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고소하고 담백한 콩국수는 맛도 맛이려니와 더위에 지쳤을 때 좋은 보양식이 된다. 쫄깃하게 삶아낸 국수에 오이, 수박 등을 살짝 얹고 시원한 콩국물을 부어 먹다 보면 더위가 저만큼 도망간다. 거기에는 여름을 이기는 데 도움이 되는 충분한 영양도 들어있다.땀을 많이 흘리고 식욕이 떨어지는 여름철에 콩국수만큼 좋은 별식도 드물다.
“땀을 많이 흘리면 체내의 나트륨, 칼륨 등 미네랄이 다량 배설된다. 따라서 여름일수록 지방, 탄수화물보다는 단백질 보충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콩국수는 여름과 궁합이 잘 맞는 음식이다.”연세대 식품영양학과 이종호 교수의 말이다.
콩과 밀 모두 성질이 찬 재료라서 갈증을 그치게 하고 몸의 열을 내려주는 효과가 있다. 몸에 좋은 성분이 풍부한 콩은 밀가루가 주원료인 국수에 부족한 단백질과 비타민 B1, B2 등 B군과 A D 등을 보충해줘 국수와 잘 어울리고, 각종 미네랄 성분까지 가득해 더위와 함께 찾아오는 여름 피로를 이겨내는 데 좋다.
콩의 원산지로 추측되는 우리나라에서는 콩국수를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을까. 조상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콩을 통해 질좋은 식물성 단백질을 섭취해 왔다. <시의전서>에 콩국수, 깨국수가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적어도 1800년대 훨씬 전부터 먹어온 음식으로 보인다.
지구상에서 콩만큼 영양이 풍부하고 성인병 예방에도 도움이 되는 식품은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 국립암연구소에서도 심혈관계 질환과 암 예방에 좋은 주요식품으로 콩을 꼽고 있다. 풍부한 영양이 들어있으면서도 비만의 걱정이 없으므로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최고다.
이종호 교수는 “육류나 지방 섭취량이 많아지면서 여러 가지 성인병이 늘고 있는 만큼 콩 같은 저지방, 고단백 식품은 활용가치가 높다”고 조언한다. 뇌의 활동을 돕고 신경을 안정시켜 주는 성질도 있어 더위에 집중력이 떨어지는 수험생들에게도 권할 만한 식품이라는 것.
‘밭에서 나는 고기’로 불리는 콩에는 양질의 식물성 단백질은 물론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고,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는 불포화지방산으로 구성돼 있다. 콩에 들어있는 불포화지방산의 하나인 ‘레시틴’은 뇌졸중, 치매를 예방하는 데 좋은 성분이다.
또 수용성 섬유소가 있어 혈당을 급격하게 올리지 않으므로, 당뇨 환자에게는 콩이 들어간 잡곡밥이나 반찬, 두부 등 콩을 사용한 식품이 안전한 영양공급원이 될 수 있다. 섬유소는 콜레스테롤을 배출시키는 데도 도움을 주어 고혈압, 동맥경화, 고지혈증 등을 예방한다.
여성 호르몬과 비슷한 작용을 하는 이소플라본이라는 성분도 들어있다. 여성의 골다공증이나 유방암 난소암 외에도 남성의 전립선암 등 각종 암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콩을 갈 때 거품을 일으키는 물질속에는 과산화지질의 생성을 억제하는 ‘사포닌’도 들어있다. 사포닌은 인삼 등에서도 가장 유익한 성분으로 여겨지는데, 피로와 스트레스를 이기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 같은 영양소들의 집합체인 콩은 중금속 오염으로부터 간, 세포 등을 건강하게 지켜준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콩국수 만들기]
콩국수를 제대로 만드는 포인트는 콩물 맛을 제대로 내는 데 있다. 콩을 물에 불리는 시간이나 삶는 정도, 콩과 물의 비율 등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물에 충분히 불린 콩을 잠깐만 삶는 것이 국물을 맛있게 내는 요령이다. 날콩은 비린내가 나고 소화를 방해해 설사가 날 수도 있다.
콩과 물의 비율은 4 대 3 정도가 적당하고, 삶은 콩을 믹서에 갈 때 볶은 참깨, 잣을 조금씩 넣으면 한결 고소하고 비타민 E까지 섭취할 수 있다.
콩물은 더운 날씨에 쉽게 상하는 편이다. 냉장고 속에서도 이틀 이상 보관하기 힘들다. 콩물을 바로 먹지 않으면 지방이 산화되면서 비린내가 나므로 되도록이면 콩물을 만들어 바로 먹는 게 좋다. 미리 준비해둘 필요가 있다면 삶은 콩을 껍질을 벗긴 상태로 냉동실에 뒀다가 필요할 때 꺼내 뜨거운 물을 넣고 믹서로 갈기만 하면 된다.
아무리 몸에 좋은 것도 과한 것은 좋지 않은 법. 성인의 경우 하루에 콩 반컵이나 두유 2∼3컵, 두부는 반모, 콩가루 반컵 정도 먹는 것이 적당하다.
“적당히 먹으면 콩의 이소플라본 성분이 칼슘의 손실을 막아주지만 지나치게 먹으면 오히려 칼슘의 배설을 촉진시켜 칼슘이 결핍될 수도 있다. 콩은 다른 식품보다 인의 함량이 높아 많이 먹으면 적정한 칼슘과 인의 비율이 깨지기 때문”이라고 이종호 교수는 설명한다. 특히 신장이 약한 사람은 과도한 인의 섭취가 안 좋을 수 있다.
소화 기능이 약해 설사가 자주 나서 찬 국수를 먹기 힘든 사람은 콩물을 만들 때 인삼과 대추 달인 물을 함께 넣어 따뜻하게 먹으면 문제가 없다. 과일화채를 만들 때 콩물을 이용하면 색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