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가을휴가’는 올해로 쫑~”
▲ 임태훈(왼쪽)과 홍수아 | ||
―두 사람이 다정한 친오누이 같아 보인다. 평소 자주 만나는 편인가?
임태훈(임): 서로 바쁘니까 자주는 못 보고요, 가끔 (김)현수 형이랑 같이 만나서 밥 먹는 정도예요.
홍수아(홍): 현수도 그렇고 태훈이도 너무 착하고 순수해요. 같이 다녀도 스캔들 날 위험도 없고요(웃음).
임: 사람들이 절 몰라봐요. 야구장에선 쉽게 알아보시는데 밖에 다니면 잘 몰라 보시더라고요. 그래서 수아 누나랑 스캔들이 나려고 해도 날 수가 없어요. 근데 기자 분들은 현수 형이랑 수아 누나 사이를 의심하는 것 같던데?
―나도 궁금했다. 홍드로랑 김현수와의 사이가 단순하지 않다는 소문을 들었다.
홍: 소속사 사무실로도 전화가 걸려오나봐요. 그런데 전혀 아니라는 거 잘 아시죠?
임: 그러니까 야구를 너무 잘해도 안 좋은 것 같아요. 저처럼 어중간하게 해야 부각도 안 되고 같이 다녀도 스캔들도 안 터지고…, 현수 형이 수아 누나랑 스캔들 난다고 하면 아마 기절할 걸요?
홍: 현수가 빨리 여자친구를 만나야 할 텐데…. 어떤 팬들은 제가 야구장 가면 태훈이랑 현수랑 친하게 지내지 말라고 막 뭐라 하세요. 두 사람은 절 여자로 쳐다보지도 않는데 말이죠.
―그런데 임태훈 선수는 자신의 실력에 대해 과소 평가하는 것 같다. 올시즌 두산 불펜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했는데도 말이다. 성적이 11승 4세이브 3홀드 방어율 3.06을 기록했다.
임: 제가 한 이닝에 점수를 너무 많이 내주는 편이에요. 어떤 경기에선 한 이닝에 3점을 주기도 했었거든요.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 그런지 위기 관리 능력이 좀 떨어지는 편이죠.
―얘기가 나온 김에 이번 플레이오프 때 SK 박정권 선수한테 맞은 홈런 두 방에 대해 물어보겠다. 2007년과 2008년에도 한국시리즈에서 김재현 선수한테 홈런을 맞은 아픔이 있던 탓에 그 후유증이 컸을 텐데.
임: 제 고집 때문에 망한 거죠(웃음). 처음에 잘 들어갔거든요. 그런데 그걸 (박정권이) 노려친 거죠. 그거 한방 쳐내더니 저한테 자신감이 생긴 것 같았어요. 전 한번 맞으면 다음에도 또 같은 공을 던져요. 승부를 보고 싶은 욕심 때문이죠. 어떤 분들은 제가 도망가려다 (두 번째 홈런을) 맞았다고 하시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정면 승부를 걸려다 잘 안 된 거였어요. 제가 베테랑 선수이거나 정말 훌륭한 선수라면 그런 고집은 안 부렸을 겁니다.
―유독 가을만 되면 아픈 경험을 많이 하게 된다. 3년 연속 ‘가을’이 좋지 않은 기억을 준다.
임: 지난해에도 플레이오프 때 6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만루 상황도 이겨내는 등 잘하다가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김재현 선배님한테 2구에 홈런 맞고 박재홍 선배님을 스트레이트로 볼넷을 줬어요. 공 6개로 한국시리즈가 끝난 셈이죠. 그 후론 줄곧 더그아웃에서 벤치만 달궜어요. 친구들이 문자로 ‘너 왜 안 나오냐?’고 보내면 ‘나 가을 휴가 받았어’라고 답장했어요.
―두 사람 다 한창 연애할 나이라서 만나면 서로의 연애담을 주고받고 할 것 같다.
임: 수아 누나는 ‘시골 여자’예요. 전화하면 밖에 있는 적이 없어요. 집에 무슨 꿀단지가 있는지 완전 ‘집순이’예요. 그래서 더 좋기도 해요. 연예인답지 않게 수수하고 잘 놀 줄 몰라서요.
홍: 제가 알기론 현수는 진짜 여자친구 없고요, 태훈이는 여러 번 사귀어 본 경험이 있다고 들었어요.
임: 아! 또 아픈 얘길 꺼내야 하는 거야? (웃으면서) 제가 지금까지 여자를 네 명 정도 만나봤거든요. 그런데 재미있는 건 모두 한 달도 안 돼서 제가 차였어요. 차인 이유도 가지각색이에요. 첫 번째 여자는 제 주변에 예쁜 여자가 많을 것 같은데 왜 자기처럼 덜 예쁜 여자를 만나느냐, 자꾸 비교될 것 같아 자신이 없다고 사표 쓰고 물러났어요. 그냥 제가 싫다고 하면 더 쿨해 보였을 텐데 말이죠. 두 번째는 2006년 청소년대표팀 야구선수권대회 나가기 일주일 전에 만난 여잔데, 출국 후 커플티셔츠를 선물로 주면서 잘해 보려고 했었거든요. 그런데 다른 남자를 만나다 저한테 딱 걸렸죠. 황당했던 건 그 여자가 더 당당했다는 겁니다. 제가 뭐라고 하니까 절 차고 그냥 떠났어요. 마지막 한 명은 20일 정도 사귀었는데 헤어지자면서 헤어지는 이유를 2년 뒤에 얘기해주겠다는 거예요. 어? 그러고보니 지금 2년이 넘었네. 참 다양한 스타일의 여성들을 만났죠? 그 후론 계속 솔로 생활을 해왔어요.
