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원은 또 국민을 상대로 철저한 손씻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EHEC 외에도 각종 식중독 환자수가 예년에 비해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예년보다 평균 기온이 높고 장마도 일찍 찾아와 고온다습한 환경을 좋아하는 각종 식중독균들이 한층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 철저한 손씻기와 개인 위생관리가 절실한 여름이다.
주로 6월에서 9월 사이에 발생하는 이 장출혈성대장균(EHEC;Enterohemorrhagic E. coil)은 O-157, O-17, O-26, O-104 등이 있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O-157. 지난 82년 미국에서 처음 발견됐으나 우리에게 알려진 것은 지난 96년 일본에서 집단으로 발생하면서다. 이 해에 일본에서만 1만3천여 명의 환자가 발생, 이 가운데 12명이 사망하여 일본 전역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이 특히 주목되는 이유는 그동안 국내에서는 산발적으로 발견되던 것이 점차 집단 발병 형태로 발전되며 환자수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연평균 7만3천 명 정도의 환자가 발생해 이중 60명 정도가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일본은 연간 1천5백∼2천5백 명, 영국은 6백∼1천 명 정도의 환자가 매년 발생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난 2000년에 1명의 환자가 발생한 이후, 2001년 11명, 지난해 8명 등으로 확인된 환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는 이제 여름이 시작된 6월 말에 벌써 의심환자 19명이 발생했고, 이중 EHEC(O-UT)에 의한 대장염이 확인된 소년 환자는 발생초기에 사망했다.
▲ 장마철이 때이르게 시작된 올해는 여느해보다 식중독 사 고가 자주 일어나고 있다. 이번에 사망자를 낸 장출혈성 대장균은 상한 햄버거나 우유 등을 통해서 감염되는 것으 로 알려져 있다. | ||
사람의 장에는 평소 비(非)병원성 대장균이 아무런 피해를 입히지 않고 살고 있다. 그러나 O-157은 사람이 아닌 소와 사슴 등 무리의 장에 살고 있는 대장균이다. 소에게는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지만 생물학적 변이를 일으키며 사람에게 기생하면서 적은 양으로도 치명적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O-157이 사람에게 감염되는 것은 소고기를 도축하는 과정이나 우유를 채취하는 과정이 철저하게 관리되지 못하는 경우다. 소의 내장이나 내용물, 분비물 등이 식용부위와 접촉하면서 옮겨질 수 있다.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은 일반적으로 발열은 거의 없으며 출혈을 동반한 수양성 설사, 복통, 구토 등의 증상을 보인다. 독소가 장 점막이나 신장의 세포를 파괴하여 혈변 또는 신장기능의 장애가 발생한다. 발병하더라도 건강한 성인의 경우 대개 5∼10일이면 자연치유가 되지만 이 대장균이 베로(Vero)독소나 쉬가(Shiga)독소를 생산해 합병증을 유발하는 경우 문제가 생긴다.
이 독소들은 용혈성요독증이나 혈전성혈소판감소증 등의 합병증을 유발한다. EHEC에 감염되는 경우 유아는 전체 감염자의 10%에서 합병증이 일어나고 합병증을 일으킨 환자중 2∼7%가 사망한다. 65세 이상 고령자가 합병증을 일으키면 최고 50%의 비율로 사망할 수 있다.
용혈성요독증은 발병하기 1~2주 전에 설사 구토 복통 등 증상을 동반하는 바이러스성 위장염이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바이러스성 전염병을 앓다가 갑자기 신부전증이 생겨 소변이 조금만 나오거나 전혀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용혈(溶血)이란 적혈구 안의 헤모글로빈이 혈구 밖으로 탈출하는 현상인데, 이렇게 되면 헤모글로빈이 부족해져 심한 빈혈이 생긴다. 이와 동시에 핏속의 혈소판의 수가 감소되면서 피부가 퍼렇게 멍들거나 얼굴과 피부가 창백해진다.
신부전증으로 신장이 소변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방광 속에 소변이 고이지 않아 몸이 심하게 붓기도 한다.
응급수혈이나 투석으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치유가 되더라도 30% 정도는 신장기능 이상이 생기며, 8% 정도에서 고혈압 발작 마비 등 후유증이 남는다.
장출혈성대장균 감염증은 3∼8일의 잠복기를 거쳐 발병한다. 전파경로는 크게 세가지다.
첫째는 오염된 음식물. 주로 소고기가 들어간 햄버거나 살균되지 않은 우유 또는 교차오염에 의해 다른 음식물로 균이 전이되는 경우다. 미국에서는 사슴의 배설물에 오염된 사과주스에 의해 집단 발병한 사례가 보고된 적도 있다.
다음으로는 환자나 보균자, 또는 보균 가축과의 직접 접촉에 의해 감염되는 경우다. 2000년 미국에서는 농장을 방문한 51명이 출혈성대장균에 감염된 일이 있다.
세번째는 보균자가 있는 수영장 등에서 감염된 경우로 호주에서 사례가 보고 된 바 있다.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음식물의 재료부터 보관과 조리 과정까지 철저한 위생을 유지해야 한다. 우유나 유제품은 반드시 멸균 처리해야 하며 소고기를 조리할 때는 70℃ 이상의 고열에서 2분 이상 가열해야 한다. 음식물이 거쳐가는 도마, 조리기구를 되도록 음식의 재료별로 분리해 사용하고 자주 소독하는 것도 중요하다.
개인위생을 철저하게 유지해도 식중독의 위험을 거의 줄일 수 있다. 조리하는 사람이 설사 증상이 나타나거나 손에 상처가 생긴 경우는 조리를 금해야 한다. 개인들은 손을 깨끗이 씻는 것이 식중독 예방에 결정적인 도움이 된다. 비누를 자주 사용하고 흐르는 물로 잘 씻어야 한다. 수영장과 같이 균이 흘러다닐 수 있는 곳의 물은 염소 소독을 철저히 하고 특히 어린이들의 경우 수영 전에 몸을 먼저 깨끗이 씻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장출혈성대장균 감염증을 포함하여 여름철 식중독의 위험은 다른 해보다 크게 높아졌다. 국립보건원에 따르면 올 여름은 특히 고온다습한 위험환경이 일찍 조성되면서 식중독 환자는 지난 5월 말에 이미 지난해 1년 동안의 발생자 수를 훨씬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