.
요즘 한국 야구가 미국 선수들에게 인기가 있다는 게 사실인가봐요. 한국에서 활약 중인 용병들 4명이 저랑 인연을 맺었던 선수니까요. 다들 착하고 야구에 대한 욕심이 많은 선수들이라 한국야구에 잘 적응하고 있을 거라 믿습니다. 이번에 한국 들어가면 다른 사람은 몰라도 구톰슨은 꼭 만나고 싶어요. 물론 제가 갈 때까지 구톰슨이 한국에 있어야 가능하겠지만 말이죠. 구톰슨에게 지면을 통해서라도 꼭 안부를 전하고 싶네요^^.
애리조나에서 추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