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당원들 “여성 당직자·접대부 끼고 술판 벌여” 중앙당에 탄원서 제출
더민주 지역위원장 A 씨가 일부 당원들로부터 음주 추태 등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일요신문] ‘술이 원수’라는 말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서울특별시당 지역위원장이자 20대 국회의원 후보였던 A 씨가 노인폄하발언에 이어 음주 후 폭행과 욕설은 물론 여자 당직자를 데리고 룸살롱에 드나드는 등의 추태로 물의를 빚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말 그대로 술이 원수라지만 지역민심과 민생정치 우선을 외치는 당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어 보인다는 지적이다.
더민주의 지역위원회 당원 70여 명은 지난 20일 중앙당 윤리심판원에 A 씨의 지역위원장 심사와 재선임을 반대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앞서 16일에는 더민주 중앙당 조직강화특위에 같은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탄원서에 따르면, A 씨는 노인폄하발언과 부친 장례식 직후 룸살롱 추태 등 각종 물의를 일으켰다. 또한 주먹구구식 당 운영과 야권연대 실패 등으로 선거 패배에 책임이 있음에도 선거패배를 국민의당에 떠넘기고 공모기간 중 운영위원회를 해산하는 등 지역위원회 사당화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이에 지역위원장 재심사에 나선 A 씨의 지역위원장 재선임 반대를 주장했다.
탄원서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A 씨는 지난 2015년 6월 자신의 부친 장례식 직후 한 식당에 운영위원 10여 명을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 A 씨는 “아버지 잘 돌아가셨다. 이번 대선에 출마하겠다. 공약도 다 준비해놨다”며 돈키호테식 발언으로 일관했다. 당시 A 씨는 여성간부들도 동석한 자리에서 “룸살롱 갑시다”라며 식사자리를 끝냈다.
이후 A 씨는 농담으로 여긴 몇 명을 제외하고 여성을 포함한 당직자들을 데리고 룸살롱에 가서 음주가무를 즐겼다. 당시 A 씨는 룸살롱 등 술자리에서 여성접대부와 여성당직자를 곁에 앉히고, 문재인 전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는 등 지역위원장의 신분을 자랑했다.
이어 A 씨는 술에 취해 동석한 간부들에게 욕설과 험담으로 모욕을 주고 영업시간이 끝나 접대부와 밴드가 나가자 “내 파트너 데려와라. 밴드 다시 불러라. 여기서 자고 가겠다”며 추태를 부렸다. 결국 접대부와 밴드를 불러주고 동석자들은 귀가했다. 당시 술값 역시 당직자의 몫이었다. 위원장으로서 당직자들에게 이른바 ‘갑질’을 한 정황으로 여겨진다.
이뿐만이 아니다. 선거일 당일에는 투표종료 전부터 술자리를 가지고 개표참관인까지 개표종료 전에 전원 철수시켜 음주한 사실도 확인됐다. 자신과 당을 위해 최선을 다한 지역민과 당원들의 바람은 뒤로한 채 선거 날 12시간 이상 술자리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더민주 지역위원회 일부당원이 A 위원장 재선임을 반대하기 위해 제출한 탄원서 사본.
하지만 A 씨는 취임 후 1년 6개월간 변변한 당원교육, 단합대회, 핵심당직자회의를 가지지 않은 채 일부 측근 당직자들과의 술자리만 자주 가졌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술이야 마실 수도 룸살롱을 찾을 수도 있지만, 위원장 신분을 이용한 잦은 폭언과 폭행관련 등 물의를 일으킨 점은 제1야당의 공인으로서 자질이 의심스럽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특히, 여성 당직자들을 접대부가 있는 술집에 동석시킨 것도 모자라 일부 당직자의 신체를 접촉한 행위는 성희롱 등의 범죄행위라는 지적이다.
또한 A 씨는 과거 경찰관을 폭행해 공무집행방해죄(상해)로 500만 원 벌금을 받은 경력도 있다. 이밖에 선거 운동원이었던 A 씨의 친동생 B 씨도 술을 마시고 선거캠프봉사자를 폭행한 사실도 추가로 알려졌다. C 씨는 A 씨 형제와 함께 노래방에 갔다가 이 같은 일을 당한 뒤 고소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탄원서를 제출한 당원 및 관계자는 “이 같은 A 씨의 음주 추태 논란은 하루이틀의 문제가 아님에도 당 내외 이미지와 당 지지도를 의식해 덮어두려 했다. 하지만 A 씨가 선거패배 책임은 등진 채 지역위원장직을 연임할 뜻을 밝히고, 위원회 구성도 자신의 측근인사로만 채우는 사당화 움직임이 보이자 참다못한 당원들이 중앙당에 탄원서를 제출하기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위원회 사당화 근거로는 중앙당 조직강화특위가 열리고 전국 지역위원장을 공모하는 시점에 지역위원회 운영위 간부들을 아무런 통보 없이 해산, 해임하고 측근들로 새 운영위를 구성하려는 행위를 시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5월 25일 지역위원장 공모가 공고된 후 27일 A 씨와 그의 측근들이 주도해 지역위원회 상설위원장을 임명하고 운영위를 구성하기 위한 회의를 개최하려다 일부 당원들의 반발로 의결사항 하나 없이 무산된 점을 강조했다.
당규에 따르면, ‘지역위원회 산하 위원장들은 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위원장이 임명한다’고 규정돼 있다. 당 관계자들의 유권해석도 기존 운영위원회 해산은 위원장이 재선임된 후에 할 일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사실상 위원장 권한도 새 위원장 공모기간 동안은 없는 셈이다.
지역위원회 관계자는 “정확한 사안은 A 위원장이 알겠지만 대부분 의견이 다를 것이다. 아마도 위원장 선임을 두고 A 씨의 반대 진영에서 주장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지역의 또다른 관계자는 “위원장 공모를 두고 갈등이 생길 수 있다. 정확한 사실 여부는 중앙당이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보였다.
더민주 관계자는 “이 사안에 대해선 아직 정확히 전달받은 내용이 없다. 바로 공유하지 않아 담당자(당 윤리심판원) 외에는 사실확인 및 구체적인 과정 등을 모른다”고 답했다.
기자는 A 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다방면으로 연락을 시도했지만 끝내 답변이 없었다.
한편, 일각에서는 A 씨가 최근 논란이 되었던 지용호 전 서울메트로 감사의 추천으로 정계에 입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대학 동기이자 절친으로 전해진다. 이어 당 내부에서는 이번 일이 또 다시 친문(문재인) 인사 논란으로 확전될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더욱이 당내 당원 간의 갈등으로 벌어진 내부 탄원인 만큼 한동안 잠잠해진 더민주 계파갈등 불씨가 되살아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형국이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