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기로 온 기침도 3주 이상 길게 끌면 일단 전문의를 찾아가 보는 것이 좋다. | ||
의학적으로는 기침이 3주 이상 계속되면 만성기침이라고 한다. 기침을 할 때마다 괴로운 것도 괴로운 것이려니와 직장에서 남에게 방해가 될까봐 조심스럽다. 요즘은 조류독감이다 사스다 해서 새로운 바이러스에 의한 유행성 독감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기침하는 것만으로도 의심하는 듯한 주변 사람들의 시선도 신경 쓰인다.
만성기침을 일으키는 원인으로는 천식, 축농증, 알레르기성 비염, 위식도 역류질환 등이 90% 이상을 차지한다. 이 때는 대개 원인에 따라 적절한 치료를 하면 치료효과가 좋다.
그러나 드물게는 폐암이나 폐결핵, 기관지 확장증, 간질성 폐질환이 원인인 경우도 있다. 때문에 “그때그때 기침을 억제하는 약만 사용하다가는 병을 키울 수가 있다”고 전문의들은 조언한다. 특히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기침이 담배 때문이려니 하고 지나치다가 자신도 모르는 새 심각한 병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만성 기침이 나타난다면 보다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음식물을 잘못 삼켜 사래가 들거나, 먼지 화학물질 등 공기 중의 오염 물질을 들이마셨을 때도 기침이 나온다. 기침은 해로운 물질이 기도로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고 기관지 내로 운반된 객담을 배출하기 위한 우리 몸의 여러가지 방어기전 중 하나다.
급성과 만성기침으로 나누는 기준은 기침의 지속 기간. 보통 3주 이상 기침이 길어지면 만성기침으로 본다.
인제대의대 백병원 호흡기내과 이현경 교수는 “만성기침일 때 의심되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90%를 차지하는 것은 천식, 후비루 증후군, 위식도역류”라고 설명한다.
나머지 10%를 차지하는 원인은 주로 결핵이나 폐암, 기관지 확장증, 간질성 폐질환, 약물복용 등이고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만성기침이 있을 때는 기침과 함께 나타나는 가래, 객혈 등의 증상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천식일 때는 끈적끈적한 맑은 가래가 생길 수 있고, 폐암이나 결핵이라면 객혈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가래가 나타난다면 그 색깔도 의미가 있다. 진한 황갈색이나 검은색 가래는 만성기관지염 또는 기관지 확장증일 가능성이 크고, 진한 황갈색이나 검은색의 가래가 나오면서 체중이 5kg 이상 줄었을 때는 폐암, 검은색 가래가 나오면서 38℃ 이상의 고열, 심한 오한이 발생하는 경우는 폐렴의 가능성이 높다.
특히 만성기침의 원인으로서 가장 심각한 질환이랄 수 있는 폐암은 기침과 함께 객혈, 식욕부진, 체중감소, 권태감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만성기침의 원인을 알고 있는 경우라도 기침의 양상이 달라지면 주의해야 한다. 경희의료원 호흡기내과 강홍모 교수는 “만성기관지염 등으로 오랫동안 기침을 하던 사람이라도 기침의 양상이 달라지면 혹시 악성 종양이 발생한 것은 아닌지 확인하는 게 좋다”고 말한다. 단순히 원래 해오던 기침이라고 방치하다 중한 병을 만들 수가 있다.
만성기침을 가져올 수 있는 질병과 원인별 대처법을 알아보자.
△후비루 증후군=가장 흔한 원인의 하나로, 부비동염이라고 불리는 축농증이나 알레르기성 비염, 위축성 비염, 비후성 비염 등 여러가지 비염이 후비루 증후군을 일으킨다. 이중 알레르기성 비염은 기침과 콧물 재채기 증상이 감기와 비슷하나 아침에 일어날 때부터 오전까지 심해졌다가 오후에는 점차 약해지는 것이 특징이다.
콧물이 역류하여 호흡기로 흘러들어가려 할 때 재채기 기침이 나오는 증상을 말하는 것으로, 목에 가래가 붙어 간질간질한 느낌이 있거나 이물질이 목 뒤로 넘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부비동 X-ray 촬영이나 CT검사로 진단이 가능하다. 대부분의 축농증은 약물치료 효과가 좋아 수술을 하는 경우는 적고, 알레르기성 비염도 원인 물질을 피하면서 항히스타민제로 증상을 완화시킨다.
