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맥주 무제한 제공 특별석 ‘스카이 펍’의 옥에 티
‘스카이 펍’ 내부에서 바라본 경기장.
[일요신문] 4만 7899명. 지난 18일 열린 FC서울과 수원삼성의 K리그 경기에 서울월드컵 경기장을 찾은 관중수다. 양 팀은 이날 K리그 역대 최다관중 9위에 해당하는 인원을 모으며 축제를 벌였지만 ‘옥에 티’와 같은 사건이 발생해 앞으로의 흥행에도 우려를 낳고 있다. 경기 중 위아래 층으로 나뉜 양 팀 팬들이 도발을 주고받다 위층에서 아래로 맥주를 부어버린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사건이 일어난 위치는 원정팀 응원단이 앉는 S석 우측 상단이다. 위층에는 FC서울에서 올해부터 야심차게 운영을 시작한 ‘스카이 펍’이 자리 잡고 있다. 스카이 펍은 입장하는 홈 팬들만을 위한 ‘생맥주 무제한 제공 특별석’이다. 이곳에서 경기를 즐기던 일부 관중이 아래의 상대팀 관중과 시비 끝에 맥주를 뿌린 것.
당시 아래층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정 아무개 씨는 “전반전 FC서울의 선제골이 들어갔을 때부터 내 앞쪽에 자리한 사람들의 머리에 액체가 떨어졌다. 피해를 입은 관중들이 위층을 향해 항의했지만 후반 동점골이 터지면서 반복적으로 맥주가 뿌려졌다”고 전했다. 이어 “5회 정도 맥주가 뿌려지자 일부 관중이 경기장에 배치된 경호팀을 불렀고 이들이 동원되자 사건이 진정됐다”고 설명했다.
스카이 펍은 지난해 말 시험운영을 거쳐 올해 본격적으로 오픈한 특별석이다. 3만 원의 금액을 지불하면 맥주와 팝콘을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 팬들은 편안한 환경에서 맥주와 축구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스카이 펍의 오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왔다.
FC서울은 스카이 펍 외에도 다양한 특별석 운영으로 성적과 마케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프로축구연맹에서 시상하는 최다관중상까지 거머쥔 FC서울이다. 하지만 오픈 4개월 차를 맞이한 스카이 펍에서 홈팬과 원정 팬과의 문제가 일어났다. 맥주를 뿌린 행위는 개인이 벌인 일이지만 구단의 세심한 운영 또한 아쉬움을 남겼다.
<일요신문>에서는 FC서울과 광주FC의 FA컵 경기가 벌어진 22일 스카이 펍을 직접 찾았다. 이날은 슈퍼매치와 달리 4000여 명의 관중만이 경기장을 찾아 원정석과 가까운 남서쪽의 ‘스카이 펍1’이 아닌 북동쪽에 위치한 같은 구조의 2호실만이 운영되고 있었다.
실제 확인한 스카이 펍은 창문을 열기만 하면 별다른 완충지대 없이 아래층 좌석으로 물건이나 액체가 떨어져 피해를 줄 수 있는 구조였다. 난간에는 기대지 말라는 경고 문구만이 부착돼 있었다. 관중이 많이 차지 않는 경기에는 이러한 점이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만원 관중이 운집한 슈퍼매치에서만큼은 상황이 달랐다.
‘스카이 펍’에서 아래층을 내려다 본 모습.
스카이 펍에서는 준비된 생맥주가 소진되면 캔맥주를 제공한다. 문제는 이를 잔에 따르지 않고 캔 그대로 제공한다는 점이다. K리그를 비롯해 국내 프로야구에서도 이물질 투척을 예방하기 위해 경기장에서 판매하거나 입장객이 챙겨온 캔 음료까지도 종이컵에 따르고 캔은 수거하고 있다. 하지만 스카이 펍에서는 맥주캔이 관중들의 손에 그대로 쥐어지고 있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관중 입장 시 음료를 컵에 따르는 것은 경기장 내 오물 투척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라며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스카이 펍에서 제공되는 캔맥주의 경우 앞쪽이 막혀 있는 공간이라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다. 창문이 열리는 것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상래 인턴기자 scourge2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