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천향대병원 심찬섭 교수(왼쪽에서 세 번째)가 국제 내시경학회 세미나에 참석, 새끼손가락처럼 얇아진 최신 내시경과 모니터를 통해 환자의 위장을 관찰하고 있다. | ||
예전 같으면 복부를 20Cm 이상 가르고 수술해야 하던 질환들을 지금은 복부에 보일 듯 말 듯한 작은 구멍 3∼4개를 내면 충분한 수술하는 복강경이 이용되고 있다. 이 같은 치료는 환자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 입원기간 단축과 통증, 합병증 등을 줄이고 있어 환자와 가족들에게 환영받고 있다.
병원을 찾는 사람들에게 이제 내시경은 꽤 친숙한 진단 치료기기다.
요즘 의료기관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내시경에는 어떤 종류가 있고 어떤 기능을 갖고 있는지 알아본다.
의료에서 이용되는 내시경은 장기의 연결관 속을 장비를 이용해 외부에서 관찰하는 것으로, 가장 대표적인 검사는 신체의 소화를 담당하는 식도 위 대장 등 위장관계 질병의 진단과 치료다.
소화관내시경의 경우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위암 대장암 등 소화관의 질병을 진단하는 ‘진단내시경검사’와 진단된 병변을 치료하는 ‘치료내시경술’로 구분된다.
반드시 소화관내시경 검사를 받아봐야 하는 사람은 △지속적인 소화불량, 구역, 구토 등 소화관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 △음식을 삼키기가 곤란하거나 삼킬 때 통증이 있는 사람 △피를 토하거나 대변에서 피나 흑색변을 보이는 경우다.
우리나라의 경우 위암의 빈도가 높고 대장암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40대 이후에는 일년에 한 차례 정도 정기적인 내시경 검사를 받을 것을 의사들은 권하고 있다. 물론 위장관 증상이 지속된다면 나이와 상관없이 서둘러 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
내시경은 응급 상황에서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간경변증 환자가 피를 토하거나 자장면과 같은 색의 검은 변을 보는 경우 내시경을 이용한 응급지혈술로 생명을 구하기도 한다.
또 내장의 진단 치료에 일일이 메스를 대지 않아 환자에게는 ‘삶의 질’을 크게 높여주었다. 소화관이 종양에 의해 음식을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좁아져 있는 경우 내시경을 이용해 인공도관를 넣어 환자가 음식을 삼키고 먹을 수 있게 해준다.
내시경은 암과의 전쟁도 선포했다. 과거 모두 메스를 이용한 개복수술로만 가능했던 식도, 위, 대장암의 수술도 요즘은 종양의 크기가 크지 않고, 세포의 분화도가 나쁘지 않다면 내시경을 통해 병변을 깨끗이 도려내는 것이 가능해졌다.
담낭, 담도암, 전이성 암 등이 담관을 막고 있는 경우 수술도 불가능하고 담관이 막혀 황달이 발생한 환자들도 내시경을 이용해 막혀 있는 담관내에 인공도관을 넣어 황달을 해소해 암의 합병증에 의한 사망을 막아주고 있다.
내시경은 소화기내과는 물론 산부인과 정형외과 이비인후과 등 모든 분야에서 십분 활용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김대연 교수는 “산부인과에서 가장 많이 이용되는 복강경(골반경수술)은 초창기엔 난소종양이 주를 이뤘으나 최근엔 자궁적출술도 내시경을 이용하고 있다”며 “자궁 속을 들여다보는 자궁내시경이 자궁내부를 진단, 치료까지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 복강경을 이용해 담관낭종을 제거하는 수술도 국내 처음으로 성공해 관심을 모았다.
서울대병원 외과 장진영 교수는 “복강경을 이용한 시술법은 술기상의 어려움이 크지만, 수술 후 남는 상처가 매우 작고 통증도 덜해 주 환자층인 젊은 여성이나 어린이들이 치료 후 만족스런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큰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내시경을 이용한 치료가 점점 범위를 넓혀 가고 있다. 초음파나 엑스레이 등 종래의 방법으로 병변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의심스런 부위가 있더라도 좀더 환부가 크기를 기다려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내시경을 통해 몸 안을 직접 들여다볼 수 있게 되면서 건강검진에서도 위내시경이나 대장내시경이 암을 초기에 발견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내시경’하면 왠지 거부감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 질환이 의심돼 검사를 받아야 하는 경우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지만 예방차원의 정기검진에서 내시경을 사용하자고 하면 회피하는 경우가 더 많다.
가장 큰 이유는 식도를 통해 몸 안으로 들어가는 내시경이 목을 상하게 하지 않을까, 소독이 안되어 감염의 위험이 있지는 않을까 등의 우려들이다.
그러나 최근 보고에 따르면 내시경 사용으로 천공이나 출혈 등 부작용과 합병증이 발생한 비율은 상부위장관 내시경의 경우 0.006∼0.13%, 대장내시경의 경우 0.009∼0.25% 정도로 분석돼 있다.
또 일부 소화관의 점막이 손상을 입을 수는 있으나 1∼2일 내에 자연스럽게 회복이 가능하며 합병증을 유발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 흔히 내시경 검사 중 시행하는 조직검사의 경우에도 출혈이 따르는 경우는 0.03% 정도에 머물고 있다.
간혹 너무 무리하게 내시경을 밀어 넣어 수일간 목이 아프고 붓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으며 내시경 검사 후 목 부위가 풍선처럼 부풀어올라 환자와 의사 모두를 놀라게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 임상적으로 큰 의미가 없고 서서히 가라앉아 회복되었다.
순천향대학병원 내과 정인섭 교수는 “내시경검사에 의한 병원균의 감염은 내시경기를 불충분하고 부적절하게 소독 세척했을 때만 가능하다”며 “그러나 오염된 내시경을 통한 환자에서 환자로의 질병 전파는 보고된 경우가 아주 드물다”고 말했다.
흔히 시행하는 통상적인 내시경기기의 세척과 소독(기본세척과 자동세척)으로 거의 모든 세균과 바이러스는 잘 제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내시경을 통한 질병의 전파는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것.
내시경을 통한 질병의 전파는 수술을 받는 경우 멸균 소독된 수술기구에 의한 질병의 전파와 마찬가지로 가능성이 아주 낮아 거의 문제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박성주 보건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