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단 “단순 인터넷카페 가입자를 회원으로 부풀려 발표”
서울중앙지검. 일요신문DB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김재옥)는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19일 A 씨를 국가보안법상 탈출예비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일용근로자인 A 씨는 지난 2013년 북한 대남선전용매체인 ‘우리민족끼리’ 관리자에게 이메일을 보내 입북 의사를 전달하고, 주중북한대사관 측에 입북 의사를 재차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2012년 12월 치러진 대선 직후부터 대선무효소송인단 관련 활동을 하면서 자신의 블로그, 트위터 등을 통해 해당 선거가 관권개입, 개표부정 선거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다 A 씨는 2013년 9월 중국 하얼빈으로 가서 북한 통일전선부가 운영하는 우리민족끼리 관리자에게 이메일을 보내 “남한의 제18대 대통령 선거에 있었던 부정을 북한과 평양 방송 인터뷰를 통해 만천하에 알리고 싶다. 남한 정치에 대한 다양한 자문을 제공하겠다”며 “평양으로 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한 달 뒤 다시 북경으로 건너간 A 씨는 주중북한대사관 관계자에게 입북 요청을 했으나 북한대사관 측은 입장이 난처하다면서 거절해 A 씨의 입북은 이뤄지지 않았다.
한편 A 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실은 지난 2013년 10월경 처음 신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은 그동안 수사를 미적거리다 올해 3월에야 A 씨에 대한 출국금지를 요청하고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가 마음만 먹었다면 얼마든지 밀입북을 재시도할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A 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실을 신고한 사람은 다름 아닌 대선무효소송단 회원 B 씨였다. A 씨를 처음 신고한 대선무효소송단 회원 B 씨는 “A 씨가 원래 참여연대에서 활동하는 등 시민단체 쪽에서 일하던 사람이라 오다가다 알고 있는 사이였다. 그런데 어느 날 전화가 와서 자신이 밀입북을 시도했던 사실을 털어놨다. 너무 황당하고 혹시 대선무효소송단에도 피해가 갈까봐 바로 경찰에 신고를 했다”고 말했다.
B 씨는 또 “A 씨는 대선무효소송단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이다.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대선무효소송단 인터넷 카페에 가입되어 있고 글을 하나 남긴 것이 활동의 전부다. 그런데 검찰이 대선무효소송단 회원이라고 보도자료를 내서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났다”며 “A 씨가 정말 우리 회원이라면 내가 왜 신고를 하겠나? 조사 과정에서도 검찰이 자꾸 우리 단체와 연관시키려는 질문을 던져 여러 번 항의를 했는데 왜 그런 식으로 보도자료를 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의혹 제기에 대해 검찰 측은 “A 씨를 방치한 것이 아니라 증거자료를 수집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린 것뿐이다. A 씨의 활동을 감시해왔기 때문에 문제는 없다”며 “A 씨가 대선무효소송단에서 활동했다는 증거가 있지만 수사 중인 상황이기 때문에 언론에 공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B 씨가 공개한 A 씨와의 통화 녹취록에는 A 씨가 밀입북을 시도하고 북한 대사관 관계자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실토하는 등 자세한 정황 증거가 있었다. B 씨는 신고 당시 통화 녹취록도 모두 수사기관에 제출했다. 검찰은 3년 가까이 수사를 벌였지만 B 씨가 최초 신고한 내용보다 크게 진전된 것은 없었다.
검찰은 A 씨에 대한 압수수색도 불과 몇 개월 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A 씨가 증거를 은폐했을 가능성도 있다. 검찰이 최소한 A 씨에 대한 출국금지 요청은 미리 해놨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대선무효소송단 측은 “A 씨를 우리 회원으로 특정지어 발표하기 전에 검찰이 우리 단체를 수사한 적도 없고, 우리 단체에 A 씨에 대해 물어본 적도 없다”며 “A 씨와 간부진 간 통화내역만 살펴봐도 A 씨가 진짜 우리 단체에서 활동했던 인물인지 알 수 있는 것 아닌가? 3년 넘게 조사했다면서 무엇을 조사한 것인지 모르겠다. 검찰이 우리 단체를 종북 단체로 폄하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기획 수사를 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A 씨가 우리 단체 외에도 다양한 인터넷 카페에 가입되어 있었다고 하더라 그런데 왜 유독 우리 단체 회원이라고 지목해 발표했는지 모르겠다. A 씨는 우리 단체 인터넷 카페에 가입한 후 글 한 개를 남긴 것이 활동의 전부다. 증거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공개해 달라”고 요구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