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주고 뺨 맞고…370억 원 낭비’
▲ 송영선 의원실이 작성한 문건들. | ||
먼저 지난 10년 동안(1997년~2006년 9월) 우리나라의 무기 구매 실적(계약기준)을 살펴보면, 구매액이 총 196억 달러로 이 중 160억 달러(81.4%)가 미국산 무기였다. 이 수치는 미국 판매량 전체의 약 5%이며 아시아국 중 3위, 전 세계에서는 5위를 차지한다.
문제는 이렇듯 한국이 미국무기의 ‘주요 판매시장’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대외군사판매 구매국 분류 기준’의 가장 낮은 단계인 제3그룹에 속해 있다는 것이다. 3그룹에는 한국 외 이집트, 요르단, 바레인, 태국, 파키스탄, 아르헨티나, 필리핀 등 모두 14개국이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산 무기를 사올 때 FMS(대외군사판매) 방식과 상업구매 방식으로 들여오게 된다. 이 중 FMS 방식 구매 시 3그룹에 속해 있는 우리나라는 FMS 가격항목 중 ‘인가비용(Authorized Cost)’ 중의 ‘비순환 비용(연구개발에 투자한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부과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한다. 그러나 2그룹인 NATO회원국과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이스라엘은 면제받고 있다. 또한 인가비용 중의 ‘계약행정비’ 항목 또한 한국 등의 3그룹에겐 1.5%를 내도록 하고 있으나 2그룹에겐 그 절반에 가까운 0~0.85%만 부과한다.
송 의원은 “미국 측의 무기판매 시의 불공정 거래법규로 인해 한국은 지난 10년 동안 무려 4000만 달러(현재 환율 369억여 원)를 과다지급 했다”고 폭로했다.
뿐만 아니란 그동안 인가비용 중 ‘계약행정비’로 지출되는 돈을 줄일 수 있었음에도 방치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송 의원은 “이 계약행정비는 지난 1993년8월 체결된 ‘한·미 품질보증협정’을 활용하면 0.65%를 절감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지금까지 방치해온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이 FMS 제도 자체의 본질적인 문제는 계약한 무기의 납기가 지연되더라도 이에 대한 배상요구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실례로 지난 2004년 해군은 FMS로 구매한 대함유도탄 방어유도탄의 인도일자가 1년 이상 늦어져 이에 대해 보상을 요구했으나 미국 측은 ‘FMS 규정상 보상이 불가하다’며 거부했다. 당시 해군은 무기 제작사에 직접 보상요구를 해 100만 달러의 보상금을 받아냈지만 이는 미국 국방부가 아닌 제작사로부터 받아낸 것이었다.
송 의원실에 따르면 한국이 미국의 무기판매국 중 거래금액 5위에 속해 있는 시장임에도 가장 낮은 단계인 3그룹에 속해 있는 것은 미국 측의 일부 군사전문가들도 ‘부당한 대우’라고 인정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와 같은 3등급에 속해있던 이스라엘의 경우 지속적인 정부의 노력으로 올해 초 2등급으로 지위가 올라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