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레르기성 비염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을지대학병원 김준우 교수. 알레르기성 비염은 꽃가루 등이 날리고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는 봄에 많이 발생한다. | ||
가뜩이나 대기오염이 심해지면서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부모 중에 한 명이라도 알레르기 질환이 있는 경우는 발병률이 높으므로 더욱 주의해야 한다.
비염을 그대로 두면 코에 물혹이 생기거나 만성 축농증 등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비염이나 축농증 등 코질환은 단순 코막힘이나 콧물과 증상이 비슷해 자가 진단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원인에 따라 치료방법이 달라지므로 정확한 진단을 받는 다음 그에 맞는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몸 밖에서 들어온 이물질(항원)에 대해 우리 몸이 일으키는 거부반응이 바로 알레르기. 항원에 대항해 생기는 항체인 면역글로불린E에 의해 항원-항체반응으로 증상이 발생하게 된다.
알레르기성 비염 외에도 알레르기성 천식, 약물 알레르기, 두드러기, 알레르기성 결막염 등이 모두 알레르기 질환에 속한다. 보통 알레르기 질환은 한 가지만 나타나기보다는 두 가지 이상의 병증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크게 꽃가루나 찬 기온과 같이 특정 원인에 따라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계절성과 계절에 관계없이 일년 내내 증상이 이어지는 통년성이 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계절성이, 우리나라에서는 집먼지와 집먼지 진드기, 곰팡이류에 의한 통년성이 많은 편이다. 이외에 직업성이거나 음식물 알레르기로 생기는 비염도 있다.
호흡기를 통해 흡입되면서 알레르기성 비염을 만드는 원인 물질(알레르겐)으로는 집먼지 진드기나 꽃가루, 곰팡이 등 수많은 물질이 알려져 있고 아직 밝혀지지 않은 물질도 많다. 이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카펫이나 장롱 위의 먼지 등에 기생하는 집먼지 진드기와 꽃가루, 곰팡이 등이다.
집먼지 진드기 다음으로 흔한 원인은 꽃가루로 3∼5월, 8∼10월 등 연 2회에 걸쳐 심하게 나타난다. 특히 봄철은 기후가 건조하여 콧속 점막이 메마르기 쉽기 때문에 점막의 방어작용이 떨어지면서 알레르기성 비염을 악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나날이 심해지는 대기오염도 호흡기 건강의 적이다. 실제로 알레르기성 비염이나 천식 같은 호흡기 알레르기는 매년 증가추세가 높아지고 있다.
그 밖에 새집증후군, 빌딩증후군 등 실내오염의 심각성도 부각되고 있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갑자기 나오는 발작성 재채기와 맑은 콧물, 코막힘이 주요한 3대 증상이다. 이외에도 코나 눈 주위, 목이 가렵거나 눈물, 두통, 후각장애 등의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증상이 가벼운 경우에는 감기 증상과 비슷하기 때문에 1년 내내 코감기가 낫지 않고 지속된다면 알레르기성 비염이 생긴 것 아닌가 의심해봐야 한다.
미국에서는 알레르기성 비염이 알레르기 질환 중 가장 흔한 질환으로 꼽힌다. 전 인구의 20∼30%가 알레르기성 비염을 갖고 있다는 통계가 나와 만성질환의 유병률 중 여섯 번째로, 심장질환을 앞지르고 있다.
국내 현황에 대하여는 아직 정확한 통계가 없지만, 전 인구의 약 10% 이상이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어느 연령에서나 생길 수 있지만 소아와 청소년에게 특히 흔하며, 환자의 75% 정도는 25세 이전에 증상이 시작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시골보다는 도시에서 생활하는 경우에 많이 발생한다.
알레르기는 체질적인 요인과도 관계가 깊다. 을지대학병원 이비인후과 김준우 교수는 “부모 중 한쪽에 알레르기가 있으면 자녀가 알레르기 질환에 걸릴 가능성은 50% 정도며, 부모 모두 알레르기 질환을 가지고 있다면 75%로 높아지므로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부모에게 알레르기 질환이 없는 경우에는 발병 가능성은 10∼15%다.
알레르기성 비염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환자가 느끼는 증상이나 병력, 가족력 등을 파악한 다음 비경과 내시경을 이용해 콧속 상태를 검사한다. 또 방사선 검사, 혈액과 콧물 속의 호산구검사, 방사성 동위원소검사, 코증상 유발검사, 피부반응검사 등을 실시할 수 있다.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진단되면 주로 어떤 물질이 자신에게 알레르기를 일으키는지 원인물질을 파악해 이를 피하면서 증상을 완화시켜 주는 항히스타민제나 스테로이드제 등을 사용하는 약물치료, 면역요법, 수술 등의 치료방법을 선택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이 가운데서 기본적이면서 중요한 것은 원인물질에 대한 회피요법이다. 꽃가루가 날리는 계절에는 창문을 닫고 외출할 때는 마스크를 착용하며, 동물의 털에 예민한 사람은 애완동물을 기피하도록 한다.
약물치료는 근본치료라기보다는 비염의 증상을 줄여 일상생활의 불편을 줄이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약물치료를 할 때는 의사와 상의해서 부작용이나 치료기간 등을 고려해 적절한 약물을 선택해야 한다. 꽃가루 등에 의한 계절성 알레르기 비염 환자는 꽃가루가 날리는 시기가 시작되기 며칠 전부터 미리 대응력을 길러주는 약물을 투여하면 효과적이다.
면역요법은 알레르기성 비염을 일으키는 원인물질을 조금씩 늘려가며 몸속에 투여해 적응시킴으로써 면역력을 길러주는 방법이다. 증상이 연중 두 계절 혹은 6개월 이상 지속되고, 증상과 관련된 항원에 대한 양성 피부 반응 혹은 혈청 중 특이 항체가 확실할 때에 한해 실시한다. 3년 이상 장기간의 치료가 필요한 것이 단점이다.
수술은 레이저로 콧속 점막을 응고시켜 알레르기 반응을 억제하는 방법이다. 주로 코막힘에 효과가 크지만 잘 재발되므로 수술 후에도 약물치료나 알레르기성 비염의 예방에 신경을 써야 한다.
한방에서는 한약과 침, 아로마요법 등으로 알레르기성 비염을 치료한다. 알레르기성 비염을 비구 또는 분체라고 해서 폐의 기능이 저하되어 세균 바이러스 감염이 잘 생기고, 양기가 부족해 면역력이 저하되면서 생기는 것으로 본다.
우선 겉으로 드러나는 재채기나 콧물 두통 등의 증상을 치료한 다음, 체질별로 장부의 허실을 바로잡아 면역력을 키워주는 것을 목표로 처방한다.
체액과 농도가 같은 생리식염수(0.9%)로 코를 씻으면 단순히 코를 냉각시켜 염증을 가라앉히는 역할만 할 뿐 섬모의 운동을 향상시키지는 못하므로 이보다 짙은 농도가 필요하다. 깨끗한 물 1ℓ에 소금 3작은술(3g)과 식용소다 1작은술을 넣어 3% 소금물을 만들 수 있다. 비슷한 농도의 비강 세척제도 시판되고 있다. 어린이는 스프레이를 이용해 하루 2~3차례 코 속에 뿌려주거나 콧속에 떨어뜨려 준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강북삼성병원 이비인후과 반재호 교수, 경희대한방병원 안이비인후피부과 이길영 교수, 을지대학병원 이비인후과 김준우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