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수를 누리는 사람들의 식탁은 의외로 평범하다. 하루 세 끼를 일정하게 챙겨먹되 된장과 야채는 필수. 고기는 반드 시 삶아먹거나 쪄서 먹는 특징이 있다. | ||
의학의 발달 덕분에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40세 정도에 불과하던 인간의 평균수명이 이제는 70대 중반까지로 연장됐다. 평균수명 1백세 시대도 머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무조건 오래 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더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을까.
지금까지 밝혀진 노화의 열쇠는 유전과 환경, 생활양식 등에 있다. 이중 유전적인 요인은 35% 정도에 불과하고, 후천적인 요소인 환경과 생활방식이 더 중요한 요인이라고 한다.
최근 2년에 걸쳐 국내 1백세 노인들의 건강비결을 조사한 서울대 의대 체력과학노화연구소 박상철 소장은 “적절한 영양과 운동, 스트레스 해소 등의 생활양식이 이들의 장수 비법이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힌다. 어떤 습관이 건강장수에 좋은 습관이고 어떤 습관이 건강을 헤치는 습관일까.
올해 38세의 직장인 L씨. 아침이면 일어나는 것이 힘들고, 모처럼의 휴일이면 운동은커녕 하는 일 없이 쉬어도 몸이 축축 처져 잠을 많이 잔다. 담배는 하루에 1갑 정도 피우고, 술은 가끔 마신다. 성격상 스트레스를 잘 풀지 못해 끙끙대는 편이고 아랫배가 조금 나왔다.
직장에서 실시한 건강검진 결과에서는 혈압이 조금 높을 뿐 별다른 이상은 없다는데 매사 의욕이 없으니 어디 아픈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곤 한다. 그러다 얼마 전 ‘건강나이’라는 것을 체크해 봤더니 실제 나이보다 무려 7살이나 더 늙었다는 소리를 들었다.
한창 활동이 왕성한 시기인 20, 30대에도 생물학적인 제 나이를 훌쩍 넘어버린 몸 상태를 갖고 있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그런가하면 벌써 50대인데도 체력만큼은 30대 못지않은 사람도 있다. 둘 사이의 차이는 얼마나 건강한 생활양식을 가지고 있느냐에서 비롯된다.
이 말은 노화를 촉진시키는 생활습관을 건강에 좋은 습관으로 바꾸어 나간다면 얼마든지 더 젊고 건강해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건강나이를 보다 젊게 유지하려면, 나이를 거꾸로 먹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젊어지는 방법, 무병장수의 기본 요건을 하나하나 짚어보자.
- 식생활
보통 소식(小食), 즉 저칼로리 섭취가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하지만 무조건 소식하기보다는 자신의 활동량에 따라 양을 조절하는 게 좋다. 활동량이 많은 사람은 더 먹고 활동량이 적을 때는 덜 먹어야 좋다.
우리 몸에 필요한 필수 영양소는 50여 가지. 되도록 다양한 음식을 먹어 적어도 하루 30가지 이상의 식품을 섭취하는 게 좋다. 특히 채소와 해조류, 콩제품을 많이 먹도록 하자.
“의외로 잡곡밥보다 쌀밥을 주식으로 하고, 부식으로는 주로 된장을 비롯해 나물 무침 국 찌개 고추장 등을 즐긴다. 굽거나 튀긴 음식보다는 삶거나 찐 음식을 먹는 것도 특징이다.”
돼지고기를 불에 굽거나 튀기면 발암물질이 생길 가능성이 높지만 푹 삶아 먹으면 기름이 제거되어 맛이 담백하고 안전하다. 세계적 장수 지역인 일본의 오키나와 사람들도 삶은 돼지고기를 즐긴다.
돼지고기는 또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여 포화지방산보다 혈중 콜레스테롤을 적게 증가시키므로 혈관질환을 일으킬 위험이 낮다. 쌀밥이 주식인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 B1(노화방지 효과)이 쇠고기보다 10배나 많다.
- 운동
적당한 운동은 누구에게나 좋은 건강 유지법. 스트레스를 푸는 데도 좋을 뿐 아니라 노화 억제효과도 높다. 운동은 심폐기능을 향상시키고 비만, 고혈압, 당뇨병 같은 성인병을 예방은 물론 개선시킨다. 자신의 건강과 체력 상태에 맞는 운동을 꾸준히 하되, 하루 30분씩 주 3회 이상의 유산소운동을 계속하는 것이 좋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 장수지역은 중산간 지역에 많고, 일본의 오키나와 역시 섬 북쪽 산간지역에 장수마을이 밀집해 있다”며 “이런 곳들은 지형의 기복이 심해 자연스럽게 많은 신체활동을 하게 만든다. 이런 이유에서 장수 운동으로 등산을 권할 만하다”고 조언한다.
필요에 따라 하는 일이라도 즐겁게 하면 운동효과가 있다. 성취감까지 느낄 수 있어 일하는 사람의 평균 수명이 노는 사람보다 훨씬 길다는 조사 결과도 나와 있다. 백세인들의 경우, 남자는 평균 75세, 여자는 평균 72세까지 생업에 종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 절주
‘적당히 마시면 약, 지나치면 독’이 된다는 술. 사람마다 알코올 분해능력이 모두 다르지만 한꺼번에 간이 해독할 수 없는 양의 술을 마시는 것은 삼가야 한다. 보통 성인 남성이 하루에 해독 가능한 알코올의 양은 하루에 40∼80g(소주 한병의 알코올은 80g)으로, 많아도 소주 1병을 넘어서는 안 된다. 여성의 분해 능력은 남성의 4분의 1에 불과하므로 더욱 주의해야 한다.
- 금연
드물게 담배를 피우면서도 장수하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담배가 만병의 근원이라는 것은 수많은 연구결과가 증명해 준다. 금연 후 하루가 지나면 심장마비의 위험이 감소하고, 사흘이 지나면 기관지 기능이 회복되어 숨쉬기가 편해진다. 2주∼3개월이면 폐 기능이 30% 이상 좋아지고, 5∼15년이 지나면 중풍에 걸릴 위험률이나 폐암 사망확률이 비흡연자 수준으로 회복된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스트레스와 일로 지친 하루, 충분한 수면이 보약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최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하루 평균 7시간 이상 수면을 취하는 사람은 7시간 이하 자는 사람보다 사망률이 낮다고 한다. 적어도 하루 6시간, 많게는 7∼8시간의 수면이 필요하다.
- 원만한 성격
같은 강도의 스트레스를 받아도 쉽게 푸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하는 끙끙대는 사람도 있다. 스트레스를 오래 담아둘수록 건강을 해친다. 스트레스를 적게 받거나 그때그때 풀어버리는 성격일수록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원만하고 건강나이가 젊다. 적당히 낙천적이고 태평하며 느긋해질 필요가 있다. 편히 대화 나눌 상대를 갖거나 일상화된 자기만의 취미를 갖는 것도 스트레스 해소에 큰 도움이 된다.
- 건강검진
정기적인 검진으로 크고 작은 건강의 이상신호를 빨리 파악해야 한다. 특히 가족 중 유전성 질환이나 고혈압 당뇨 뇌졸중 심장병 암 등에 걸린 사람이 있었다면 한층 주의깊게 체크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상이 없더라도 혈압이나 콜레스테롤 수치 등이 높다면 식사나 운동에 신경을 쓴다.
송은숙 건강전문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