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사업·성적 소설 집필 제안” vs 황정민 측 “반복 메시지에 자살 암시·아들에게 연락”…‘호프’ 출품된 칸 영화제에도 메일

이후 사이가 가까워지는 과정에서 황정민이 자신에게 "안아보고 싶다" "속으로 그 생각도 했다. 너랑 차라리 사귀었으면 이 정도는 아니지 않았을까" 등 이른바 '플러팅'을 했다는 게 A 씨의 주장이다. 해당 발언이 담긴 녹취 파일과 메시지를 공개했지만, 대화의 앞뒤 맥락이 잘려 있는 데다 자신의 답변은 상당 부분 편집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A 씨가 황정민과 대화 내용을 공개하며 이를 ‘불륜’이라고 주장한 배경에는 자신을 스토킹 가해자로 규정한 황정민 측의 대응이 있다. 황정민 측은 이미 A 씨를 스토킹 혐의로 고소했으며, 법원이 A 씨에 대해 3차례에 걸쳐 접근금지 등 잠정조치를 부과하는 한편 지난 2월에는 벌금 3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고 밝힌 바 있다. A 씨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황정민과의 카카오톡 메시지와 통화 녹취 내용 등도 악의적으로 편집된 것이며 이에 대한 추가 법적 조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A 씨는 "모든 연락은 전적으로 황정민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황정민이 먼저 관계를 형성하고 연락을 이어오다 일방적으로 단절했으며, 자신은 그 이유와 제대로 된 답변을 듣기 위해 연락을 계속했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자신을 스토킹 가해자로 규정한 황정민 측의 대응에 맞서 두 사람 사이 단순한 배우와 팬 이상의 관계가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자료들을 공개했다는 것이다. 다만 이들 간에 스킨십이나 성관계 등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황정민이 갑자기 사업 논의와 연락을 중단하자 이미 투입된 자신의 노동을 어떻게 정산할 것인지, 이 '관계'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 협의하고자 여러 차례 연락했더니 도리어 자신을 스토킹 범죄로 고소했다는 게 A 씨의 주장이다. A 씨는 "이 사건은 현저한 권력 비대칭 속에서 일어난 정서적, 성적 착취이며 동시에 노동 착취라고 생각한다. 저는 정서적 박탈감, 성적 수치심, 대가 없는 노동으로 인한 소진 상태를 지속적으로 감내해야 했다"고 호소했다. 앞선 재판부의 결정은 황정민과의 관계 속 맥락은 들여다보지 않고, 답변을 얻기 위해 2년간 수차례 연락을 취한 자신의 행위만으로 스토킹 혐의가 성립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 법적으로 가장 구체적인 부분은 '황정민이 연락을 거부한 이후'의 상황이다. 현행 스토킹처벌법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연락이나 접근을 지속·반복하고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켰는지를 판단한다. 과거에 친밀한 관계가 있었거나 먼저 연락한 사람이 피해자였다는 사정만으로 이후의 반복 연락이 자동으로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연예매체 디스패치의 단독보도에 따르면 A 씨는 황정민이 2023년 12월 연락을 거부하자 이듬해 2월 당시 18세로 미성년자였던 황정민의 아들에게 연락했다. "아버지가 저한테 잘못 저질러 놓고 자살 종용해서 그런데 기사 나가기 싫으면 빨리 저한테 연락하라고 좀 전해줄래요"라는 내용이었다. 같은 날 황정민에게는 하루 동안 78회에 걸쳐 메시지를 보냈다. 결국 황정민은 같은 해 3월 14일 A 씨를 만나서 소주 브랜드 사업이 무산된 것을 사과하고 아들에게 연락하지 말 것을 부탁했다. 앞서 첫 만남과 사업을 언급했던 두 번째 만남에 이은 세 번째이자 마지막 만남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 씨가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며 황정민에게 "답변을 주지 않으면 죽겠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수백 차례에 걸쳐 반복적으로 보냈다는 점은 법원이 스토킹 혐의를 인정하는 과정에서 중요하게 고려됐을 가능성이 크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A 씨가 현재 정식재판을 청구해 사건이 진행 중이지만 이미 법원이 접근금지 등 잠정조치를 여러 차례 내린 데 이어 스토킹 혐의를 인정해 벌금 3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는 점에서 현 단계에서는 일정 부분 범죄 성립 가능성이 인정됐다고 볼 수 있다"고 짚었다.
남은 영역은 A 씨가 주장하는 황정민의 사업 제안과 이로 인한 노동력의 '정당한 대가 지급' 의무 여부다. A 씨가 실제로 작업했다는 사실과 황정민에게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있는지는 별개 문제기 때문이다. 서면계약서가 없더라도 구두계약이 성립할 수는 있지만, 업무 범위와 보수, 지분 또는 수익 배분처럼 계약의 본질적인 사항에 관한 합의가 입증돼야 한다.

A 씨는 사업 무산 자체보다 아무런 설명 없이 연락이 끊긴 점을 문제 삼기도 했다. 그는 "사업을 안 하기로 한 것에 화가 난 게 아니라 일을 시켰으면 진행이 된다, 안 된다는 고지는 해야 했다. 그것도 아니라면 일한 사람이 '혹시 사업 건은 어떻게 되고 있냐'고 물었을 때 '그걸 내가 너한테 왜 말을 해줘야 되냐'고 노발대발하면서 연락 말라고 하면 안 됐다"고 주장했다. A 씨는 이 부분과 관련해 황정민을 상대로 2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며 양측은 8월 14일 조정 기일에 출석할 예정이다.
또 다른 소송전으로 벌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A 씨는 황정민과 소속사의 연락 두절 등을 이유로 그가 출연한 영화 '호프'의 국내 투자배급사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와 북미 배급사 네온은 물론, 해당 작품이 출품된 칸 국제영화제와 베니스 국제영화제 측에도 폭로 메일을 보냈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와 제작사 포지드필름스는 "해당 건은 이미 법적 조치까지 이뤄진 사안이나 A 씨가 악의적으로 편집된 내용을 앞세워 양사를 비롯해 '호프' 파트너사들에 메일을 보내고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배우와 영화를 비방하는 게시물의 업로드와 삭제를 반복하는 등 업무 방해에 해당하는 피해를 유발하고 있다"며 "이에 양사는 해당 행위를 영화 '호프'에 대한 의도적 가해로 규정하고 강력 대응할 방침이며 '호프'에 악영향을 끼친 사실과 관련한 법적 조치를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A 씨는 영화 개봉 뒤 문제가 불거져 제작진이 피해를 보는 일을 막기 위해 미리 고지하고 독립적인 검토를 요청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