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안해도 월급 나오고 법관 출신이 문화콘텐츠 교수로…과도한 전관예우 논란
19대 국회가 종료되자마자 낙선의원들이 대학교수로 임용돼 전관예우 논란이 일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우선 용인대는 19대 국회의원 임기가 끝나자마자 황우여 새누리당 전 의원을 문화예술대학 문화콘텐츠학과 석좌교수로 임용했다. 황 전 의원이 교수로 임용된 정확한 날짜는 지난 6월 1일이다. 6월 중순경이면 1학기 수업이 모두 끝나기 때문에 황 전 의원은 임용되자마자 방학을 맞이하게 됐다. 교수 임용은 보통 개강 날짜에 맞춰 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황 전 의원을 배려한 일정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황 전 의원이 배정된 학과도 논란거리다. 용인대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는 설명을 살펴보면 문화콘텐츠학과에서는 멀티미디어 개발 과정을 통해 컴퓨터 그래픽, 프로그래밍, 영화 디자인 실기 등을 교육하고 있다. 법관 출신인 황 전 의원이 컴퓨터 그래픽 등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의문이다.
게다가 황 전 의원은 불과 몇 개월 전까지 교육부 장관으로 재직하며 대학 구조조정에 따른 대학 평가 작업을 진행했던 당사자다. 국회의원 임기가 끝나자마자 특정 대학 석좌교수로 임용된 것은 부적절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용인대 측은 “문화콘텐츠 학과는 컴퓨터 그래픽 같은 것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문화 예술 전반에 대한 교육을 한다. 몇 년 전 학과 성격이 그렇게 바뀌었는데 홈페이지에는 아직 반영이 되지 않은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어 “아직 (황 전 의원이) 어떤 내용의 강의를 맡게 될 것인지는 정해지지 않았다”면서도 “황 전 의원이 법관 출신이긴 하지만 오랫동안 정치권에서 활동한 만큼 학생들에게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19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낸 강창희 새누리당 전 의원 역시 임기가 끝나자마자 한남대 석좌교수로 임용됐다. 강 전 의원은 현재 출근은 하지 않고 있지만 이번 달 급여는 정상적으로 지급된다. 강 전 의원은 한남대 석좌교수로 재직하면서 정기적인 수업은 하지 않고 한 학기에 한 차례 정도 특강을 하면서 연구 활동을 하게 된다.
한남대 측은 “석좌교수의 경우 원래 정기적으로 출근을 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한 뒤 “강 전 의원이 연구할 주제는 아직 확실히 정해지지 않았지만 통일이나 정치 관련 주제로 연구를 하게 될 것 같다. 특강도 아직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고 일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하거나 교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특강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학교 측은 필요에 의해 강 전 의원을 임용한 것이 아니라 무작정 임용부터 한 후 이제 와서 강 전 의원을 어떤 식으로 활용할지 고민하는 모습이다.
강 전 의원을 학기 막바지에 임용한 이유에 대해서는 “강 전 의원이 그때 국회의원 임기가 끝나니까 임기가 끝나는 날짜와 맞춘 것”이라며 “교수를 언제 임용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으니까 문제될 것은 없다”고 해명했다. 한남대는 강 전 의원의 지역구인 대전에 위치해 있는 대학이다. 전관예우 논란이 불거진 배경이다.
새누리당 박성호 민현주 이종훈 신의진 전 의원은 임기가 끝나자 원래 재직했던 대학으로 복직했거나 복직할 예정이다. 이들은 모두 대학교수 출신이다. 이들은 지난 19대 국회에서 당선된 후 4년 동안 휴직을 했다. 대학들은 국회의원이 된 교수들은 오랫동안 휴직을 해도 규정상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상당수 대학은 정작 ‘신체 또는 정신상의 장애로 장기의 휴양을 요할 때’에는 1년 이상의 휴직은 제한하고 있었다. 유독 국회의원에 대해서만 관대한 휴직 규정을 적용하고 있는 것이었다. 전임 교원의 휴직이 길어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과 학교 측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들이 몇 년씩 휴직 상태로 있으면 대학 측은 정원 문제로 전임 교수를 충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교수가 국회의원이 돼 휴직 상태에 있던 대학들은 비전임 교원을 추가로 임용하거나 기존 전임 교원들이 대신 수업을 진행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당연히 수업의 질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교수 출신 국회의원들이 오랫동안 휴직을 하더라도 대학 입장에서는 살아있는 권력인 현직 국회의원에게 교수직 사퇴를 요구하기도 힘든 실정이다.
교수 출신 국회의원들이 재선, 삼선에 성공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의 경우에는 지난 2월 무려 12년 동안이나 교수직을 휴직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아무리 오랫동안 휴직을 해도 전혀 문제 삼지 않고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곧바로 복직시켜주는 대학들의 행태는 과도한 특혜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이종훈 전 의원과 신의진 전 의원의 경우는 19대 국회 후반기에 대학의 예산과 법령을 다루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활동했다. 특정 대학에 소속되어 있던 국회의원들이 공정하게 상임위 활동을 할 수 있었겠느냐는 말도 나온다. 한편 김희국 전 의원도 곧 대학 강단에 설 채비를 하고 있으며 총선 이후 휴식기가 끝나고 나면 대학 강단으로 진출하는 낙선 의원들은 더욱 많아질 전망이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