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표심 잡겠다면서 ‘중년’ 후보들만 수두룩
지난 20일 김희옥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과 김광림 정책위의장, 권성동 전 사무총장과 김영우 혁신비대위원이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혁신비상대책위원회에서 각각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청년 최고위원을 선출하기로 했다.”
6월 14일 권성동 전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여의도 당사에서 당 지도체제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정치권 이목은 새누리당이 12년 만에 집단지도체제에서 당대표의 단일지도체제로 바뀐다는 점에 집중됐다. 하지만 ‘청년 최고위원직’ 역시 화제를 모았다. 권 전 사무총장은 “45세 이하, 남성과 여성을 포함한 청년이 최고위원이 될 수 있다. 청년과 여성 등 다양한 계층의 참여 확대로 미래 정치 지도자를 양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청년 최고위원 신설은 대선 국면에서 청년층의 표심을 끌어오기 위한 ‘필승카드’라는 분석이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이번 총선에서 청년들의 시민의식이 깨어났다. 청년실업 등 구조적인 문제를 기성세대에 맡기면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자각하고 이들이 투표장에 나오기 시작했다. 20·30대는 내년 대선에서 정치적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할 것이다. 새누리당이 청년 최고위원직을 만든 배경”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청년 최고위원을 두고 뒷말도 새어나오고 있다. 이준석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제가 청년을 위한 당직은 웬만한 것들은 다 해본 것 같다. 하지만 청년이란 이름표가 배려의 상징처럼 여겨져 오히려 제약으로 작동한 것들을 많이 봤다. 지금 새누리당은 청년 자원이 적기 때문에 어디선가 누구 한 명이 빠지면 그곳이 빈다. 자꾸 청년을 위해 다른 영역을 만들어 자리를 만드는 것은 오히려 청년들에게 쥐약이다. 청년 인재의 영입량 자체를 늘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청년 인력 ‘풀’ 자체가 적은 새누리당 여건상 청년 최고위원이 목소리를 내기에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청년 최고위원의 입후보 자격인 연령 기준(만 45세 이하)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선 “지나치게 높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청년 최고위원 후보군에 오르내리는 원내 인사들은 대부분 40대다. 김세연(만 43세), 유의동(만 44세), 오신환(만 45세) 의원은 가까스로 연령 자격을 만족하고 있다. 김성원(만 42세), 전희경(만 40세) 의원도 마찬가지다. 유일한 30대는 신보라 의원(만 33세)이다. 원외인사론 김상민 전 의원(만 42세), 손수조 당협위원장(만 31세) 임윤선 혁신비대위원(만 37세)이 거론되고 있다. 원내외를 막론하고 20대는 찾아볼 수 없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우리 사회의 통념상 청년에 대한 기준은 만 45세다. 한 10년 정도 나이가 더 들었다. 하지만 지금 새누리당은 20·30대의 목소리를 반영해 청년의원들을 뽑겠다는 것이다. 당연히 연령 제한도 그 취지에 맞게 내려야 한다. 만 39세 이하로 낮춰 20·30대에 많은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관계자는 “당헌 당규상 청년 입후보 연령 관련 규정이 만 45세 이하로 돼있다. 이에 준해 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청년 최고위원의 또 다른 장벽은 전당대회 ‘기탁금’이다. 2014년 전당대회 당시 새누리당은 최고위원 후보 등록을 위해 기탁금 8000만 원을 받았다. 청년 최고위원 후보자는 같은 금액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지상욱 새누리당 대변인은 16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청년 최고위원 후보가 내는 선거 기탁금을 일반 최고위원 기탁금 규모의 4분의 1만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청년 최고위원 기탁금으로 2000만 원을 받아 진입장벽을 낮추겠다는 결정이었다.
하지만 새누리당 기획팀 관계자는 “기탁금 부분에 대해 청년을 위한 배려를 할지 안 할지 정해진 사항은 없다. 감축 의견이 있어 논의 중이다.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지상욱 의원실 관계자 역시 “결정된 사안이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청년 최고위원은 ‘계파’라는 큰 산도 넘어야 한다. 지난 22일 기자와 만난 새누리당의 한 보좌관은 “지금 당 분위기를 봐라. 말이 청년 최고위원이지 친박 거수기가 될 것이다. 김세연 의원이 된다고 해도 나름대로 목소리를 내겠지만 결국 친박의 꼭두각시가 될 거다. 청년 최고위원도 친박 입김이 들어간 사람이 나올 수 있어 계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어떤 사람이 되느냐에 따라 그 역할과 책임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청년 최고위원 회의론도 이런 맥락에서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당직자는 “청년 최고위원이 새누리당 내에서 할 수 있는 건 없다.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가 있다. 그곳에서 지금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정책을 만드는지도 모르는데 그게 가능할까. 솔직히 당에 청년들을 끌어와서 당권을 강화하고 대선 전략 세우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