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2년 사이에 발표된 의학논문 가운데는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 같은 무조건적인 사랑이 자식의 신체와 정신을 건강하게 키운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들이 많다.
지난해 영국 런던대학 심리학과 하워드 스틸 박사는 10대들의 문제에 대한 원인을 밝히는 논문에서 ‘신생아 때 아버지가 자주 목욕을 시킨 아이는 나중에 친구를 잘 사귀는 등 사회성이 양호한 반면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사회적응력이 취약해져 문제를 일으킨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결과는 무려 14년에 걸친 신생아에 대한 추적조사 결과 나온 통계를 근거로 했다. 스틸 박사는 14년 전 아기를 낳은 1백 명의 부모들을 선정, 생후 12개월, 18개월, 5년, 6년, 11년 뒤에 각각 한 차례씩 조사 평가를 실시하고 14년째에는 아이들에 대해 직접 설문조사를 실시해 사회적응도를 평가했다.
이 결과에 따르면 아기 때 아버지가 목욕시키지 않은 아이들의 상당수가 자기에게 친한 친구가 없으며 다른 아이들도 자기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그는 이 아이들 가운데 30% 정도가 친구를 사귀는 데 심각한 문제를 겪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비해 아버지가 1주일에 3~4회 목욕시킨 아이들이 사교성에 문제가 있는 경우는 3%에 지나지 않았다. 스틸 박사는 아기를 목욕시킬 때 아버지와의 신체접촉과 따뜻한 물의 온도가 아기의 체내에서 옥시토신 호르몬을 많이 분비시키는 것이 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또 아버지가 돌보는 것은 아기가 본능적으로 의지하는 어머니 이외의 세계로 안내하는 역할을 하며 목욕은 가장 좋은 기회가 된다고 설명했다. 어머니의 사랑도 중요하다. 아기가 태어나서 모유를 먹는 경우 신체 건강은 물론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갖는 데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공인된 사실이다.
미국 예일대 역학연구실은 지난해 아기에게 자신의 젖을 먹인 여성들은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절반 가량 낮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유방암 환자와 건강한 여성 각각 5백 명씩의 수유습관을 비교 분석한 결과 밝혀낸 사실이다.
갓난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것은 출산으로 늘어난 자궁과 질근육의 수축에도 도움이 된다. 아기를 안고 젖을 먹이는 것은 아기의 건강뿐 아니라 어머니의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는 결론이다.
최근 미국의 한 정신건강 전문가는 포옹의 중요성을 밝히는 책 <포옹할까요>를 써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포옹은 정신적 육체적 긴장을 풀어주고 자신감을 키워주는 ‘건강증진요법’이라는 것이 저자인 캐서린 키딩의 주장이다. 포옹은 주위 사람에 대한 애정의 표현이자 다른 사람을 발견하고 배려하는 방법이다.
타인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격려하며 위로하는 치유의 과학이며 예술이다. 포옹은 일방적인 치료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상호적인 표현일 때 치유의 능력이 더욱 발휘된다고 키딩은 강조한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 껴안고 접촉하는 것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것은 아이나 부모 모두의 정신건강과 신체건강을 위해 효과적이라는 게 현대 과학자들의 일치된 결론이다. 사랑의 표현은 다른 어떤 보약보다도 효과적인 건강 투자가 아닐까. 아무리 바쁘더라도 어린 아이들을 껴안아주고 함께 부대끼며 어울리는 시간을 늘리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