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웨이, 딜라이브, 홈플러스까지 ‘뻥뻥’…대출상환 부담 커져
MBK는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놀라울 만한 식욕을 과시해왔다. 2006년 한미캐피탈 인수를 시작으로 HK저축은행, ING생명 한국법인, 네파, 딜라이브, 코웨이, 홈플러스 등을 잇달아 인수하며 국내 M&A시장의 큰손으로 자리매김했다. 지금까지 MBK가 국내 기업을 인수하는 데 투자한 돈만 무려 15조 원이 넘는다.
MBK는 2013년 1월 웅진그룹으로부터 코웨이 지분 30.9%를 사들여 최대주주가 됐다. 인수 가격은 주당 5만 원으로서 1조 1900억 원에 달했다. 지난 8일 종가 기준 코웨이 주가는 9만 3000원으로 3년 6개월 동안 2배 가까이 상승했다.
MBK는 지난해 8월 코웨이를 M&A시장에 매물로 내놨다. 당시 CJ와 중국 하이얼 등이 코웨이 인수전에 나섰으나 모두 무산됐다. 구체적인 결렬 원인은 밝히지 않았지만 높은 매각가가 주원인으로 거론됐다. MBK는 코웨이 매각가격으로 3조 원 이상을 원했으나 인수 후보자들은 당시 시가인 2조 1000억 원가량을 원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MBK는 현재도 코웨이의 매각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코웨이 정수기에서 니켈이 검출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코웨이의 주가는 지난 1일 10만 7500원에서 8일 9만 3000원으로 6일간 10% 이상 하락했다. 게다가 코웨이는 니켈 검출 사실을 알고도 1년간 숨긴 사실이 드러나 기업 신뢰도에도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가격을 대폭 낮추지 않는 이상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코웨이는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올렸지만 이미 기업 신뢰도는 떨어졌다는 평가다. 사진캡처=코웨이 홈페이지.
종합유선방송사 딜라이브(구 씨앤엠)의 매각이 힘들어진 것도 MBK에 악재다. 2007년 MBK를 주축으로 맥쿼리펀드 등은 국민유선방송투자를 설립했고 이를 통해 딜라이브를 인수했다. 국민유선방송투자는 딜라이브 지분의 93.1%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딜라이브는 2013년부터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격히 하락했다. 딜라이브의 2013년 매출은 약 4974억 원이었으나 2014년 4706억 원, 2015년 4365억 원으로 해마다 수백억 원씩 떨어졌다. 영업이익 역시 2013년 약 1098억 원에서 2014년 750억 원, 2015년 543억 원까지 하락했다.
MBK는 작년 초부터 딜라이브 매각에 나섰으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진행된 건 없다. 게다가 지난 5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독점 방지를 이유로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를 불허하면서 딜라이브 매각이 더 어려워졌다는 게 업계 평가다. 통신사가 딜라이브를 인수하면 이번 SKT-CJ헬로비전의 경우처럼 시장을 독점하는 상황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불허 가능성이 높다는 것.
MBK가 최대주주인 홈플러스도 최근 논란의 대상이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영업손실 1490억 원을 기록하며 13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홈플러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약 6조 7468억 원으로 전년(2014년) 매출액 약 7억 526억 원에 비해 약 4.5% 감소했다.
매출이 감소하고 영업적자가 났음에도 MBK가 지난 5월 홈플러스로부터 200억 원 이상의 배당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비난을 받고 있다. 홈플러스홀딩스는 지난해 10월 29일 우선주 70만 주에 대해 배당을 실시했다. 주당 3만 612원으로 우선주의 액면가격(1만 원) 대비 306.12%에 해당하는 고배당이다. 우선주는 모두 MBK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리테일투자가 갖고 있다. 한국리테일투자는 지난해 8월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설립된 회사다.
홈플러스홀딩스의 감사보고서에는 최저배당률이 우선주 기준 가격의 3%로 나와 있다. 이번 배당률이 최저배당률보다 훨씬 높은 이유는 해당 우선주가 전환사채에서 전환됐기 때문이다. MBK는 지난해 10월 홈플러스 인수 과정에서 한국리테일투자의 전환사채 일부를 우선주로 전환했다. 당시 전환가는 주당 100만 원으로 이번 배당률 역시 전환가를 기준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홈플러스는 지난해 영업손실 1490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MBK가 홈플러스 인수 당시 지불한 금액은 7조 2000억 원이다. 이는 국내 기업 사상 최대 규모다. 그러나 인수금액 중 4조 3000억 원이 금융권 대출이어서 최근 잇단 악재가 발생해 상환에 큰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앞으로 MBK가 과거처럼 국내에서 투자자금을 모으기 힘들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MBK 거쳐간 회사들 ‘국내 첫 성공사례는 한미캐피탈’ MBK는 지금까지 총 24개의 회사를 인수했다. 이중 한국 회사는 HK저축은행, ING생명 한국법인, KT렌탈, 네파, 두산공작기계, 딜라이브, 씨앤엠 강남·울산방송, 영화엔지니어링, 코웨이, 테크팩솔루션, 한미캐피탈, 홈플러스 등 12개 회사다. MBK의 첫 성공사례로 꼽히는 회사는 한미캐피탈이다. MBK는 2006년 780억 원에 한미캐피탈을 사들여 다음해 우리금융지주(현 우리은행)에 3500억 원에 매각했다. KT렌탈 인수 매각도 MBK의 성과 중 하나로 평가된다. 2010년 3월 MBK와 KT는 금호렌터카(현 KT렌탈)를 3000억 원에 인수했고 두 회사는 절반인 1500억 원을 각각 지불했다. 이후 2012년 MBK는 KT렌탈 주식 전량을 매각했다. 매각대금은 2200억 원 수준으로 전해졌다. 일본에서는 지금까지 고메다, 다사키, 야요이, 유니버셜스튜디오 제팬, 인보이스 등 5개 회사에 투자했다. MBK는 지난 2013년 통신비용 명세서업체인 인보이스를 약 5000억 원에 론스타에 매각했고 2014년에는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야요이의 가진 지분 전량을 오릭스에 약 7600억 원에 매각했다. MBK는 이외에도 중국기업 GSEI, 뉴차이나생명보험, 루예파마, 베이징보웨이공항지원, 아펙스로지스틱스 등 5곳, 대만에서는 갈라TV, 차이나네트워크시스템 등 2곳에 투자한 바 있다.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