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서 생크림으로 버터 만드는 러너 영상 봇물…생동감 넘치는 목표에 매력, 산패 위험은 주의

시작은 SNS였다. 2월 말 해외 러닝 인플루언서 리비 클레어는 자신의 SNS에 “‘달리면서 버터를 만들 수 있나?’라고 궁금해한 적 있나요?”라는 내용의 영상을 올려 큰 화제가 됐다. 지퍼백에 생크림과 소금을 넣고 닫은 뒤 가방에 넣고 한참을 뛰자 물기가 가득한 버터가 완성됐고, 리비 클레어는 만들어진 버터를 빵에 발라 먹는 모습을 보여줬다. 해당 숏폼 영상은 현재 조회 수 1090만 회를 넘어섰다.

MZ세대 러너들은 자신의 버터런 경험을 공유하며 새로운 문화를 즐기고 있다. “결혼을 앞두고 있어 다이어트도 할 겸 버터런에 도전해봤는데, 결국 실패했지만 재밌었다”, “평소엔 그냥 달렸는데, 1석 2조로 버터까지 얻게 돼 유쾌한 경험이었다”, “뛰다가 결국 터져 버렸다. 그냥 (버터를) 사서 드시는 것을 추천한다”, “빵순이라 바로 도전해봤다. 내 다리 근육과 바꾼 귀한 버터”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버터런에 성공한 이들이 전해주는 여러 ‘꿀팁’도 있다. 버터런 챌린지에 참여한 누리꾼들의 전언에 따르면, 버터가 완전히 응고되기 위해서는 최소 10km 이상을 쉬지 않고 달려야 한다. 중간에 생크림 상태를 확인한 뒤 응고가 잘 되지 않았다면 지퍼백을 손으로 흔들면서 뛰는 방법도 효과적이다. 또 유지방 함량 35% 이상의 생크림을 지퍼백의 3분의 1 이하로 넣고 뛰어야 성공 확률이 높다는 조언도 있었다.
버터런은 전형적인 ‘게이미피케이션’에 해당한다. 운동이나 교육 등에 게임 요소를 접목하는 게이미피케이션의 대표 사례로는 걸음 수에 따라 포인트를 주는 만보기 앱이나 은행 앱 등이 있다.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할 시 일정한 보상을 주는 개념인데, 버터런의 경우 그 보상이 추상적이지 않고 구체적이다. 자신이 흘린 땀의 결과물을 실물로 마주한다는 점에서 버터런은 동기 부여를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요새 소비자들은 무언가를 할 때 재미가 없으면 지속하기 힘들다”면서 “버터런은 목표치를 달성했을 때 우리가 직접 버터를 경험할 수 있는 생동감 넘치는 목표를 컬래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러닝이 트렌드로 자리 잡았지만 러닝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에 ‘버터’라는 목표를 정해 게임처럼 참여를 유도하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은희 교수는 “기안84 등 유명인이 여행지에서 러닝을 하며 그 지역을 온몸으로 느끼는 모습이 대중에 큰 영감을 줬다”면서 “도심 속을 멋지게 꾸미고 달리는 행위는 마치 런웨이를 걷는 듯한 감정을 느끼게 해준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버터를 만들었으니 마요네즈 등 다른 식품을 만들려고 시도하거나 또 다른 놀이 문화와 러닝을 접목할 가능성도 있다. 러닝의 수요가 유지되는 한 이러한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러닝은 신체·정신 건강 향상에도 기여한다. 심폐지구력을 높여주고 체지방량을 감소시키며 고혈압과 심혈관 질환 예방에 도움을 준다. 최근 호주 제임스 쿡 대학의 닐 리처드 먼로 교수팀은 영국 의학 스포츠 저널에서 러닝을 비롯한 유산소 운동이 우울증과 불안 증상 완화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30분 이상 격렬히 달릴 경우 쾌감과 함께 스트레스 해소와 행복감을 느끼는 ‘러너스 하이’를 느낄 수 있다.
봄철 들어 상승한 기온은 주의해야 할 변수다. 생크림은 온도 변화에 민감해 장시간 외부 노출 시 산패하거나 세균이 번식할 위험이 크다. 식중독 우려가 있는 만큼 버터런으로 완성된 버터의 섭취에는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생크림 자체가 원래 산패되기가 쉬워 냉장 보관을 권장하는데, 지퍼백에 생크림을 담아 상온 이상의 온도에서 두면 균이 자라 섭취 시 몸에 유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버터를 만들기 위해 무리하게 보폭을 늘리거나 평소 체력을 상회하는 장거리를 뛸 경우 무릎이나 발목 부위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특히 전문가들은 러닝을 하고 난 뒤 발 뒤꿈치가 찌릿한 증상이 나타날 경우 족저근막염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족저근막염을 방치할 경우 통증이 만성화돼 일상생활에 불편을 줄 수 있다. 증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난다면 러닝 등 과도한 운동은 피해야 한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