―임태훈은 ‘여자 킬러’라는 소문, 들어봤나?
임: 정말 말도 안 되는 얘기죠. 선배들도 제가 여자를 바꿔가면서 논다고 들었다는 거예요. 전 솔직히 이성에 대해 큰 관심이 없어요. 고등학교 때도 여자 만날 시간에 한 시간이라도 더 운동하겠다는 마인드였으니까요.
홍: 태훈아, 이거 ‘취중토크’인데 너무 모범답안만 내놓는 거 아냐? 적당히 망가지고 솔직해야 ‘취중토크’의 묘미가 있거든. 자, 원샷!
―혹시 선발투수인 후배 홍상삼 선수가 부러운 적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임: 그럼요. 지난 캠프 때 마무리 투수 교육을 같이 받았거든요. 상삼이가 한번 선발로 나갔다가 잘 던지니까 계속 선발로 투입되더라고요. 많이 부러웠어요. 선발투수…, 하고 싶어요. 아무리 중간계투가 잘한다고 해도 스포트라이트는 선발투수의 몫이에요. 그런데 이런 말하면 김경문 감독님 심기만 불편하게 해드리는 것 같아 조심스러워요.
―임태훈 선수한테 베이징올림픽과 WBC대회는 결코 잊을 수 없는 대회가 될 것 같다.
임: WBC 대회는 아쉬움이 많아요. 공인구가 미끄러운 바람에 대만전에 나갔다가 실수를 많이 했어요. 다 핑계죠 뭐. 일본에서 연습할 때는 페이스가 너무 좋았어요. 그런데 미국에 가니까 한 번 잃은 신뢰는 단기전에선 회복되기 힘들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베이징올림픽은, 할 말이 없어요. 처음에 (윤)석민 형 대신 제 이름이 올라가자, 미니홈피가 온통 욕과 비난으로 들끓었어요. 저 또한 제 자리가 아닌 것 같았어요. 만약 빠져야 할 선수가 있다면 영순위가 저라고 생각했어요. 당시 (송)승준이 형이 ‘미치겠다, 나 아이가?’하며 괴로워하시길래, “형, 백퍼센트 저니까 걱정마세요”라며 안심시켜 드렸어요. 제가 갔으면 한국이 우승 못했을 거예요. 전 당시 안 되는 선수였고 석민 형은 운과 실력이 잘 되는 선수였다고 믿어요.
―팬들한테 가장 듣기 싫은 말이 있다면?
임: ‘새가슴’이란 말이요. 제 가슴 멀쩡하거든요. 만약 저한테 ‘새가슴’ 운운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3만 명이 넘는 경기장의 한 가운데에 서 보시라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야구가 아니라 3만 명 앞에서 강의를 한다고 상상해 보세요. 떨리지 않을까요? (박)정권이 형한테 홈런 맞은 날, 어떤 여자 분이 제 미니홈피에 글을 남기셨더라고요. ‘넌 욕을 먹어야 잘한다고 했지? 홈런, 언제까지 쳐맞을래? 김태균, 김재현, 이번엔 박정권이냐? 얼마나 더 쳐맞아야 속이 시원하냐?’라고 쓰셨어요.
홍: 태훈이, 많이 속상했겠다. 물론 비난을 퍼붓는 팬들도 있지만 널 아끼는 팬들이 훨씬 더 많다는 걸 알아야 해.
임: (갑자기 신나하면서) 선물을 주시는 팬들이 많아요. 선물의 종류가 다양한데 그 중에서 모자가 가장 많아요. 그런데 이 자리를 통해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제 머리가 아주 커 보이나 봐요. 모자 사이즈가 57이거든요. 그런데 팬들은 59 사이즈를 선물해주세요. 실제로 보면 머리가 그리 커 보이지 않죠?
―글쎄, 원하는 대답을 할 수가 없네(웃음). 두산에는 유독 ‘꽃미남’들이 많다. 두산의 꽃미남 4인방에 임태훈 선수도 포함돼 있던데.
임: 혹시 그 4인방에 저 말고 누가 있죠? 네? 홍상삼이요? 에이, 그럼 저 빼주세요. 상삼이 들어가면 저 안 할래요. 그거 혹시 베스트가 아니라 워스트 뽑은 거 아니에요?
―만약 여자친구가 연예인인데 연기를 위해 노출신을 찍어야 한다면 어떻게 반응할 건가?
