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코올에 의해 간세포 내에 지방이 침착된 모습을 광학현미경으로 촬영한 것. | ||
그러나 이를 방치하면 지방간염과 간경화가 될 수 있다. 특히 알코올성 지방간은 간경화로 진행될 수 있는 만큼 초기부터 적극적인 금주와 운동 등으로 개선시켜야 한다.
간 질환은 우리나라 40대 남성의 사망원인 중 1위를 차지한다. 기름진 음식이나 술을 유난히 좋아하는 사람, 비만 당뇨가 있는 경우에는 이유없이 쉽게 피로를 느끼고 오른쪽 윗배가 아플 때 지방간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얼마 전 직장에서 받은 건강검진에서 간수치가 높아 정밀검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B씨(37). 종합병원을 찾아 간염 검사, 복부 초음파 검사를 받은 결과 지방간이 심하다는 게 아닌가. 잦은 회식, 운동부족으로 체중이 10kg이나 증가한 것이 원인이었다.
보통 키에 보통 체격을 지닌 H씨(43)는 과음으로 지방간이 된 경우다. 워낙 술을 좋아해 마셨다 하면 앉은 자리에서 소주 두 병을 비워야 직성이 풀리는 음주습관부터 빨리 고쳐야 했다.
간에 중성지방이 지나치게 많아져 간이 비대해지고 기능이 점차 떨어지는 것이 지방간. 의학적으로는 간 속의 지방비율이 5%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심한 경우 50%까지 차지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강북삼성병원이 지난해에 종합건강검진을 받은 20대 이상 성인 6만92명을 분석한 결과, 지방간 진단 비율은 25.4%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전인 1993년의 12.2%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특히 연령별 증가비율은 50~60대가 1.8배인 데 비해 30~40대에서 2.3배, 20대에서는 2.6배나 늘어난 것으로 조사돼 젊은 층에서 지방간 발생비율이 심각하게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방간에 영향을 미치는 콜레스테롤 수치도 10년 전에 비해 15% 증가했다.
이 병원 소화기내과 김병익 교수는 “지방이 많은 음식을 즐기는 서구식 식습관과 운동부족에 의한 비만 증가 등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비만인의 15% 정도가 지방간이라는 보고도 있다. 비만과 지방간의 상관성은 아주 높은 편이어서 소아비만이 늘어나면서 초등학생인데도 벌써 지방간을 보이는 경우까지 있다고 한다.
비만 고지혈증 당뇨 외에 술도 지방간을 만드는 대표적인 원인이다. 술을 마신 후 주독(酒毒)은 주로 간에서 풀어내야 하는데, 간이 해독할 수 있는 알코올의 양은 하루에 약 1백60g이 최고치다. 하루 80g 이상의 알코올을 마시면 지방간을 포함한 각종 간질환에 걸리기 쉽다고 한다. 맥주로는 약 2천㏄, 소주 3백20cc(보통 1잔이 50cc), 양주 2백cc(1잔 30cc)에 해당하는 양이다. 알코올성 간질환은 어떤 술을 마시느냐에 상관 없이 얼마나 많은 양의 술을 마셨느냐 하는 총 알코올 섭취량과 얼마나 자주 오랜 기간 마셨느냐가 영향을 미친다.
경희대 강남한방병원 성인병센터 고창남 교수는 “연말연시가 되면 과음으로 더욱 간이 혹사당해 알코올성 지방간도 그만큼 생기기 쉽다”고 경고한다.
▲ 간 검진 모습. | ||
따라서 술을 끊지 못하면 지방간이 더욱 심해지고, 간 섬유화가 진행되면 치료가 어려워진다. 음주는 만성 B형, C형의 간염을 악화시키는 등 여러 면에서 간에 해가 된다.
지방간이 되면 왜 위험할까. 지방간이 있으면 지방이 간에만 축적되는 것이 아니라 혈관에도 쌓여 고지혈증이 생기고, 심장병이나 뇌졸중 발생확률이 높아진다.
또 지방간이 오래되거나 정도가 심할 때는 드물게 지방간염, 간 섬유화를 거쳐 간혹 간경화 같은 심각한 질환이 될 수도 있다. 을지대학병원 소화기내과 김안나 교수는 “알코올성 지방간은 더 위험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지방간은 보통 간 기능검사, 복부초음파, CT검사 등으로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단순한 지방간인지 염증까지 생긴 지방간염인지 구별하기 위해서는 간 조직검사가 필요하다. 조직검사는 심한 피로감 등의 증상을 보이거나 6개월 이상 간기능 검사치가 나쁠 때 받으면 된다.
지방간은 비만이나 음주, 당뇨, 고지혈증 등 원인을 찾아 없애는 것만으로도 몇 개월 주의하면 쉽게 좋아진다.
알코올성 지방간이라면 우선 술부터 끊어야 하고 비알코올성 또는 초기 알코올성일 때는 금주와 함께 고지방식 섭취를 줄여야 한다. 또 체내 잉여 칼로리도 지방으로 저장되므로 과식 폭식하는 식습관을 바꿔야 한다. 매끼 거르지 않고 영양의 균형이 잡힌 식사를 하되 고지방식은 삼가고 비타민, 미네랄이 풍부한 야채, 과일은 많이 먹는 게 요령이다.
한의학에서는 기름진 음식이나 술이 몸 안에 ‘습열’(습기로 인한 열)을 만드는 것으로 본다. 고창남 교수는 “땀을 내고 소변을 잘 보게 하는 등 습열을 없애는 치료를 하면서 술이 원인이면 주독을 풀어주고, 고지방식이 원인이면 식이요법 체중조절 등 원인에 따라 치료하면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주독을 풀어주는 대표적인 약재는 칡꽃(갈화), 말린 귤껍질 등이다. 이것을 달여서 차처럼 마시면 지방간이나 알코올성 간질환에 도움이 된다. 녹차가루를 요구르트에 섞어 마시거나 등푸른 생선, 모과차, 오미자차 등도 간 기능 강화에 좋은 식품이다.
보통 간이 나쁠 때는 쉬 피로해지므로 운동을 하지 않는 게 좋지만, 지방간에는 적당한 운동이 도움이 된다. 잘 먹고 잘 쉬기만 해서 체중이 더 늘거나 혈당, 지질이 정상보다 높을 때는 지방간이 더 심해지기 때문이다.
알코올성 지방간에는 고정식 자전거 타기나 빨리 걷기 등의 유산소 운동을 주로 하되, 최대 운동능력의 40% 강도로 20∼40분 정도가 적당하다. 증상에 따라 1주에 3∼4회, 3개월 이상 실시하면 효과가 나타난다. 비만으로 생긴 지방간은 체지방, 특히 내장의 지방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므로 운동을 한 시간 이상 오래 하도록 한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