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에서 어디 하나 중요하지 않은 곳이 없지만 뇌만큼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기관도 드물다. 그래서 뇌에 관한 정보는 항상 넘쳐나는데, 이중에는 잘못된 것들이 많다. 최근 열린 한국심리학회 정기 심포지엄에서도 학자들은 전국의 중학생 이상 1천3백7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통해 뇌에 대해 잘못된 상식을 가진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지적했다. 뇌에 관해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상식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 주름 많을수록 머리가 좋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여러 동물들을 비교해보면 고등동물로 올라갈수록 뇌의 주름은 많아진다. 이 때문에 부피보다는 표면적이 더 중요해 보인다. 그러나 같은 인간 사이에서는 뇌 표면의 주름보다는 뇌 신경세포들간의 연결 정도가 지능 차이에 훨씬 중요한 요인이다.
- 남성 뇌가 여성 뇌보다 크다
갓 태어난 아기는 남녀 모두 3백60∼4백g 정도로 차이가 없지만 성인이 되면서 평균 1.3kg으로 성장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뇌연구소에 따르면 성인 남성의 뇌는 여성의 뇌보다 평균 11% 크고 무게도 1백g 정도 더 나간다. 그러나 남성의 두뇌가 여성의 것보다 우수하다는 뜻은 아니다. 몸집이 큰 만큼 머리가 크고 뇌도 클 뿐이다. 아인슈타인의 뇌는 원시인인 네안데르탈인의 뇌보다 더 작았다.
- 남성 우뇌, 여성 좌뇌 더 발달
논리적 분석적 사고와 언어능력을 담당하는 것은 좌뇌, 공간지각 능력과 총체적 직관적 사고능력 등을 담당하는 것은 우뇌다. 보통 상대적으로 우뇌가 발달된 남성들은 여성보다 운전을 할 때 주변상황 판단이 빠르고 길눈이 밝은 편이다. 또 건물 안에서 방향을 빨리 찾고 복잡한 추리문제도 잘 푼다. 반면 좌뇌가 발달된 여성들은 사소한 내용을 훨씬 정확하게 기억하며, 언어적인 능력이 남성보다 뛰어나다. 예일대 샐리 셰이위츠 교수는 여자가 동의어나 빛깔, 형태를 나타내는 낱말 등 단어찾기에서 보다 유능한 것은 책을 읽을 때 뇌의 좌우반구에 있는 신경 영역을 모두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남성과 여성간의 차이는 같은 성별내의 개인차보다는 훨씬 적다.
- 클래식으로 태아 두뇌 발달?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 개인의 능력이 향상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임신중 태아에게 음악을 들려주면 지능 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아직 입증된 이론이 아니다. 아주대 심리학과 김완석 교수는 “지능 발달에 자궁내 환경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클래식 음악을 듣는 것 자체가 태아의 지능 발달에 직접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는 현재로서는 드물다”고 설명한다.
- 조기교육은 빠를수록 좋다?
서울대 의대 약리학과 서유헌 교수는 “무조건 빨리 시키는 것보다는 아이들의 뇌 발달 단계에 맞춘 조기교육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성인 뇌 무게의 25%에 불과한 신생아의 뇌는 자라나면서 모든 부위가 동시에 발달해가는 것이 아니라 나이에 따라 부위별로 발달한다. 따라서 각 시기별로 발달되는 두뇌 부위와 관련있는 학습에 주력하는 것이 효과를 높이는 방법이다.
만 0∼3세에는 전두엽, 두정엽, 후두엽이 고루 발달하므로 편중되지 않은 오감학습이 필요하다. 만 3∼6세 동안은 인격 도덕성 종교성과 관련된 전두엽이 발달하는 시기이므로 예절과 인성교육이 중요하며, 만 6∼12세 동안은 언어발달, 청각기능을 담당하는 측두엽과 수학 물리학적 사고를 담당하는 두정엽이 발달하는 시기이므로 정확한 언어와 논리력을 훈련하기에 알맞다. 다만 외국어 교육은 빨라도 초등학교 입학을 전후한 시기부터 하는 것이 좋다. 만 12세가 되면 후두엽이 발달하면서 아이들은 자신과 타인의 차이를 선명하게 느끼게 되므로 외모 등에 관심을 갖게 된다.
▲ 치매를 예방하는 데는 화투나 바둑, 암기 등보다 규칙적인 운동이 더 효과적이다. 운동이 뇌의 신진대사와 혈액순환을 돕기 때문이다. | ||
흔히 바둑이나 화투, 암기 등이 치매 예방에 좋다고 생각하지만 그보다 좋은 것은 규칙적인 운동이다. 치매는 일반적으로 뇌세포의 빠른 파괴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므로 이의 예방을 위해서는 뇌의 활발한 신진대사와 원활한 혈액순환을 돕는 운동의 효과가 더 유익하다.
뇌세포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세포간의 연결이 활발해진다. 두뇌를 사용하는 경험을 통해 뇌세포들간의 연결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 늙으면 뇌 크기가 줄어든다
최근 보고된 연구에 의하면 나이가 들수록 두뇌의 전체 용적이 감소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만 70세 이후에 두드러진다.
- 여성호르몬 요법 치매 효과
폐경 이후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부족해지면 퇴행성 관절염이나 골다공증, 심혈관 질환, 뇌졸중뿐만 아니라 치매 가능성도 높아진다. 따라서 호르몬 요법은 치매에도 효과가 있다.
- 뇌는 건드려도 고통이 없다
뇌는 직접 만지면 통증이 심할 것 같지만 반대로 아무런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 뇌는 몸 곳곳에 분포한 통각세포들의 정보를 받아 이를 해석해 통증을 느끼는 역할을 하지만 뇌 자체에는 통각세포들이 없기 때문이다.
- 연필 돌리기가 머리에 좋다?
연필 돌리기는 머리가 좋아지는 것과는 별 상관이 없다. 뇌가 손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도움이 되는 것은 장난감 조립처럼 생각하면서 하는 손동작이다.
송은숙 건강전문 라이터
도움말=아주대 심리학과 김완석 교수, 서울대의대 약리학과 서유현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