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 의사에 반해 공공연하게 상영” 검찰 ‘전망 좋은 방’ 이수성 감독 기소
곽현화가 출연한 영화 ‘전망 좋은 집’ 스틸컷
개그우먼에서 배우로 변신한 곽현화(35) 역시 그랬다. 2012년 자신의 첫 주연 영화이자 스크린 데뷔작인 <전망 좋은 집>의 촬영을 앞두고 곽현화는 노출 신에 다소 민감한 반응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인들을 타깃으로 한 영화이니만큼 노출은 피할 수 없는 사안이긴 했지만, 그녀는 “애초에 감독과 뒤태 노출만을 찍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영화 홍보 관련 인터뷰에서도 곽현화는 “영화가 만일에 노출 중심이었다면 출연하지 않았다. 대중에게 비칠 이미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지만 섹시한 것이 우선이 돼 버리면 배우생활이 힘들 것 같다”고도 밝혔던 바 있다. 애초에 영화사 측에서 곽현화를 캐스팅하는 것만으로도 ‘삼고초려’를 했다고 표현할 정도였다. 수위 높은 노출 신에 곽현화가 배역을 재차 고사했었다는 것. 실제로 영화 홍보 기간 동안 곽현화는 “뒤태뿐이지만 올 누드가 나온다”라며 뒤태만이 나온다는 사실을 확실히 했고, 영화에서도 곽현화의 노출 신은 뒤태로 종결됐다. 이처럼 노출 홍보는 곽현화의 이름으로 했지만 영화 내에서의 수위 높은 노출은 모두 함께 출연한 여배우인 하나경이 담당해 ‘곽현화의 노출’을 보고 싶어 했던 관객들은 영화를 보고 “김이 빠졌다”라는 평을 남기기도 했다.
이러한 불만을 잠재우기라도 하듯, 영화를 내리자마자 <전망 좋은 집>의 이수성 감독(41)은 영화의 감독판을 인터넷TV(IPTV)로 서비스했다. 감독판이라고 해서 영화의 결말이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수정되거나, 줄거리에 대단한 영향을 끼치는 미공개 영상이 포함된 것도 아니다. 단지 몇몇 미공개 장면이 추가로 포함됐는데 특히 개봉 당시에는 뒤태만 보여줬던 곽현화의 상반신 누드 신을 이번에는 앞면까지 공개한 장면이 가장 특징적이었다. 애초 곽현화의 노출 홍보로 눈길을 끌었다가 영화 내에서 저조한 노출로 실망했던 관객들 사이에 “감독판에는 곽현화의 진짜 올 누드 앞태가 공개됐다”는 입소문이 돌았고 그들의 감독판 구매가 이어졌다. 이처럼 곽현화의 노출 신을 기다려온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영화 <전망 좋은 집>은 IPTV 시장에서 순식간에 대박을 터뜨렸다. 2013년 10월 기준으로 <전망 좋은 집: 감독판>은 영화 일일 다운로드 순위에서 순식간에 38계단을 뛰어오른 9위에 머물기도 했다. 영화 개봉 후 7일 만에 막을 내리기까지 동원한 관객 수가 고작 1500명에 불과한 초라한 성적을 거뒀던 것에 비하면 2차 판권으로는 약 10억 원 상당에 이르는 비교적 짭짤한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전망 좋은 집>의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2014년 9월 곽현화가 <전망 좋은 집: 감독판>에 대해 이수성 감독을 성폭력 혐의로 고소한 것. 곽현화 측은 “계약서에 분명히 배우와 감독이 합의 하에 노출 수위를 결정하기로 돼 있기 때문에 배우의 동의 없이 노출 장면을 임의대로 편집한 무삭제판을 유통시킨 것은 문제가 된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이수성 감독 측도 “계약상으로는 어떤 문제도 없으며 곽현화 역시 동의했던 내용이다”라며 곽현화 측을 무고 혐의로 맞고소했으나 그의 고소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6월 24일 이 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및 무고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씨는 곽현화와 영화를 촬영하면서 상체 노출 장면은 촬영하지 않는 조건으로 배우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촬영 도중 “노출 장면은 극 흐름상 꼭 필요한 장면이다. 일단 촬영한 뒤에 편집 과정을 보고 장면을 제외해 달라고 하면 반드시 제외해 주겠다”고 설득해 곽현화의 상반신 노출 장면을 촬영했다. 곽현화는 촬영 후 편집 과정에서 노출 장면을 빼달라고 요구했고, 감독은 이를 받아들여 영화 개봉판에서 곽현화의 노출 장면을 삭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감독판을 유통시키면서 삭제됐던 노출 신을 다시 삽입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곽현화의 동의를 받지 않아 문제가 된 것이다. 곽현화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분명히 빼달라고 요구했고 개봉판에서도 삭제된 상태였던 노출 신이 추가돼 IPTV에서 유통 중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라며 “이 감독에게 연락해 어떻게 된 일인지 따져 물었더니 감독이 ‘내가 잘못했다, 동의 없이 그 장면을 넣었다’라고 시인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배우가 노출 신을 이유로 감독을 고소한 것은 영화계에서도 전무후무한 일이다. 감독에게 적용된 혐의가 성폭력 혐의 중에서도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현행법상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은 ‘카메라 등 기계장치를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해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경우’를 말한다.
이 감독의 경우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해 촬영’한 것과는 일치하지 않는다. 곽현화의 상반신을 촬영하기 전 설득을 거쳤고, 촬영과 이후 편집에서는 곽현화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촬영 당시에는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않았더라도 사후에 그 의사에 반해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경우” 역시 성폭력에 해당되기 때문에 검찰 기소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
법률적인 판단에 의해 위법이라는 점이 명확히 밝혀질 경우 이 감독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영화를 찍은 감독에게 졸지에 ‘몰카범’과 같은 혐의가 적용되는 것이다. 성범죄를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는 한 변호사는 “만일 촬영 중 발생한 사건으로 말미암은 고소전이었다면 영화 촬영이라는 특수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변호할 수 있지만, 이 사건은 개봉까지 끝난 영화에 대해 배우의 권리는 물론 애초 계약 내용까지 전면적으로 배제하거나 부인함으로써 이익을 챙긴 것이기 때문에 혐의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