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꾸라지’ 그물로 ‘용’까지 잡을라
▲ 청와대 건물. | ||
▲ 문건은 지난해 국정감사 때 대통령 비서실이 국회 운영위에 제출한 특별감찰반 구성 및 활동내역 사본. | ||
현 정부 출범초인 2003년 4월 노 대통령은 비서실 직제를 일부 개편해 감사원과 검·경 소속 공무원 중 대통령 비서실에 파견된 인사(15인 이내)를 중심으로 특감반을 신설했다. 현재 검찰에서 파견된 부부장급 검사가 반장을 맡고 있고 검찰 5명, 경찰 3명, 감사원 1명 등 모두 10명이 특감반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취재결과 확인됐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 대통령 비서실이 국회 운영위에 제출한 특감반 활동내역에 따르면 참여정부 출범 이후 지난 4년 동안 총 455건의 고위인사 및 대통령 친인척 관련 비리 사건이 특감반에 의해 조사돼 이 중 340건이 수사기관에 이첩된 것으로 드러났다. 과거 ‘사직동팀’의 역할과 기능을 특감반이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노 대통령은 연초부터 국무회의와 고위 공직자 오찬자리 등에서 레임덕 없는 국정 운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노 대통령은 1월 3일 새해 첫 국무회의에서 “선거가 있는 해가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인데 아무래도 국정이 좀 해이해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옛날에 그랬다고 해서 꼭 그래야 한다는 법은 없다”고 언급해 공직사회에 대한 대대적인 감찰이 진행될 것임을 암시했다.
노 대통령 발언 이후 각 정부부처를 비롯해 공공기관과 공기업체 등에서는 자체 감사를 실시해 내부 직원들의 기강해이와 복지부동, 정치권 줄대기 등에 대한 사전 점검을 벌이는 등 바짝 긴장하고 있는 분위기다. 청와대는 특감반 등 사정기관의 암행감찰을 통해 비리 혐의 등이 드러난 공직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벌에 처한다는 방침이어서 공직사회는 때 아닌 사정태풍 전야를 맞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미 일부 고위 공직자는 개인비리 등이 포착돼 스스로 공직에서 물러났으며 현재 구체적인 정황을 확인 중인 고위공직자도 있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 한행수 전 주택공사 사장 등의 석연찮은 사퇴는 많은 뒷말을 만들어 낸 대표적인 사례다. 한 사장은 지난 1월 6일 임기를 다 채우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사직서를 제출했다. 사퇴 배경과 관련해 갖가지 억측이 나돌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다만 사정기관 주변에서는 청와대 민정팀의 암행감찰과 무관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 꽤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즉 개인비리 혐의 등으로 청와대 민정팀 등 사정기관의 내사를 받아오다 감찰 결과 일부 혐의가 드러나자 스스로 용퇴를 선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사정기관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이외에도 최근 자리를 물러난 몇몇 사람에게도 의혹의 화살이 던져지고 있다.
이밖에도 올 상반기 안에 임기가 종료되는 공기업 고위 임원들의 비리 혐의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는 후문이다. 임기말 ‘한탕주의’에 편승해 인사 비리 등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있는 고위 인사들의 비리 혐의를 포착한 사정기관이 물증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공기업 고위직 인사들에 대한 감찰 결과는 3월 말 일부 공기업 정기 인사와 맞물려 대대적인 인사 물갈이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노무현대통령. | ||
또 제이유 사건과 관련해서도 일부 현직 검찰 간부의 연루설이 나돌았느나 이 사건 역시 검찰 간부의 혐의가 인정된 사례는 전무했다.
따라서 청와대는 검찰의 내부 감찰과는 별도로 비리사건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검찰 간부들에 대해 자체 감찰을 실시해 혐의가 드러날 경우 엄벌에 처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이 김흥주 사건을 비롯해 수사가 미흡한 대형 비리사건에 대해 특검제를 주장하고 있는 만큼 정치 공세를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강도 높은 내부 감찰로 검찰과 공직사회의 기강을 다잡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이밖에도 최근 임직원들의 비리가 터져 나온 금감원이나 감사원에 대해서도 주시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한편 청와대 사정팀의 한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나 “청와대 민정팀과 사정팀이 대통령 친인척과 고위 공직자 등을 대상으로 내부 감찰을 진행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정치인은 감찰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하지만 청와대 민정팀이 최근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되고 있는 A 씨의 친인척 불법행위에 대한 자체 감찰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A 씨의 친인척인 B 씨가 과거 불법행위를 저질렀음에도 수사기관이 사건을 유야무야 마무리해 이에 불만을 품은 피해자가 작년에 청와대에 민원을 접수했고 청와대 민정팀이 사건의 전말을 파악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청와대 측은 민정팀의 고유 업무는 대통령 친인척 관리감독 및 고위공직자 내부 감찰 등이지만 민원이 접수됐고 사건 과정에 수사기관이 개입돼 있는 만큼 사건 전말을 파악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청와대 내부 감찰 결과 이 사건 과정에서 A 씨나 그 측근들이 압력이나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이 포착될 경우 A 씨는 적잖은 정치적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실제로 A 씨 측은 이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에 대해 쉬쉬하고 있고 청와대가 개입해 의혹을 부추길 경우 노 대통령의 재집권 전략과 맞물린 ‘음모론’으로 맞불을 놓겠다는 입장이어서 청와대 민정팀의 내사 결과는 대선정국의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