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된 수신오가피. 5년이 되면 키가 4m까지 자란다고. | ||
88년 서울 올림픽 때 세계 육상을 휩쓴 중국 ‘마군단’의 저력에 동충하초란 고전 명약이 있었다면, 2002년 서울 월드컵 때 돌풍을 일으킨 한국 축구의 뒤에는 한국의 토종 오가피가 있었다.
유럽과 일본에서는 일찍부터 오가피가 ‘조선 인삼을 능가하는 유럽의 인삼’으로 불리고 있다. 한국 토종 오가피는 중국과 시베리아의 오가피에 비해 6배 이상의 유효성분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인삼의 그늘에 가려져 왔던 것. 수년전부터 빛을 보기 시작한 토종 오가피는 앞으로 한국 경제를 일으켜 세울 비장의 보물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전국 농가에 흔할 만큼 퍼져있는 오가피의 태반은 수입종이거나 유사 오가피라는 우려도 높다.
식물 분류학상 오가피는 인삼(蔘)과 같은 종족(Ginseng familly)에 속해 있다. 오가과(五加科), 혹은 두릅나무과라고도 하는데, 이 과에 속하는 삼 두릅 독활 등은 모두 한방에서 약재로 쓸 수 있다. 분류학상 인삼과 촌수만 약간 떨어진 같은 종족인 것이다.
요즘 웬만한 농촌에는 오가피 농장이 한둘씩 들어서고 있다. 기자는 강원도의 한 농촌에 들렀다가 목에 생긴 종양으로 수술 날짜를 받아놨다가 오가피를 먹고 수술을 면하게 되어 아예 오가피 농장을 시작했다는 귀농자로부터 이제는 너무 흔해 상업성이 없다는 농민까지 만나볼 수 있었다.
오가피는 과연 암 치료에 도전할 정도로 특별한 효능이 있는 것일까. 그런 오가피가 그토록 흔하게 널려있다면 어째서 오가피 제품들은 한 통에 수십만원이나 하는 높은 가격으로 팔릴 수 있는 걸까.
이런 궁금증을 안고 국내 최대의 전문 농장인 충남 천안시 수신면의 토종오가피 농장을 찾아갔다.
“실제로 오가피의 효능은 인삼을 능가합니다. 여러 실험 데이터를 통해 입증됐죠. 그러나 한국의 특산물인 홍삼의 상품성을 보호하기 위해 ‘국익’을 명분으로 그 사실이 은폐됐던 겁니다.”
▲ 건강한 토종오가피는 끝이 뾰족한 다섯개의 소엽이 또렷하다. | ||
이미 1960년대 구 소련의 과학자 브레크만 박사는 유럽에서 열린 각종 학술행사에서 시베리아산인 가시오가피의 건강 효능을 발표했다. 그는 특히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은 한국 인삼과 그 성분 함량 및 임상 결과 등을 대조하면서 가시오가피는 ‘유럽의 인삼’이라고 추켜세웠다. 50년대부터 시작한 소련의 가시오가피 연구와 실험에서는 이 식물의 뛰어난 자양강장효과와 면역작용, 신경계 심혈관계 질환에 대한 치료효과 등이 증명된 뒤였다. 소련의 의학자들은 암 환자에게 오가피 추출액을 투여하여 항암 제어효과와 방사능치료에 대한 환자의 저항력(방사능 방어능력 증가) 등을 입증하는 실험 데이터도 벌써부터 내놓고 있었다.
이 발표들에 자극되어 독일과 일본 등이 연구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오가피가 인체에 여러 가지 좋은 효과를 지닌다는 사실은 고려 인삼이 우수하다는 것만큼이나 보편적인 사실로 인정되었다.
당시 인삼을 중요한 수출 전략 종목으로 선정하고 있던 정부(전매청)는 이를 이론적으로 반박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래서 오가피보다는 인삼이 좋다는 연구결과를 필요로 했다. 그러나 국내 실험에서 정작 오가피의 효능은 무시할 수 없다는 결론이 도출되자 정부는 그 결과를 억지로 수정해 발표하는 편법을 요구했다. 수출이 최우선 국가과제였던 시절에 진실은 은폐되었던 것이다.
‘국익’이란 명제는 물론 쉽사리 양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단지 인삼을 지키기 위해 오가피의 효능을 굳이 낮춰 비교하려고 하는 시도는 공연한 것이었다.
당시 전매연구소의 용역으로 연구를 주도했던 한덕룡 박사(전 중앙대 약대학장)는 이후 오가피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연구를 계속했다. 계속된 연구에서 회심의 결과가 나왔다.
▲ 조직배양법을 이용한 배아육성 장면. | ||
1982년 독일 뮌헨대학 약학과의 와그너 박사(노벨상 수상자) 팀은 한·중·소 세 나라의 고유수종을 비교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유효성분은 중국산을 1로 보았을 때 러시아산에서 1.5배, 한국산에서 6배에 해당하는 비교치가 산출됐다.
현대의 연구에서는 오가피의 SOD 슈퍼옥시사이드 디스므타제 등 효소 성분이 활성산소를 탁월하게 분해하고 베타카로틴, 에테로시드 E, 클로로겐산 등의 성분이 세포의 산화를 막아 노화를 억제하고 두뇌활동과 인체의 면역기능을 도우며, 스트레스내성도 길러주는 등 성인병의 예방과 치료에 뛰어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중국에서 오가피는 흑룡강성을 중심으로 뿌리와 둥치부분 줄기에서 순수 추출된 정제액이 의약용으로 인정받아 병원에서 사용되고 있는데, 주사용까지 개발돼 있다고 한다.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여러 종류의 오가피 가운데 한국의 토종 오가피가 몇배나 우수하다는 점은 실험적으로, 임상적으로 많은 사례를 통해 보고돼 있다.
이런 오가피가 전국에 널려있다는데, 이것은 사실일까. 정답은 ‘진짜 토종 오가피보다는 무차별 들어온 외래종이거나 오가피과의 다른 식물들, 즉 독활이나 땃두릅 같은 것이 오가피로 둔갑한 것이 더 많다’는 것.
2000년 올림픽과 2002년 월드컵 등에서 우리나라 선수단이 토종 오가피를 먹고 놀라운 성과를 거둔 것이 알려지면서 오가피는 순식간에 붐을 이뤘다. 일부 수입업체들은 1년에 수천억원까지 매출고를 올렸다. 그러나 그 대부분이 ‘유사 오가피 제품’이었다. 지표성분(아칸토 엑시드)도 불충분한 수입산이나 유사 오가피들이 먼저 그 성가에 편승하여 막대한 부당이득을 취하고 있었던 것이다.
동충하초의 경우가 연상된다. 국내에서는 정통 동충하초의 지표성분인 코디세핀이 전혀 들어있지 않은 유사 동충하초가 국가 기관에 의해 개발돼 동충하초의 표준이 됐다. 덕분에 뒤늦게 재배에 성공한 코디세핀 동충하초(밀리타리스)는 그 자격을 인정받기 위해 지난한 싸움을 벌여야만 했다.
토종 오가피는 고서에 밝혀진 여러 효능 외에도 현대 질병인 AIDS, 암, 간염, 고혈압, 당뇨 등 난치 질환에 대해서도 의미있는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토종 오가피가 세계를 제패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전문가들은 확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