임: 절대 안 돼요. 아무리 중요한 배역이라고 해도 제가 사랑하는 여자가 다른 남자들 앞에서 옷을 벗는다는 건 결코 있을 수 없어요. 말로는 연기를 위해, 연기자니까 노출을 할 수도 있다고 하지만 벗지 않아도 연기력으로 승부 거는 배우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전 완전 반대예요.
홍: 배우는 어쩔 수가 없어. 내 모든 걸 보여줘야 하니까.
임: 그래서 누난 스타화보 찍은 거야? 날 설득시키지마. 난 누나가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연기자라는 좋은 평가를 듣길 바래.
홍: 누나가 화보 찍어서 놀랐니?
임: 인터넷에 홍수아 치니까 비키니 입고 찍은 사진이 떠서 완전 놀랐잖아. 보기 싫어. 그런 사진들은.
스물두 살의 임태훈은 노출신에 대해 굉장히 보수적이었다. 여자친구는 아니지만 친누나처럼 생각하는 홍수아가 그런 연기를 해야 한다면 말리겠다는 반응이었다. 선천적으로 허리가 약해 허리 통증을 달고 사는 임태훈은 시즌이 끝나니까 온몸이 부상병동이었다. 그 바람에 온전한 컨디션을 유지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플레이오프에 설 수 있었던 현실에 감사한다는 마인드였다. 2군에서, 또는 4강에서 탈락하는 바람에 가을 잔치를 맛볼 수 없었던 선수들을 생각한다면 자신은 ‘행복한 놈’이라고 위안을 삼았다. 아픔만큼 성숙해진다는 인생의 진리를 야구에 대비시키며 플레이오프 때의 쓰라림을 경험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임태훈한테 홍수아가 이런 말을 건넨다. “태훈아, 네가 하는 말 들어보면 ‘영감’이 따로 없어. 나이도 어린 애가 무슨 말을 그리 속 깊게 잘하니?”
뒤죽박죽 이니셜 토크
내 맘 속의 P! 박찬호 선배님^^
▲ 인터뷰 중에도 한국시리즈 중계방송에 눈을 못 떼던 임태훈. “아쉬움은 모두 털어냅시다” 셋이서 술잔을 짠짠짠! 유장훈 기자doculove@ilyo.co.kr | ||
▲다 아실 것 같은데, P 선수요. 그 선수가 막판에 절 무지 힘들게 했었죠. 홈런 2방에 결승타 한 방을 때려서 절 주저앉게 만들었잖아요. 박정권 선수냐고요? 당연하죠^^.
―언론에 나타나는 모습과 실제 모습이 완전 딴판인 선수는?
▲별로 없는데요. 진짜 없어요.
(이때 홍수아가 “대답이 재미없다”라고 하자, “누나는 출석 부를 때 나와”라고 장난을 치는 임태훈의 모습이 ‘재미있다’)
―‘여자 킬러’ ‘작업맨’으로 꼽히는 선수는?
▲K 선수! 그 선수는 한번 만난 여자들은 모두 자기 여자로 만들어요. 다 친하게 지내고요. 연락을 주고받는, 그리고 만나는 여자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어요. 대단한 재주꾼이죠. 연애와 관련해서는^^.
(또 다시 홍수아가 “K가 누구야? 김현수? 고영민?”하며 궁금해 하자, 임태훈 왈, “누나,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라고 어이없어한다.)
―성격이 아주 별로인 선수는?
▲L이요. 더 이상의 부연 설명은 사양하겠습니다.
―같은 남자이면서도 참 멋지다고 생각되는 선수는?
▲H요. 이건 실명을 공개해도 되죠? 홍성흔 선배님이 정말 멋있어요. 가족들한테 굉장히 자상하고 자기 것을 잘 지키면서 끊임없이 노력하는 스타일이시거든요. 우리 팀의 김선우 선배님도 멋지시고요.
―몸값이 아깝다고 생각하는 선수는?
▲또 다른 K요. 억대 연봉 선수인데 주전이 아니에요. 억대 연봉자라면 주전은 아니더라도 팀의 중심이거나 키플레이어가 돼야 하는데 그 역할을 못하고 있거든요.
(임태훈의 올해 연봉은 9000만 원. 지난해 1억 원을 요구했다가 구단으로부터 거절당한 임태훈은 만약 올 시즌 억대 연봉자였다면 책임감이나 자부심이 남달랐을 것이라고 말한다)
―가장 존경하는 선수는?
▲P! 박찬호 선배님이요. 올림픽 상비군 때 찬호 선배님이랑 같이 운동을 했거든요. 그때 방에서 동기들이랑 놀며 ‘텔미’ 춤을 추고 있었어요. 그걸 우연히 보시곤 선배님이 자기 앞에서 춰보라고 하시더라고요. 선배님 앞에서 재롱 좀 부렸죠. 그 후로 일구회 시상식 때 만났는데 또 다시 텔미 춤을 추라고 하시는 거예요. 스프링캠프 때도 여러 가지로 많이 챙겨주셨어요. 몇 마디 안 나눴는데도 그분의 얘기가 팍팍 꽂히더라고요. 정말 대단한 분이신 것 같아요.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