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변론·활동비 청구·부동산 투자…홍만표 편법 백화점
홍만표 변호사가 다양한 청구방법으로 의뢰인에게서 돈을 받아냈다. 지난 5월 27일 중앙지검 출석 모습. 고성준 기자
5만 원권 덕분에 1년에 수수료 2만~3만 원이면 이용할 수 있는 사물함 크기의 작은 금고에 꽤 많은 돈을 보관할 수 있다. 금고에 있는 돈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아 세금을 물리기 어렵다.
최 변호사의 경우 검찰 압수수색에서 현금 8억 원과 수표 5억 원이 발견됐다. 정운호 사건이 터지고 나서 최 변호사가 가족들에게 대여금고에서 돈을 뺄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여금고에 더 많은 현금 등이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몰래 변론, 몰래 소득
이른바 전관예우 사건 가운데 ‘몰래 변론’이 많다. 변호사 선임계를 내지 않고 변론활동을 하는 것으로 선임계가 없으니 수임료도 없다. 세금을 내지 않는, 그냥 ‘공돈’을 받는 셈이다. 검찰총장이나 법무장관, 대법관 출신의 거물들은 선임계에 이름을 올리기 거북할 때 이러한 방법을 쓴다.
홍만표 변호사는 검사장에서 물러난 지 1년이 되지 않아 사건 수임을 할 수 없을 때도 돈을 벌었다. 사건을 후배에게 넘기고 수임료 절반을 챙기는 방식이다.
#다양한 청구방법, 모든 비용은 의뢰인 부담
수임료 외에 다양한 ‘명목’으로 돈을 받기도 한다. 홍만표 변호사는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에게 수임료와 회사 고문료로 총 1억 5000만 원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정 전 대표는 수임료만 6억 원을 줬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정 대표의 진술을 토대로 이 가운데 3억 원이 청탁 명목인 것으로 보고 있다. 청탁 명목으로 금품을 받는 것은 변호사법 위반이다. 법률 전문가가 이를 모를 리 없다. 따라서 변론활동을 위한 활동비 명분으로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수임료는 고스란히 순소득으로 챙기고 각종 비용은 이 같은 ‘활동비’로 충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부동산 투자 ‘불패’
홍 전 검사장은 변호사 개업 후 4년간 총 220억 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파악된다. 생활과 활동에 필요한 비용은 따로 챙긴 만큼 대부분 소득은 투자에 사용됐다. 부동산이다. 그런데 투자방법이 지능적이다.
명의를 다양하게 분산했다. 일례로 2015년 충남 천안에 있는 신축 B오피스텔을 살 때 14층 전체(24채)는 본인 명의로, 13층 전체(24채)는 아내 명의로, 15층 5채는 처제 명의로 구입했다.
이들 오피스텔은 업무용이지만, 실제로는 주거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는 홍 변호사뿐 아니라 일반 오피스텔 소유주들도 활용하는 부가세 절약(약 10%) 방법이다. 하지만 법률을 수호하던 전직 검사장도 이 같은 편법으로 3억~4억 원의 부가세를 아낀 셈이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은 아내 이름의 회사를 통해 세금을 포탈한 것으로 의심된다. 연합뉴스
홍만표 변호사는 2014년 부동산 투자회사인 A사의 지분 10%를 매입하고 이후 구입한 오피스텔들의 위탁관리를 맡겼다. A사는 과거 그의 의뢰인이었던 김 모 씨가 2013년 설립한 회사로 5개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A사의 부대표는 홍만표의 아내로 5%의 지분을 갖고 있다. 감사도 처형과 법률사무소 사무장이다. 검찰은 홍만표 변호사가 A사의 실소유주이며 A사를 통해 신고하지 않은 수임료를 세탁해 세금을 포탈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도 같은 유형이다. 아내 이민정 씨 이름의 회사 ‘정강’에 부동산을 출자하고, 현금을 빌려주는 형식으로 관리한다. 기업이 내는 법인세는 개인이 내는 소득세와 달리 누진세율이 적용되지 않는다. 최대 38%의 세율을 피할 수 있다. ‘정강’은 중소기업 혜택까지 얻어 실효세율이 6.45%에 불과하다. 차량유지비 등 각종 비용도 법인비용으로 처리하면 혜택이 많다. 지분 100%를 가족이 소유하고 있어 언제든 회사 자산의 처분과 이용이 자유롭다.
#비상장주식 활용
진경준 검사장은 넥슨이 비상장이었을 당시 주식을 받았다. 공직자재산등록 및 공개를 다룬 공직자윤리법에서 비상장주식은 장외에서 활발하게 거래되는 경우가 아니면 액면가로 신고할 수 있다. 넥슨처럼 내부자들만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경우, 우병우 수석의 ‘정강’처럼 사실상 가족기업인 경우 액면가로만 신고하면 된다. 문제는 액면가로 재산은닉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넥슨의 경우 실제 구입한 가격이 액면가보다 높은데도 액면가로 신고할 수 있다. 우 수석의 경우에도 회사가 가진 부동산이 28억 원, 빌려준 현금이 77억 원이나 되지만 신고한 ‘정강’의 주식자산 금액은 5000만 원이다. 정강의 현재(2015년 말) 청산가치는 4억 원, 지난해 세전이익은 1억 5000만 원이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