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 고문 전세계약’ 그룹 관여 여부 주목…삼성그룹 패닉 속 ‘이건희 지우기’ 움직임
성매매 의혹을 받고 있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뉴스타파> 방송화면 캡처.
이어 지난 4월 익명을 요구한 제보자로부터 입수한 이 회장의 성매매 의혹을 입증할 만한 정황이 담긴 동영상과 자료를 공개했다. 이 동영상은 지난 2011년 12월부터 2013년 6월까지, 총 5차례에 걸쳐 삼성동 자택과 논현동 빌라에서 촬영됐다고 한다. 이후 이건희 회장은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현재 2년 넘게 삼성서울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이다.
<뉴스타파>는 “동영상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한 번에 3명에서 5명이다. 외모로 봤을 때 대체로 20대에서 30대 사이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건희 회장과 동영상 속 여성들 사이의 대화를 들어보면 여성들은 다른 유흥업소에서도 일을 하고 있었으며, 이 회장도 그 사실을 알고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또한 “영상에 녹화된 여성들끼리의 대화를 들어보면 이들에게는 한 번에 500만 원가량의 비용이 지급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뉴스타파>는 이 회장의 성매매 과정에서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성매매 장소로 추정되는 논현동 고급 빌라의 등기부를 확인한 결과, 지난 2012년 3월부터 9월까지 삼성SDS의 김인 고문이 13억 원이라는 거액에 해당 호수에 전세권 설정을 해놓은 것이다. 전세권 설정 기간은 6개월이지만 통상 전세 계약기간은 2년이기 때문에 계약 시점은 2010년부터일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이 빌라에서 성매매 의혹 동영상이 촬영된 시기는 2011년 12월과 2012년 3월이다.
김인 고문은 1977년 회장비서실에 발탁, 1990년대에는 비서실의 인사팀장을 지내며 이 회장을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했다. 2003년부터 2010년 말까지는 무려 8년 동안 삼성SDS 사장을 지내는 등 그룹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핵심 인사로 활동했다.
<뉴스타파> 측이 처음 김인 고문에게 논현동 빌라에 대해 물으니 “계약 사실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김 고문은 기존의 입장을 번복하고 “개인적으로 전세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조직 차원이나 누군가 김 고문의 명의를 도용해 고급 빌라 전세 계약을 하고, 이를 이 회장이 사용하도록 했다고 유추할 수 있다.
이 보도가 나간 후 삼성그룹은 패닉 상태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보도 직후인 지난 21일 그룹 미래전략실은 다음날 새벽까지 대응 방안을 논의했고, 회의를 통해 발표 내용에 대한 최종 조율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삼성그룹 측은 22일 오전 “이건희 회장과 관련해 물의가 빚어져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회장 사생활과 관련된 문제여서 회사로선 드릴 말씀이 없다. 죄송하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김인 삼성SDS 고문 명의의 논현동 빌라 전세 계약 논란에 대해서도 “개인적인 문제로 회사 차원에서 드릴 할 말은 없다”고 전했다.
삼성그룹 측은 공식입장 발표 이후 일체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비즈한국>에서 ‘이번에 발표한 공식입장은 동영상 속 인물이 이건희 회장임을 인정하는 것인가’ ‘이번 기사와 후폭풍이 병상의 이건희 회장에게 보고가 됐나’ 등의 질문을 했지만, 삼성그룹 관계자는 “공식입장 외에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더 드릴 말씀이 없다”고 함구했다.
재계에서는 삼성이 이제 ‘이건희 지우기’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뉴스타파> 방송화면 캡처.
재계 안팎에서는 삼성그룹의 공식입장이 사실상 이 회장의 성매매 의혹을 시인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삼성그룹이 오너를 둘러싼 의혹에 대응하던 것으로 봤을 때 이번에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부정할 줄 알았다”며 “그런데 ‘죄송하다’는 공식입장을 내놨다. 의혹을 인정한 거나 다름없다. 동영상 등 확실한 증거가 나와서 반박하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재용 부회장 중심의 판짜기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의 재계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의 건강상태가 좋았다면 수백억 원이 들어도 막았을 것이다”며 “재계에서는 삼성이 이제 ‘이건희 지우기’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재용 체제가 더욱 가속화될 걸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뉴스타파> 측은 삼성그룹의 공식입장에 대해 “제대로 된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오로지 현재 병상에 누워 있는 이건희 회장의 사생활 문제로 덮고 지나가려 한다”고 지적하며 “그룹 차원의 조직적 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삼성그룹은 입장을 밝혀야 한다. 김인 고문이 논현동 빌라를 직접 전세 계약을 했다면 어떤 용도로 사용하려 했는지, 이 회장에게 왜 빌려줬는지, 이 회장의 빌라 사용 용도를 알고 있었는지를 설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의 성매매 의혹 동영상을 촬영한 인물들이 2012년 CJ그룹 측에 ‘거래’를 제안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당시는 고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이 동생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아버지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차명 상속재산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벌이던 중이었다. 하지만 CJ 측은 소송전에 해당 동영상을 이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 제안을 거절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CJ 관계자는 “동영상 거래 제안 사실에 대해 들어본 적 없다. 내부 확인 중”이라면서도 “왜 갑자기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 CJ 입장에서는 지금 삼성과 엮여서 좋을 게 없다. 동영상을 촬영한 남성이나 여성이 CJ 거래 제안설을 흘리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동영상을 찍은 일당으로 추정되는 선 아무개 씨와 이 아무개 씨는 현재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경찰 역시 이 회장의 성매매 의혹에 대한 내사 착수를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 상황에서는 내사 착수가 어렵다는 결론이 내려졌지만, 성매매·공갈·협박 등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는 것이다.
현재 <뉴스타파>에서 공개한 영상에는 결정적인 성매매 행위가 등장하지 않고, 이 회장 역시 옷을 입고 몇 마디 하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처벌이 힘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7시간 분량의 원본에는 결정적 장면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제껏 겪어보지 못한 거물의 섹스 스캔들. 불똥이 어디로 튈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형국이다.
민웅기 비즈한국 기자 minwg08@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