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보다 힘든 목욕시키기
▲ 홍순국 메이저리그 사진전문기자 | ||
며칠 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사이영상 투수인 린스컴을 상대로 시범경기 첫 홈런을 때린 걸 두고 많은 관심을 표현해 주시네요. 저 또한 다른 투수들과는 달리 린스컴을 상대로 홈런을 칠 수 있었다는 사실에 무척 기분 좋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시즌이 아닌 스프링캠프 동안이고 린스컴은 추신수란 선수에 대해 잘 몰랐을 것이고요, 가장 중요한 건, 지금 보여준 린스컴의 투구가 그의 100% 실력이 아니라는 사실이죠.
올 시즌은 메이저리그 투수들이 저에 대한 정보도 많이 취합하고, 연구도 열심히 할 것 같아요. 팀의 중심타자로 올라선 이상, 상대팀의 집중 견제를 받을 건 자명한 일이죠. 하지만 저 또한 가만히 앉아서 당하지만은 않을 겁니다. 우리 팀 경기뿐만 아니라 다른 팀 경기 비디오도 열심히 보면서 투수들의 특징을 연구하고 내가 갖고 있는 장점들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우리 팀 코치와도 1 대 1로 훈련을 하며 이전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시범경기를 치르며 야구에 대해서도 그렇지만, 야구 외적인 면에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특히 이제는 많은 선수들이 절 보고 있다는 시선을 느낍니다. 얼마 전에는 몇몇 선수들이 날 찾아와선 ‘팀 훈련량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우린 이런 훈련은 안 했으면 좋겠다’며 코치나 감독님한테 얘기해주었으면 하는 눈치였어요. 여긴 한국처럼 선수단 주장이 없거든요. 그런데 제가 어떻게, 감히 감독님이나 코치님한테 훈련량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솔직히 전 훈련량이 많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많은 연봉 받고 야구하는 선수라면 이 정도의 훈련은 소화해내야 한다고 믿는 터라 더더욱 선수들의 의견을 위에 전달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선수들의 모습을 통해 ‘아, 이 친구들이 이젠 날 믿어주는구나’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동지애를 느끼게 해주는 거죠.
시범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내다보니 언론에서 팀 간판타자인 그래디 사이즈모어와 자주 비교를 하네요. 이전에도 얘길 했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가 사이즈모어이고, 지금의 제 위치에선 사이즈모어와 비교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울 정도입니다. 그 친구는 야구도 잘할 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매력이 무궁무진해요. 절 경쟁자로 보기보단 정말 친구로 여기고 자신이 경험해본 상대팀 투수들에 대해 아낌없이 정보를 제공해 줍니다. 사이즈모어랑 비슷한 위치에 서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겠죠. 정말 그런 순간이 올까요? 이렇게 달려가다 보면 언젠가 꿈에 그리던 그 날이 제 앞에 나타나겠죠?
애리조나에서 추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