△천식=반복적이고 발작적인 기침이 심할 때는 천식이 원인일 수 있다. 특히 밤이나 운동 후 기침이 나타나기 쉽다. 천식의 전형적인 3대 증상은 기침, 쌕쌕거리는 천명음, 호흡곤란. 하지만 만성기침의 원인으로는 기침형 천식이라고 해서 기침만 하는 경우가 많다. 기침형 천식은 어린이나 젊은 층에서 많이 나타난다.
기본 폐기능검사 외에도 천식유발 폐기능검사, 알레르기 피부반응 검사 등으로 진단이 가능하고 원인 물질을 피하면서 약물요법, 면역요법 등으로 치료한다.
△위식도역류=위와 식도 사이에 있는 괄약근이 제대로 조여지지 않아 위산이 식도를 자극해서 기침이 생기게 된다. 기침과 함께 속이 쓰리거나 신트림, 복부 불쾌감 등의 증상이 있으면 의심된다. 그러나 이런 증상 없이 기침만 하는 경우도 많다. 내시경 검사, 식도의 산염기 상태 감시 검사 등을 통해 위식도역류로 진단되면 제산제나 위산 차단제 등의 약물치료를 한다.
위산 역류는 누워있을 때 더 잘 생기므로 약간 높은 베개를 베고 자면 좋고 잠자기 2시간 전부터는 아무 것도 먹지 않는 게 좋다. 특히 술이나 카페인 음료, 초콜릿, 자극성 음식, 기름기 있는 음식 등은 피해야 한다.
△만성폐쇄성 폐질환=담배를 많이 피우는 사람 중에 기침이 오래 가면서 가래, 호흡곤란이 있다면 만성폐쇄성 폐질환(COPD)이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 흡연기간이 길고 기침이 1년에 3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2년 이상 반복되면 한번쯤 정밀검사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성폐쇄성 폐질환은 만성기관지염과 폐기종으로 나뉜다. 흡연 같은 계속되는 자극에 의해 기도에 만성 염증이 생기는 만성 기관지염은 가래가 많고 기도가 좁아져 호흡곤란을 나타내는 질환이다. 기침이 가래를 동반하며 아침에 증가한다. 만약 만성 기관지염 환자의 기침 양상이 변하거나 몇 주에 걸쳐서 지속될 때에는 기관지암의 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
△기관지 확장증=50세 이상의 연령에 많다. 5세 이하의 시기에 홍역이나 백일해를 앓아 기관지가 늘어나는 것이 원인. 기침과 가래가 아침에 많은데,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잠자는 도중에도 가래를 뱉기 위해 일어나게 된다. 심해지면 객혈, 호흡곤란도 나타난다.
기관지조영술이나 고해상도 CT검사로 쉽게 알 수 있는데 증상이 가벼우면 감기 예방과 함께 약물로 치료가 가능하다. 그러나 심해지면 수술이 필요하다.
△약물반응=사용하는 약물의 부작용으로 기침이 나오는 경우다. 주로 스테로이드나 고혈압 치료제인 ACE억제제 등이 기침을 유발한다. 예를 들어 고혈압 치료에 사용되는 ACE억제제를 사용하면 5∼20%에서 기침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래를 동반하지 않는 마른기침이 특징이다.
△폐결핵=결핵균에 감염된 부분에 따라 증상이 다르지만 가장 많은 것이 폐결핵이다. 폐결핵의 주증상은 미열과 체중감소. 기침이나 가래, 가슴통증, 호흡곤란, 식욕부진 증상도 나타난다. 처음에는 감기와 같은 증세가 오래 계속되다가 차츰 만성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면역기능이 떨어지는 노인이나 당뇨병, 간질환, 만성 신부전증이 있으면 결핵에 걸릴 확률이 높다. 스테로이드나 항암제 등 면역력을 저하시키는 약을 쓰는 경우에도 결핵에 걸리기 쉽다. 항결핵제를 6개월 이상 꾸준히 복용하면 완치가 되지만, 중간에 약을 끊으면 재발은 물론 치료가 힘들어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수상한 징후들]
▶기침을 하면서 가래 객혈 발열 오한 또는 호흡곤란 등이 함께 나타난다.
▶3주 이상 만성기침이 있으면서 전신쇠약, 체중감소 등이 있다.
▶평소 하던 기침의 양상이 변했다.
▶기침 후 가슴통증 또는 호흡곤란이 느껴진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