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만큼 정성 보여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진공동취재단
이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재 출연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당초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조건 중 ‘대주주 사재출연’은 포함되지 않았다. 조 회장이 이미 1조 원이 넘는 자금을 한진해운에 투입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5월 산업은행 관계자는 “(조양호 회장에게) 사재 출연 요구는 없을 것을 보인다”며 “이미 1조 원이나 투입하지 않았느냐”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산업은행의 입장에 변화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한진해운의 용선료 인하 목표치를 ‘현대상선에 준해서’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용선료 협상이 여의치 않자 산업은행의 입장에 변화가 왔다는 분석이다.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서 벌크선 사업 부문과 현대증권 등을 매각했다. 게다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300억 원 상당의 사재도 내놓았다. 채권단 입장에서 보면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에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한 셈이다. 조 회장 역시 현 회장이 보여준 만큼은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한진그룹 측은 난감한 기색이 역력해 보인다. 마땅히 매각할 자산이 없을뿐더러 사재 출연에 대한 당국의 입장도 갑자기 달라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요 협상 대상 선주사인 시스팬도 직접 조양호 회장의 사재 출연을 요구하고 나선 상황이다. 한진그룹 측은 “(조양호 회장의) 사재출연에 대해서 아직 결정된 사안은 없다”고 짧게 답했다.
정재훈 기자 julia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